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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연상된 '60일, 지정 생존자' 원작 VS 리메이크 분석

조회수 2019. 7. 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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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알려줌] <60일, 지정 생존자> (60 Days, Designated Survivor, 2019)
글 : 박세준 에디터
출처: 드라마 <지정 생존자> 이하 사진 ⓒ 넷플릭스
넷플릭스 원작 드라마 <지정 생존자>는 신뢰와 관계의 드라마다. 한순간에 무너진 신뢰의 현장에서 경질 직전의 장관이 백악관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며 주변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 리메이크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 역시 그 전체적인 틀은 다르지 않다. '국회의사당 폭파 사건'을 시작으로 무너진 신뢰를 '박무진'(지진희)이라는 환경부 장관이 권한 대행을 맡으며 다시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과 <60일, 지정 생존자>의 차이는 캐릭터와 지정학적 설정에 있다. 원작의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은 '경질 전 장관'이라는 가장 낮은 권력 위치에서 '지정 생존자'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리로 격상되는 인물이다.

극단적인 변화를 통해 드라마의 집중도를 전반부에 집중시키고 대통령 개인의 기지와 선의(善意)로운 의지 및 마음으로 각종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극적 구성을 통해 감동과 흥분을 자아낸다.
기본적으로 대통령 '커크먼'은 착한 인물이다. 모든 사안의 기준을 정의(定義)로 가름하고, 그 결정에 용기를 아끼지 않는 이상적인 지도자다. 그것이 바로 최악의 상황과 한 명의 영웅적 주인공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60일, 지정 생존자>의 '박무진'은 (2화까지 방영된 시점에서) '정의' 만으로 규정하긴 쉽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오히려 과학자의 면모에 가깝고, 데이터에 기반하는 정확한 인물이다. 측은(惻隱)의 자세로 다가가는 '커크먼'보다 인간적이지 않고, 계산에 집중하는 기계적인 모습을 보인다.

원작 <지정 생존자>의 매력 그 대부분이 대통령 '커크먼'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 복잡다단한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기 힘들단 판단에서인지 재창조된 '박무진' 권한 대행의 모습은, 어쩐지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모습마저 보이기 때문이다. 16부작으로 예정된 줄거리에서 이제 겨우 출발점을 떠났으니 그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연기다. 지진희와 김규리라는 검증된 대배우들은 드라마의 품격을 향상시킨다. 어리숙한 모범생으로 살아온 과학자 출신 장관의 면모를 표정과 대사만으로 가감 없이 전달하는 지진희의 연기는 캐릭터의 아쉬운 매력에도 드라마 자체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게 해준다.

다소 짧은 분량에도 고품격 연기를 펼치는 김규리 역시 드라마가 영화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시킨다. 그 밖에 많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작은 부분들을 채워주며 완성도 있는 1, 2화를 만들어냈다.

연출과 그래픽도 수준급이다. 예고편에서 노출됐던 국회의사당을 향해 달려가는 '무진'의 모습은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의 폭파 장면과 오버랩되며 이질적이면서 급박한, 이 드라마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해준다. '무진'의 러닝과 무너진 국회의사당, 그리고 '무진'의 얼굴로 날아드는 먼지의 연출은 최근 방영된 그 어떤 드라마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완성된 오프닝의 긴장감은 원작을 넘어섰다. 대사 전달로 긴장감을 끌어올린 원작보다 음악과 연출 그리고 배우의 연기로 보다 많은 감정을 보여줬고, '획득'이 아닌 '부여'된 권력을 수동적으로 '쟁취'하는 주인공의 시작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60일, 지정 생존자>의 지나치게 느린 전개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자막을 읽기도 벅찰 정도로 빠르고 많은 대사량을 자랑하던 원작과는 달리, '한국판'은 그 특유의 정확하고 느린 전달력을 보여준다. '단점'보다는 '특징'에 가까운 부분이지만 긴박한 상황에 맞는 빠른 전개가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 드라마의 또 하나 특징은 지나친 PPL이다. 특정 기업에서 제작 지원을 한 탓에 상품의 PPL이 나오게 됐고, 지진희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광고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신(Scene)을 독차지한다.

AEB(긴급제동장치)를 보여주는가 하면, 스마트키로 주차한 차를 빼내고,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에도 뒷자리 인원이 다치지 않는 안정성마저 검증한다. 제작진 입장에선 불가피하겠지만, (원작에서 볼 수 없는) 시청자가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었다.
<60일, 지정 생존자>의 특징
우선 '노무현'이다. 누가 뭐라 해도 대통령 '양진만'(김갑수)은 노무현과 김대중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인물로 보인다. 집무실에서 담배를 집어 드는 '진만'의 행동은 노무현의 오마주이고, 최초의 정권교체라는 타이틀은 김대중의 최대 업적 중 하나다.

"내가 바꾸고 싶었던 거는 고작 정권 따위가 아니야. 이 나라 역사지!"라는 '진만'의 포효도 낮은 지지율로 죄인처럼 지냈던 노무현 정권의 역경과 의지를 흉내 냈다. 이러한 기조는 드라마의 시작에서 비치는 촛불의 이미지에서 눈치챌 수 있고, 북한과 평화에 의지를 갖추고 미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 사이 고군분투했던 당시 정권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드라마는 FTA 재협상과 북한의 핵 도발을 주요 이야깃거리로 들고나온다. FTA 재협상에서 난관을 겪자, '무진'은 미국 협상단 측의 틀린 계산을 지적하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의 오류를 역이용해서 판을 뒤집는다.

이 환경문제는 경제문제로 이관되고, 경제문제는 안보로 직결된다. 한반도의 아이러니한 역학관계는 1, 2화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모두 설명된다. 국회의사당이 무너져내리는 전무후무한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북한, 미국과 일본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무진'은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원하고, 군부와 미국은 도발에 대한 응징을 요구한다. 일본의 자위대는 한반도로 기어들어 오고, 시청자들은 분노한다. 다소 현 정권에 유리해 보이기도 하는 이 설정은 사실 현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불편하다.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지휘관을 그 자리에서 해임하거나 주지사를 체포하는 '커크먼'의 단호한 결정, 그 무소불위의 권력과는 달리, 대통령 권한대행임에도 선택의 여지가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무진'의 상황은 대한민국 지도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에 대한 테러의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북한은 대화를 단절한다. 데프콘 2로 격상된 위기 상황은 '무진'의 기지로 해결된다.

평화협정, FTA 재협상, 북미 수교로 연결된 남북미 세 국가의 관계를 '지정 생존자'라는 기존 드라마 틀에 잘 녹여낸 1, 2화였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 동안 신파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며 지금과 같은 재미와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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