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엄마를 보기 위해 먼 여정에 나선 9살 아들

조회수 2021. 5. 1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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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아이들은 즐겁다> (Kids Are Fine,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9살 '다이'(이경훈)는 부모님과 하고 싶은 것도, 친구들과 놀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럴 수 없었다.

엄마(이상희)는 치료가 어려운 병 때문에 병원에 가 있고, 아빠(윤경호)는 병원비와 보육비 마련에 화물차 운전을 계속해서 해왔기 때문.

그래서 '다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혼자 아침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거나, TV를 보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다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철이 일찍 든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이런 '다이'가 전학 간 것으로 시작된다.

'다이'는 새로운 학교에서 '민호'(박예찬), '유진'(홍정민)과 '삼총사'가 된다.

'민호'는 맞벌이로 늘 늦게 들어오시는 부모님과 티격태격하는 형과 함께 지내면서, 인생의 목표를 노는 것으로 정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은 축구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 후에도 운동장에 나가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축구공을 차는 것이 가장 신난다.

'유진'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집안일을 손수 거드는 착한 손녀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웹툰 작가가 되어 할머니에게 아파트를 사주는 것이 꿈인 '유진'은 스케치북과 펜만 있으면 뭐든지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마음껏 상상한다.
'다이'는 반장 '시아'(옥예린)와 부반장 '재경'(박시완)과도 관계가 얽혀 있다.

'시아'는 공부도 곧잘하고, 태권도를 좋아하지만, 집에서는 오빠에게 밀려 언제나 2등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다이'와의 연결고리로, 하루는 버려진 책들을 같이 주워 집으로 향했다.

'재경'은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는 아이로, 늘 선행학습용 문제집으로 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닌다.

촘촘히 짜인 스케줄대로 '재경'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에 다니느라, 놀 시간조차 없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재경'은 '다이'가 받아쓰기 100점을 맞는 것을 보며, 황당한 나머지 '다이'에게 시비를 건다.

한편, '다이'의 엄마는 점차 병약해지고, 아들과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다이'의 엄마는 청주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이송되고, '다이'는 혼자 힘으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인천에서 청주라는 먼 여정에 나선다.

그리고 이 여정엔 '다이'의 친구들이 함께 나선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허5파6'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데, 원작과 달리 몇몇 설정을 바꿔 만들어졌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과 달리 영화는 현재로 시기를 옮겼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로 비치지 않기를 바랐던 이지원 감독의 선택이었다.
영화는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를 담담히 그려내면서, 동시에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격언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의 격차에 따라 학력 격차는 늘어나며, 이 격차에 따라 아이들은 '서열화'된다.

자연 관찰에 호기심이 많던 '재경'은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었으나, 학원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학원을 열심히 다녔음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학원도 안 다니는 가난한 애가 100점을 맞을 순 없다'라며 '다이'를 나무랐던 것.

하지만 이에 '다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 덕분에 반장 '시아'나, 다른 친구들은 '다이'를 감싸주려 한다(물론, '재경'의 편도 있다).

이런 서열화 구조가 영화 속 아이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는 건 매우 현실적이었다.

영화에선 다행히 나오지 않지만, 현실에선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태어난 순간부터 얻어진 '부'와 '부모님의 월급'에 따라 '휴거', '엘사', '이백충'이라는 단어로 지칭된다.

'가난'에 대한 선입견과 이에 따른 혐오는 영화에서 나오는 '냄새'로도 이어졌다.

정말 다행히도 '다이'의 담임 선생님(공민정)은 이를 조롱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놀리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어린아이들에게 그대로 대물림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몇몇 장면은 영화의 주제와 달리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이지원 감독은 "이 영화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면서, "울타리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로 존재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울타리가 아이들을 가둬버린다.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어른들이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영화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동시에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어떤 어른이고,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고 싶고,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까지 한꺼번에 있는 가정의 달, 5월에 이보다 더 적합한 영화는 근래에 없었다.

2021/05/05 CGV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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