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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DC 영화'

[할리우드 이슈 알려줌] <조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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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세준 에디터

기댓값. 어떤 확률 과정을 무한히 반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들의 평균으로 기대하는 값. '조커'라는 캐릭터는 배우에게 이런 기댓값이 높은 캐릭터다.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배우가 표현해낼 수 있는 감정의 범위와 깊이가 다른 그것보다 넓고 깊기 때문이다.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연기했음에도 그 캐릭터가 모조리 닳지 않고 여전히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조커'의 그러한 매력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영화 <조커>에 호아킨 피닉스가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영화 팬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이미 뇌리에 박혀버린 히스 레저의 '조커'를 능가할 수 없을 거라는 점과 옅어져 가는 'DC 확장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성 속에 또 하나의 망작이 나올 거라는 섣부른 기우가 바로 그 걱정의 출발이었다.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조커>는 그로 인해 우선 평단과 관객의 의심을 불식시켰고, 한편으론 배우 호아킨 피닉스와 감독 토드 필립스의 조합이 '조커'의 보다 본질적인 내면을 조명하는 새로운 시도가 되었을 거라는 믿음을 증폭시켰다.

황금사자상이라니. 코믹스에서 출발한 캐릭터가 굴지의 영화제에서 가장 높은 상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친숙한 캐릭터가 선보이는 재밌는 영화를 높은 수준의 작품성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 이유는 대체 뭘까? 그건 바로 '조커'가 가지는 매력과는 반대로 인간적 배경을 다룬 이 영화의 줄거리 때문이다.

우선 <다크 나이트>(2008년)의 '조커'(히스 레저)를 들여다보자.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조커'는 끊임없이 정의의 양면성을 주장한다. 악과 선의 위치만 다를 뿐, 가면적인 인간들과 달리 자신과 배트맨은 데칼코마니 마냥 그 순결한 마음이 닮았다는 것.

어쩌면 형제를 알아보듯 배트맨을 짝사랑하는 조커는 자신의 철학과 논리를 증명하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과정, 즉 싸움 자체를 즐기는 인간이다. 바로 그 순수성 때문에 관객은 환호했다.

영화와 TV 시리즈 등에서 내비치는 '조커'는 연기하는 배우나 각색을 맡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순수한 악'을 표방했다. '조커'의 역사와 배경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고, 그가 사회에 분노하는 방식과 규모, 그 극악무도함에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히스 레저는 어쩌면 그런 '조커'의 정점에 위치했던 배우였다.

악인이 과거를 드러내면 약해지는 걸까? <조커> 속 '조커'(호아킨 피닉스)는 아무래도 그의 변천사를 다룬 듯하다. 태초엔 분명 평범한 인간, '아서 플렉'이 있을 테고, 어떤 연유로 특정 순간에 희대의 살인마이자 악당으로 변하는 장면이 존재할 테다. 영화의 논란은 여기서 발현된다. 일련의 히어로 영화들이 가지는 모종의 딜레마인데, 바로 설득력이다.

'왜 영웅이 되어야 했는가' 하는 물음은 히어로 영화에서 관객에게 감동과 함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결정적 트리거가 되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그간 마블이 DC보다 영화 시장에서 앞설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설득을 서사에서 감성적으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우린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언론과 비평가들의 입에서 뱉어진 단어들로 <조커> 속 기조를 추측할 수 있다.

1. '조커'는 찌질하다
우리가 봐왔던 '조커'는 항상 완성형이었다. 완전히 미쳐버린 조커는 그래서 항상 '힙'했다. 예고편을 보면 <조커> 속 '아서 플렉'은 그런 완전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누군가를 웃기기보단 되려 웃음거리가 되고, 얼굴에 분한 삐에로 표정과 달리 늘 어둡고 두려운 얼굴을 하고 있다.

착하지만 부족한, 그래서 어딘가 익숙한 일반적 패배자와 같다. 여기까진 반전의 기대를 하게 함과 동시에 진부한 느낌도 든다. '분노는 박탈감을 먹고 자란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기 때문. 문제는 여기서 영화가 어떻게 '조커'를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2. 양아치가 된 사연을 감동적으로 풀다
2013년 방영돼 '일진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송포유>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고등학생들과 각자 팀을 꾸려 합창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었는데, 당초 성지고, 과기고의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학생들을 음악으로 교화 시켜 마치 <시스터 액트>(1992년)와 같은 감동을 연출한다는 계산이었다. 대중의 반응은 전혀 의외였다. 가해자가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따금 불량한(?) 과거를 거친 연예인이나 매니저가 음악을 매개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 성공담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에게도 역시 곧장 비난이 쏟아지곤 하는데, 그 이유는 감동적 서사로 과거를 세탁하려 한 시도 때문이다.

어릴 때 '일진'으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던 인간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음악으로 회개하려는 모습이 같잖고 역겹다는 것인데, 이런 '가해자의 피해자화'를 대중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매력적이든 말든 '조커'는 범죄자다. 악인이고 악당이다.

고담시가 서울이라면? 배트맨이든 조커든 당장에 교도소에 잡아넣어야 시민들 마음이 편할 것이다. <조커>는 그런 악당의 사연을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있어 보인다.

호아킨 피닉스의 엄청난 연기와 더불어 배급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결국, 미국은 17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이 필수인 R등급을 받았는데, 한국은 15세 관람가를 받았다)을 고집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의 고집이 이 엄청난 영화의 작품성을 탄생시켰지만, 아무래도 서사의 개연성에서 오는 갈등을 관객은 고민할 것이다.

3. 그리고 데이트도 할 수 없었던 슬픈 남자들은 킬러 영웅이 된다
자, 여기서 '타임'지가 등장한다. 몇몇 혹평을 가한 언론 중 가장 직설적이고 농도 짙은 독설을 뱉어낸 곳이다. 해당 글을 쓴 비평가 스테파니 재카렉은 글의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and the sad guys who can’t get a date become killer heroes"(그리고 데이트도 할 수 없었던 슬픈 남자들은 킬러 영웅이 된다).

조커가 설득력 없는 비겁한 악당인 것은 인정한다. 히스 레저의 연기를 통해 단순히 그의 철학적 비관론이 매력으로 부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커'는 남자의 전유물도 아니며, 특히 연애에 국한된 캐릭터도 아니다.

"조커는 무능력한 남자다. 무능력한 남자는 데이트를 하지 못한다. 조커는 킬러다. 즉, 데이트하지 못하는 남자는 킬러가 된다"는 식의 궤변은 비평가라는 사람의 자질을 의심케 할 정도다. '조커'는 데이트의 여부가 아니라 억눌리고 짓눌렸던 약자를 대변한다. 약자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어쩌면 영화를 관람할 대다수의 일반 대중을 지칭하는 대상일 수 있다.

마치 <기생충>의 '박 사장'(이선균)이 언급한 "지하철 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처럼 말이다. 건강한 페미니즘은 옳은 것이고, 추구해야 할 절대가치이지만, 그 뒤에 숨어 여성 혐오, 혹은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누구보다 비겁한 현실 악당의 행태다.

4. 이번 영화는 단 하나의 CG 장면도 없다
엠파이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장면이 단 한 씬도 없다고 밝혔다. 현대 영화, 그것도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에서 CG 장면이 없다는 것은 가히 놀라운 일이다. 단순히 기술적인 면을 떠나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풍부한 자본에서 나온 스케일을 자랑하듯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그를 쫓던 DC 영화와 달리, 더욱 건조하고 냉소적인 영화 속 공기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품에서 되도록 CG 활용을 지양한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향수가 전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조커의 국내 개봉은 10월 2일이다. 수익을 위해 주요 장면들을 잘라가며 등급 조정을 받는 최근 영화 제작 세태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고수하고 그로 인해 작품성을 놓치지 않은 토드 필립스 감독의 의지, 그리고 히스 레저의 친구이자 또 하나의 명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은 엄청난 걸작을 탄생시킨듯 하다.

하지만, '악당의 명분'만큼 관객을 설득하기 힘든 소재도 없을 뿐더러, 그 대상이 희대의 살인마 '조커'라며 더욱 그렇다. 높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개봉했을 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무렴 어떠랴. 이제 우리는 베니스가 선택하고 타임이 비난한 이 영화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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