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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캐스팅보다 더 걱정되는 이것

조회수 2019. 7. 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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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이슈 알려줌] <인어 공주> 할리 베일리 캐스팅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인어 공주>(1989년)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7월 3일, 디즈니의 공식 발표는 지구촌 영화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1989년)의 '디즈니 라이브 액션' 버전 속 주인공 '에리엘' 역으로 아프리카계-미국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인어 공주>는 1989년 미국 G등급(당시 기준 연소자 관람가) 박스오피스 1위를 거뒀으며, 전 세계에서 2억 1,134만 달러의 수입을 냈다. 또한,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그중 음악상과 주제가상('Under The Sea')을 받아,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쥔 '디즈니 르네상스'의 막을 연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인 '디즈니 라이브 액션'은 이 작품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2016년 디즈니는 먼저,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1991년), <알라딘>(1992년/위 두 작품의 실사 영화 역시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의 음악감독인 알란 맨켄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모아나>(2016년)의 음악을 맡았던 린-마누엘 미란다가 새로운 노래의 곡을 쓰기 위해 작품 제작에 참여하기로 결정됐다.
출처: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촬영장에서 롭 마샬 감독.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어 디즈니는 2018년 12월, 롭 마샬 감독을 공식 임명했다. 그는 <시카고>(2002년)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이끌었고,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년)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속편을 만드는 등 뮤지컬 분야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사이에는 '오리엔탈리즘 논란'을 일으킨 <게이샤의 추억>(2005년)과 안타까운 뮤지컬 영화 <숲속으로>(2014년)도 포함됐지만.

한편, 최근엔 <원더>(2017년)의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꼬마 물고기 '플라운더'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년)의 아콰피나가 갈매기 '스커틀'로 출연할 예정이며, <스파이>(2015년)의 멜리사 맥카시가 마녀 '우르슬라'로 캐스팅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 중에 디즈니는 공식적으로 주인공 '에리엘'을 할리 베일리로 발표했고, 2020년 초를 목표로 촬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응원과 달리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에리얼'과 피부색(특히 매력 포인트인 빨간색 머리카락을 볼 수 없다는 성토가 심하다)이 다르다는 이유가 제일 컸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원작'인 덴마크 동화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1837년 작품까지 언급하면서, 원작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훼손시켰다는 지적을 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콩쥐팥쥐전>을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 것과 같다"는 주장도 봤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과 추억을 파괴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다. 할리 베일리에 대한 외모 지적도 담겨 있었다.

잠시 디즈니 공식 홈페이지 뉴스로 소개된 롭 마샬 감독의 캐스팅 소감을 살펴봤다. 그는 "광범위한 탐색 끝에 찾아낸 할리 베일리는 정신, 마음, 젊음, 순수,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까지 드문 조합을 지녔다"라며,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췄다"라고 평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인종'에 대한 어떠한 논평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디즈니와 제작진은 '인종'에 대한 어떠한 신경도 쓸 생각이 없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이는 지금까지 디즈니가 만들어왔던 '디즈니 라이브 액션'의 또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출처: 영화 <공주와 개구리>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먼저, '에리얼'의 캐스팅은 <인어 공주>를 연출했던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공주와 개구리>(2009년)를 보는 것 같다.

그림 형제의 동화인 <개구리 왕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작품도 "어떻게 원작을 이렇게 망가뜨렸냐"라는 '일부' 지적을 받았으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디즈니 리바이벌'이라는 새로운 흥행기를 여는 작품으로 인식됐다.

이는 마치 전 세계에서 12억 달러를 벌어들였던 <미녀와 야수>(2017년)의 흥행 전략이었던 원작의 큰 뼈대 설정 유지, 부분 설정(조연 인종 변경, 성 소수자 캐릭터 추가) 변경이라는 '디즈니 라이브 액션'의 초기 기획을 완전히 변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애초에 디즈니가 이런 '갑론을박'이 생길 것을 예측도 하지 않고, 캐스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온전히 디즈니와 출연 배우가 짊어야 할 왕관의 무게가 상당해졌다. 맞지 않는 이미지의 캐스팅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세상에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듯, 세상은 단 한 가지의 의견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디즈니가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서,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 시각화 자료가 이미 있는 작품이 충분히 존재하는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이 단어를 사용하기가 적절하진 않지만, '결과물로 보답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알라딘>의 예고편에 나온 '지니'의 윌 스미스를 보고 '최악'이라는 의견이 나왔으나, 전 세계에서 약 8억 8,000만 달러가 넘는 성적을 거둔 결과물이 나온 것처럼.

우스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지니'와 '에리얼'에게는 두 캐릭터에겐 공통점이 있다. '지니'도 램프의 요정이고, '인어 공주'도 어찌 보면 사람이 아닌 '인어'다. 어떤 인종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으니, 애초에 인종 논란이 있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을 원작에서 모티프만 따온 새로운 창작물로 여길 수도 있으며(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벼랑 위의 포뇨>(2008년)도 <인어 공주>를 재해석한 것이라고 밝혔고, 이 작품 역시 하나의 색다른 창작물로 인정받았다), 아닐 수도 있다.

하나의 사상만 옳다고 여기는 사회가 아닌,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즈니는 이 논란을 영리하게 이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어차피 디즈니 역시 최대의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기에, 이 논란에 "다 계획이 있을 것"이다.
출처: 영화 <라이온 킹>에서 '심바'의 목소리를 맡은 도날드 글로버.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물론, 우리는 원작 속 백인 캐릭터가 흑인으로 바뀌어 나오는 현상을 종종 마주할 때가 있다. 앞서 언급한 할리 베리도 <캣우먼>(2004년)에서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캣우먼'을 맡았고, 윌 스미스의 프랜차이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맨 인 블랙> 시리즈 속 요원 'J'도 원작에서는 백인이었다.

결국,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의 퀄리티'다. <캣우먼>이 슈퍼히어로물의 역사를 한 발짝 멀게 해준 것과 달리, <맨 인 블랙>(1997년)은 SF 블랙 코미디의 최고봉 중 하나로 기억된 것처럼. 이번 <인어 공주>를 판단할 시기도, 캐스팅 단계가 이뤄지는 지금보다는 영화가 개봉한 후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배우들의 캐스팅보다 훨씬 더 걱정되는 대목이 있다. 게 '세바스찬'을 비롯한 '어패류'의 모습이 실사화로 어떻게 잘 구현되는가다.

<정글북>(2016년)이나, <라이온 킹> 속 늑대, 사자, 곰 같은 포유동물이야 얼굴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큰 이질감 없이 구현될 수 있겠지만, 만약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실제 '게'의 모습을 한다던가). '세바스찬'이 노래를 부르며, 어패류들이 춤추는 'Under The Sea' 장면은 어색함 그 자체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처럼 '의인화'로 등장한다면 그것도 참 진귀한 광경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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