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통의 앙숙, 원조 슬랩스틱 맛집 보여줬나?

조회수 2021. 3. 6.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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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톰과 제리> (Tom and Jerry,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톰과 제리>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40년, 윌리엄 한나와 조셉 바바라가 창조해 낸 <톰과 제리>는 첫 등장 후 무려 80년의 세월 동안 대중의 사람을 받은 애니메이션이자, 슬랩스틱 코미디의 전설이다. 첫 번째 단편인 <고양이, 쫓겨나다>는 아카데미 단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총 13번 후보에 지명됐다.

이중 1943년 <미국인 생쥐>로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영화 작품상을 받았고, 총 7번 수상을 기록했다. 당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독보적이었던 월트 디즈니의 작품들을 제치고 받은 상이었다. 수상작 중에는 '피아니스트 톰'으로 많은 이들의 '짤'로 기억하는 <피아노 콘서트>(1947년)도 있다.

국내에서도 1972년 <톰과 제리>는 MBC에서 '이겨라 깐돌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됐었고, 이후 '깐돌이', '깐돌이와 야옹이' 등으로 방영됐었다. <톰과 제리>라는 이름은 1981년 방영 때부터인데, 아무래도 송도순 성우가 내레이션으로 등장한 버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에디터는 그보다 좀 더 '최신 버전'인 <톰과 제리 키즈>(1990~1994년) 세대였다. 비디오로 빌려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재미있는 톰과 제리는 정말정말 아무도 못말려. 톰과 제리는 말썽꾸러기, 톰과 제리 만만세"라는 후킹한 가사는 아직도 귓속에 남아 있다.
사실, 이번 영화는 '톰과 제리'가 실사 합성물에 처음 등장한 작품이 아니다. 진 켈리 주연의 <닻을 올리고>(1945년)에서, '제리'는 뮤지컬 영화답게 노래와 춤을 소화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덴저러스 웬 웻>(1953년)에서는 에스터 윌리엄스가 두 캐릭터와 함께 애니메이션 바탕 화면에서 해저 수영을 했다.

하지만 1930~1950년 사이 다른 애니메이션(심지어 디즈니까지도)이 그랬듯이, <톰과 제리>는 인종차별적인 장면('블랙 페이스 개그')을 섞어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DVD 스페셜 피처엔 우피 골드버그가 "그때도 잘못됐고, 지금도 잘못됐다"라고 비판한 내용을 집어넣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참으로 오랜만에 '실사' 합성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어땠을까? 먼저, 이번 영화에선 주인공 '톰'과 '제리'부터, 금붕어와 나비, 코끼리를 비롯해 시리즈의 단골인 불독 '스파이크'(비비 카나베일/서문석 목소리), '톰'의 라이벌 길고양이 3총사, '톰'의 '천사'(릴렐 호워리/정승욱 목소리)와 '악마'(릴렐 호워리/변영희 목소리)까지 모두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제작됐다.

하지만 이들은 영화 속의 현실 세계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만화에 나왔던 인간 캐릭터들이 보통 '톰'과 '제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상반신이 잘 등장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인간'의 이야기도 중심이 된다.
여기서 중요할 점은 이 작품에서 인간들은 '블랙 페이스'가 유머로 느껴지는 시대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의 주요 캐스팅은 다인종으로 구성됐으며, 심지어 백인 남성과 인도계 여성의 결혼식을 앞뒀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심지어 결혼식의 재료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인도에서 비품을 조달했다)

작품을 연출한 팀 스토리 감독은 원작에 있는 슬랩스틱의 강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부하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형제간의 애증 같은 둘의 관계를 즉각적으로 알아본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팀 스토리 감독은 "'톰'과 '제리'가 매일 같이 싸워대는 것 같지만,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자기편으로 서로보다 더 좋은 상대가 없다. 시간을 초월한 둘의 몸개그로 표현되는 둘의 '관계성'이야말로 보편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톰'과 '제리'가 그런 것처럼, 뉴욕 사교계에서 '인스타 셀럽'으로 유명한 '벤'(콜린 조스트/위훈 목소리)과 '프리타'(팔라비 샤르다/전진아 목소리)는 결혼식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벤'은 '프리타'를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결혼식의 덩치를 자꾸 키워간다. 하지만 '프리타'는 소박하고 간소한 결혼식을 원했다.
다른 인간들의 갈등도 '톰'과 '제리'의 경우와 유사하다. '로열 게이트' 호텔의 이벤트 매니저인 '테렌스'(마이클 페나/이장원 목소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일한 곳이기에 호텔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긴 하지만, 출세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신입(사실 생계를 위해 경력을 훔친 경우다) '카일라'(클로이 모레츠/소연 목소리)는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테렌스'와 '카일라'의 갈등도 결국은 자신의 이익 충돌로 나온 것이었다.

다른 걸 차치하고라도 이 영화는 원작 팬들의 추억을 되살릴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윌리엄 한나가 직접 녹음했던 '톰'의 시그니처 비명이 그대로 등장하며, '톰'의 내부에 있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도 유쾌한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심지어 어른이 된 관객이라면, 이제야 '제리'가 천하의 나쁜 캐릭터라는 게 눈에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새롭게 나온 <톰과 제리>는 번뜩할 만한 신규 아이디어보다는, 자신이 80년 동안 지녀온 무기를 충분히 발휘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21/02/23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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