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X천우희의 '응답하라 2003'은 어땠나?

조회수 2021. 4. 28.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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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비와 당신의 이야기> (Waiting For Rai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주)키다리이엔티
2003년, 삼수생이 된 '영호'(강하늘)에겐 뚜렷한 꿈이나 목표가 없었다.

재수학원의 강사(김성균)는 '영호'와 같은 수강생들에게 돈 봉투를 꺼내 들고는 어떤 목표가 있다면 돈 봉투를 들고 나가라고 하지만, 수강생 중 그런 선택을 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영호'는 명문대를 나온 자신의 형처럼 성공만을 강요하는 삶을 살고 싶진 않았다.

이런 '영호'에겐 운명적인 우연을 기다린 같은 학원의 삼수생, '수진'(강소라)이 있었다.

또다시 같은 반이 된 '수진'은 이것이 운명일지도 모르는 '영호'에게 거침없이 돌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호'는 운동장을 바탕으로 한 문제를 풀던 중 다른 생각에 빠지고 만다.

어린 시절, '영호'는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 넘어지고 만다.

그것을 유심히 지켜본 한 여자아이는 '영호'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줬다.

'영호'의 기억엔 여자아이의 운동복에 있는 '공소연'이라는 이름과 곧 전학을 갔었다라는 것이 전부였다.

'영호'는 동창의 도움 끝에 '공소연'의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한편, 부산에서 어머니(이항나)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던 '소희'(천우희)는 '영호'의 편지를 받는다.

아픈 언니 '소연'을 대신해서 '소희'는 호기심에 답장을 보낸다.

'소희'는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찾아오지 않기 등을 규칙으로 정해 편지를 이어간다.
그렇게 앞날이 캄캄했던 '영호'는 '펜팔 친구'가 된 '소연'의 답장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하루를 보내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영호'는 용기를 내서 '비가 내리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다소 가능성 없어 보이는 약속을 담은 편지를 '소연'에게 보낸다.

과연, '영호'는 '소연'을 만날 수 있을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일본영화 특유의 감정, 그리고 1990년대 '멜로 붐' 시기 한국 작품에 볼 수 있는 감성이 혼재된 '응답하라 2003'이다.

즉, 새로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그 목적에는 충실하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기다림'의 정서를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첫 장면부터 12월 31일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영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건 기다림에 관한 영화"라는 독백으로 출발한다.

여기서 비는 어떤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던 젊은 시절의 모호함을 의미할 수도, 아니면 반가움과 그리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작품을 연출한 조진모 감독은 이 무모한 '영호'의 기다림에 대해서 "기다림이 결코 외롭고 힘든 시간이 아님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가능성은 낮겠지만, 비가 내리면 '소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다림 자체가 설렘과 같다는 감독의 메시지는 영화에 잘 전달되는 편이다.
게다가 영화는 '편지'라는 매개체를 사용한다.

아날로그의 감성보다는 디지털의 감성이 더 어울리는 2003년엔 '버디버디' 같은 메신저나, 문자 전송 기능이 널리 사용됐었다.

하지만 문자는 긴 글보다는 '제한된 글자 수' 안에서 말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시된 매개체였다.

그렇기에 편지는 살아 있었다.

편지는 한 번 보내면 수정할 방법도 없었고, 즉석에서 받을 수 없는 '기다림'이 반드시 요구되는 매개체다.

한 문장 한 문장, 편지를 읽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고민하면서 써 내려 가야 한다.

기다림과 설렘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설정은 아날로그의 추억 그 자체였다.

이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영호'와 '소희'의 러브 라인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대신 러브 라인을 대체하는 이야기는 '수진'을 통해 이뤄진다.

'수진'은 솔직하면서, 꾸밈과 거침이 없다.

'밀당'이라는 것이 없는 캐릭터다.

심지어 "네가 나를 안 좋아하더라도, 나는 네가 좋으니 상관없어"라는 태도로 등장한다.

예를 들면, 2003년 만우절,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을 확실히 기억하는 방법을 만들고자 '수진'은 '영호'를 데리고 모텔로 향한다.

훗날, '수진'은 '영호'에게 그날의 기억을 묻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수진'은 '영호'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신 또한 어느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간다.
영화는 2003년과 2011년을 번갈아 가며, '영호'의 선택이 2011년에도 유효한지를 보여준다.

영화가 마음에 드는 것은 2021년의 현재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관객에게 두 시간대를 보여주면서, 극 중 인물이 청춘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게끔 한다.

그리고 작중에 나오는 캐릭터의 말맛을 살려내는 전개를 통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특히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유독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선보였던 천우희가 이번엔 그래도 밝은 미소를 연이어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다.

2021/04/20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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