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 가해자

조회수 2021. 5. 1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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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아들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So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 (주)엣나인필름
대리운전 기사 '오채근'(안성기)은 한 손님의 호출을 기다린다.

그는 매 순간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그 다짐은 그가 기다리던 손님 '박기준'(박근형)을 향했다.

'박기준'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졌던 일의 책임자 중 한 사람.

그는 자신이 지닌 정의감을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향해 무력 진압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오채근'은 '박기준'의 부대에서 소대장을 맡아 그 진압을 행했던 '가해자'였다.

매일 악몽을 꿀 만큼 괴로움 속에 살아가던 '오채근'과 달리, '박기준'은 시간이 흘러도 그때 자신이 한 무자비한 일에 아무런 반성이 없었다.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기는커녕, 자신의 행동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면서 호의호식할 뿐.

한편, '오채근'은 단골 식당에서 종업원 '진희'(윤유선)를 만난다.

평소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밝고 씩씩하지만, 이따금 갑작스럽게 울컥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특히 '5.18'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희'는 광주에서 어머니를 잃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까지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고된 식당 근무와 병간호 생활을 병행하며,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진희'는 '채근'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진희'의 아버지를 만난 '채근'은 '박기준'에게 복수를 시작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장편 극영화 <부활의 노래>(1990년)로 데뷔한 이정국 감독의 신작이다.

하지만 당시 영화는 '검열'이라는 이름 아래 100분 중 약 25분이 잘려 나갔고, 흥행에도 실패한다.

다행히 문민정부가 들어서 재심의를 진행했고, 전체를 다시 상영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렇게 <부활의 노래>는 1994년 제3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이정국 감독에게 영화 부문 신인감독상을 안기게 해준 작품이 됐다.

이후, 이정국 감독은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멜로 영화 <편지>(1997년)로 흥행 감독이 됐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집중하던 이정국 감독은 다시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의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로 메가폰을 잡았다.

<부활의 노래> 이후로 다시는 5.18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이정국 감독은, 몇 년 전부터 단편을 통해 5.18을 이야기했다.

"고통은 그것을 철저히 경험함으로써 극복된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정국 감독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정국 감독은 "4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반성하지 않고, 제대로 벌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단죄하는 이야기를 영화로나마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라고 밝혔다.

제작비가 적은 영화이기에, 이정국 감독은 '오채근' 역할에 무명 배우를 기용하려 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 안성기에게 시나리오를 건넸고,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은 안성기는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지었다.

안성기의 호연 덕분에 이 영화는 다른 각도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피해자의 시선(<꽃잎>(1996년), 관찰자의 시선(<택시운전사>(2017년))이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전달한 것.

또한, 이 영화에선 고등학생 '민우'(김희찬)의 사연이 서브플롯으로 등장한다.

'민우'는 '진희'가 일하는 식당 주인 할머니의 손자로,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한다.

그러던 중 '채근'이 곤란한 상황에 빠진 '민우'를 발견하고 구해주는 과정에서, '민우'는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채근'에게 호된 가르침을 준다.

이 감독은 "'채근'의 행동은 대부분 '민우'의 아들을 생각하면서 하는 것"이라면서, "광주에서도 비슷한 노력을 했었기에,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아버지 세대처럼 행동하지 말고, 스스로 반성하고, 그 시대를 단죄를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아들의 이름으로>는 주요 장면을 광주에서 촬영했고, 주요 장소 제공이나, 엑스트라 및 단역 배우는 모두 광주 시민들의 협조로 이뤄진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어색하게 나오지만, 그 열정만큼은 어색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뜨거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위적이거나, 시대에 좀 뒤처진 '완성도'에선 저예산 영화를 고려하더라도 호불호가 갈릴 순 있다.

예를 들어, 대역 없이 안성기가 소화한 '허리띠 액션'은 영화 대사에도 나오듯 <테이큰> 시리즈의 '리암 니슨'을 연상케 하지만, 극의 전체 구성을 놓고 보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1/05/15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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