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억 쓴 '아스달 연대기', 제2의 '엄복동'이 안 되려면?

조회수 2019. 6. 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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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알려줌] tvN <아스달 연대기> (Arthdal Chronicles,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표지 및 사진 ⓒ tvN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나무에서 내려온 인류가 불을 다스려 칼을 쥐었고, 바퀴를 만들어 길을 열었고, 마침내 씨를 뿌려 한 땅에 머물렀어도, 아직 국가와 왕을 만나지는 못했던 멀고 먼 옛날, 사람은 아직 꿈을 만나지 못했고, 아직 저 대자연의 위대한 피라미드 정상에 군림하지는 못했던 옛 어머니들의 웅혼한 땅, 이곳 아스"라는 길고도 복잡한 시놉시스가 증명하듯, 어려운 고유명사와 난해한 세계관이 바탕인 판타지 드라마다.

7.3%(2화, 닐슨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인 <아스달 연대기>는 화제성과는 별개로, 540억의 총제작비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접하고 있다. 1, 2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아스달 연대기>의 장단점, 그리고 3화 이후 기대할만한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 세계관
<아스달 연대기>의 세계관은 국가가 존재하기 전 고대인들의 부족 간 다툼을 배경으로 한다. 크게 사람과 뇌안탈로 구분되는 종족이 등장하고, 이들 사이 '혼혈 잡종'으로 구별되는 '이그트'가 등장한다. 사람은 지혜를 갖추었지만, 힘이 부족하고, 뇌안탈은 육체적 능력보다 인간적 욕망 혹은 계략이 높지 못하다.

1화 이후 멸종된 뇌안탈을 대신해 사람과 뇌안탈인이 교배해서 낳은 '이그트'들이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부족(部族)이다. 새녘족, 흰산족, 해족, 와한족 등 수많은 종족이 등장하고, 이들은 각각 군사, 제의, 기술 등 다양한 부족별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복잡다단한 설정은 판타지 영화, 드라마의 특성이며 '장르 팬'들에게 '덕질'의 여지를 남기기도 하지만, '입문'의 문턱을 높일 수도 있다. 과연 시청자들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해 보이는 세계관의 공감을 선택할지,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아스달 연대기>는 총 3개의 파트와 각 6회로 구성된 18부작 드라마다. 현재 2회가 방영된 '파트 1'은 '예언의 아이들'이란 부제로 '은섬'(송중기)과 '탄야'(김지원)의 탄생, 사랑, 우정, 이별 등이 그려진다. 지루한 서사가 이어진 1화와 달리 2화에서는 선남선녀의 풋풋한 '썸질'과 침공을 받는 와한족을 그리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신사의 품격>(2012년) 이후 영화, 드라마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아스달 연대기> 캐스팅 당시 약간의 우려를 듣기도 했던 장동건이 3, 4화를 통해 '타곤'으로서 '은섬'과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2. 연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부분은 극과 극을 달린다. 사극도 아닌 판타지 드라마에서 어떤 감정과 말투를 사용하느냐는 '자유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다소 현대적으로 보이는 배우들의 대사는 모종의 현대어가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이질감을 주기도 한다. 극 중 주요 흐름을 끌고 갈 배우 송중기와 김지원의 '케미'는 상당히 호평가를 받고 있다.

1985년생 송중기가 여전히 '소년미'를 과시하고, 정확한 딕션이 큰 장점인 김지원의 탄탄한 연기력은 <아스달 연대기>의 가장 볼만한 극적 요소를 충분히 제공해준다. 반면, '타곤' 역의 장동건은 여전히 의문이다.

지나치게 수려한 외모와 악과 선의 모호한 이미지가 '타곤'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1화에서 '타곤'의 소년기를 연기한 '정제원'이 보다 '타곤'의 성격과 잔혹함을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3. 그래픽
<아스달 연대기>의 그래픽은 논란이 많지만, 그런데도 회차당 30억이 넘어가는 제작비만큼 훌륭한 눈요기를 제공한다. 물론, 간혹 어색한 장면이 없지 않지만, 매주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광활한 대지와 간헐적으로 표현되는 '꿈' 속 장면, '탄야'와 '초설'(김호정/씨족 할머니)의 정령 춤 배경 등은 몇몇 단점으로 깨지는 몰입도를 잡아주는 드라마의 기술적 장점을 잘 살린 부분이었다.

4. 꿈과 이름
<아스달 연대기>는 '꿈'과 '이름'을 통해 고대 인류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꿈을 만나지 못했다"는 건 사람의 '성숙하지 못함'을 뜻하고, 정령 춤을 외우고 늑대할머니의 주문을 배운 자만이 꿈을 만날 수 있다. 이 세계관에서 '꿈'은 한편으로는 '예언'이다. 따라서 진행될 이야기에서 '꿈'은 주요한 복선이자 암시가 될 수도 있다.
'이름'은 소속이다. "와한족이란 이름에 묶여있다"는 씨족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탄야는 은섬의 말에게 '칸모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은섬의 '애마'로 종속시킨다. '이름'을 통해 말을 타는 법을 익히고, 한층 발전된 탄야의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름'이 드라마 속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할지 두고 볼 문제다.

5. 기타
청동기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 속 쇠사슬과 같은 무기의 사용이나, 흰산족의 화려한 장신구는 약간의 설정상 어색함을 보여준다. 물론 '판타지'라는 미명아래 이런 비난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혹여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연속적으로 '옥에 티'가 나온다면, 옥은 더 이상 옥이 아닐지도 모른다.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가가 <아스달 연대기> 방영 후 곤두박질친 것은 이런 작은 부분에서 오는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아직 드라마의 성패는 미지수다. 1, 2화는 이 방대한 세계관의 '입문'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세한 설명이었다는 점, 복잡한 인물 관계와 지명 소개가 끝나면 구체적으로 드러날 '재미'가 폭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아스달 연대기>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신체, 언어, 생각을 두고 국가와 사랑이 만들어지는 '통합'을 그리려 했다는 기획 의도처럼, 가상의 대륙 '아스'의 이야기는 초반의 어수선함을 어떻게 다잡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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