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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바꾸는 몸짓 보여준 이 영화로 세상은 바뀔까?

조회수 2020. 11. 25.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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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려줌]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And Then We Danced,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주)엣나인필름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춤이 인생의 전부인 조지아 국립무용단 학생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가 갑자기 나타난 경쟁자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로 인해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세상을 향해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성장담을 담았다.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이 영화는 전 세계 40여 개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동시에 받았다. 로튼토마토(11월 24일 기준)에서 비평가 지수(93% 7.90/10)와 관객 팝콘 지수(95% 4.76/5) 모두 높게 형성된 것이 그 증거. 영화는 조지아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자란 감독 레반 아킨이 연출을 맡았다.

2013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있었던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을 기념하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여한 이들이 수천 명의 군중에게 탄압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 그는 조지아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온 영화는 조지아의 성소수자들이 처한 현실, 전통문화와 새로운 문화에 대한 대립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는 "조지아에서의 연출은 처음이었고, 조지아어가 유창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서 많은 비연기자들과 함께 작업했다"라면서, "영화의 모든 것은 실제 이야기에 기반한다.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수집하고 발전시켜나갔다"라고 전했다.
주연 '메라비'를 맡은 레반 겔바키아니는 15세 때부터 클레식 발레를 시작으로 조지아에서 현대 무용수로 활약하던 중, 레반 아킨 감독이 SNS를 통해 우연히 발견됐다. 그는 감독의 끈질긴 설득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 속에 있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고 조지아 문화를 다양하고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면서, "특히 조지아 전통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전통을 보다 억압적인 방식으로 인식했기에 복종하고 압박을 느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었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내가 다시 정의한 전통이라는 개념은 '진정한 영감과 자기 정체성의 원천이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일깨워준 것'"이라고 말한 레반 겔바키아니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조지아의 LGBTQ 커뮤니티에 매우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영화는 나를 깨어나게 했다. 세상에 대한 나의 인식과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춤을 통해 정서적 에너지와 영감을 얻고 전문 연기를 시작한 지금은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춤과 연기, 둘 다 잃고 싶지 않다"라며,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을 소개했다.
넘치는 소년미와 순수한 마스크 속 반항적이고 관능적인 춤과 섬세한 연기를 펼친 레반 벨바키아니는 미국 W매거진이 선정한 '2019 칸영화제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타'로 선정되면서, 안토니오 반데라스, 윌렘 대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그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유로피안 슈팅스타 10인에 선정됐으며, '스웨덴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제55회 스웨덴굴드바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이라클리' 역을 맡은 바치 발리시빌리는 7년 동안 조지아에서 전통춤을 춘 댄서로,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실제 댄서 출신답게, 극중 절도 있는 조지아 전통 무용 실력을 자랑하며 '메라비' 역의 레반 겔바키아니와 케미를 자랑한다.

'메라비'와 어렸을 때부터 춤을 함께 춘 오랜 댄스 파트너이자, '메라비'를 가장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 '메리' 역에는 조지아에서 발레리나로 활동 후 배우로 변신한 아나 자바히슈빌리가 소화했다.
하지만 영화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 레반 아킨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유명한 조지아 국립무용단에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었다"라면서, "처음에 우리는 순수한 의도로 제안했지만, 무용단은 '조지아 춤에는 동성애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거절했다"라고 회상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용단의 단장은 조지아에 있는 다른 모든 무용단에 전화를 걸어 우리의 촬영 협조 요청을 거절하라 '경고'했다"라고 덧붙인 레반 아킨 감독은 "이 만남은 이후 우리의 영화 촬영을 방해했고 더욱더 힘들게 했다. 심지어 경호원까지 배치하며 많은 압박 속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촬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 '메라비'의 압도적인 춤을 볼 수 있는데, 레반 아킨 감독에 따르면 이 마지막 장면의 안무를 만든 안무가의 이름은 크레딧에 포함되지 않고, 익명으로 등록했다고 한다. 레반 아킨 감독은 "이름을 밝혔다면 그는 직장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여전히 삶과 죽음의 문제다. 상황이 그렇게 심각했다"라며, 조지아 내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젊은 세대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가 있고 비슷한 배경을 가진 다른 나라에서도 희망을 본다. 이 젊은이들이 조지아의 미래"라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결국, 2019년 11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와 해안 도시 바투미의 5개 극장에선 시사회를 앞두고, 극우 세력과 조지아 교회 사람들이 영화관 입구를 막으며, '개봉 반대 시위'에 부딪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조지아 교회 대표 앤드류 재그메이드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조지아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라면서, "동성애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은 조지아인과 기독교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이자 교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하며 영화 관람 자체를 방해했다.

하지만 13분 만에 5,000석 모두 매진이라는 기록을 통해, 관객들과 조지아인들은 영화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이 사태에 대해 "영화를 보기 위해 괴롭힘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걸 생각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밝힌 레반 아킨 감독은 "나는 이 영화를 사랑과 용기로 만들었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통해 반대 세력에 대항해야 한다"라며, 영화에 대한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생각을 전달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최근 열린 제10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핫핑크 섹션에서 초청되어 상영작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을 기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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