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그 날을 떠올리며 남자들을 사냥한 여자

조회수 2021. 3. 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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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프라미싱 영 우먼> (Promising Young Woma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 유니버설 픽쳐스
'카산드라(캐시) 토마스'(캐리 멀리건)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30세 의대 중퇴자다. 약 7년 전, '카산드라'의 친구인 '니나 피셔'는 같은 의대생인 '알 먼로'(크리스 로웰)에게 강간당했고, 수치심으로 인해 '니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와 법 시스템은 수사를 중단했지만, 친구 '캐시'는 잊지 않았다. 이후 '캐시'는 일부러 클럽에서 술에 취한 척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무방비 상태로 놓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한 번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닌 남성들의 먹잇감으로 자청한 것.

'캐시'는 남자들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갈 수 있게 한 다음, 남자가 '캐시'를 덮치려는 순간, 맨정신으로 돌아와 남자를 처치했다. '캐시'는 밤에는 그런 일상을 보냈고, 낮에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었다.('캐시'가 아침에 출근하는 장면의 노래는 묘하게도 'It's raining men(남자가 비처럼 내려)'이다)

어느 날, '캐시'는 전 동창이자 아이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된 '라이언 쿠퍼'(보 번햄)를 손님으로 맞이한다. '라이언'과 '캐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데이트 중 '캐시'는 '알'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시'는 '니나'의 강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복수를 계획한다. 먼저, '캐시'는 '니나'가 강간당하지 않았다고 믿는 오래된 친구 '매디슨 맥피'(알리슨 브리)를 만난다. 일부러 '캐시'는 약을 섞어 '니나'를 취하게 한 후, '매디슨'을 호텔로 데려가기 위해 한 남자를 고용한다.

'매디슨'에게 '니나'가 당한 성적 수치심을 직접 느껴보라는 복수였던 셈. 다음날, '캐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매디슨'으로부터 몇 개의 음성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후, '캐시'는 증거 불충분으로 '니나'의 사건을 기각한 의대 학장인 '엘리자베스 워커'(코니 브리튼)를 두 번째 타깃으로 삼는다. '캐시'는 팝 밴드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가장한 후, '엘리자베스'의 10대 딸 '앰버'(프란시스카 에스테베즈)를 차에 태운다.

이윽고 '엘리자베스'를 만난 '캐시'는 '니나'의 중퇴나, 죽음에 이르게 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캐시'는 '앰버'를 취한 남학생들이 있는 기숙사 안에 내려줬다고 말한다. 겁에 질린 '엘리자베스'는 그제야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했고, '캐시'는 '앰버'가 식당에서 안전하게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캐시'의 타깃은 당시 사건에서 '알'의 변호사로 있었던 '조던 그린'(알프리드 몰리나)이었다. '조던'은 '니나'를 괴롭히면서 그 혐의를 취하한 인물이었다. '조던'은 자신이 했던 행동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파탄에 빠졌다면서 용서를 구한다.

그렇게 '캐시'도 '조던'의 용서를 받아준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조던'은 '니나'가 고용된 남자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세 사람의 복수를 마친 '캐시'는 '니나'의 어머니를 찾아간다. '니나'의 어머니의 말에 '캐시'는 지금까지 했던 모든 복수 계획을 끝낸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이 다시 '캐시'의 복수를 유발케한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성범죄 피해자와 그로 인한 연대에서 나오는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일 수 있다. (놀랍게도 성범죄 피해자가 나오는 작품 중에서, 이런 증오와 복수가 나온다는 내용 자체도 드물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피해자다움'을 강조했고, 가해자의 강도 높은 처벌보다는 피해자의 2차가해가 더 이뤄졌는지도 모르겠다)

의대생에게서 나오는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있었던 한 대학교 내 성추행 사건이나, 최근 성범죄나,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나온 사례도 영화를 보면서 계속 떠올려졌다.
우리 사회에 있는 공기를 담은 영화이고, 동시에 '복수를 한 후 나오는 허무감'을 이야기하는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캐시'가 진정 원했던 것은 치욕스러운 과거를 잊고 싶은 것, 그리고 그로부터의 탈출이었다. 탈출을 위해서 '캐시'는 '법 테두리'에 벗어난 행동으로 남자들을 응징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증오의 방법을 행하는 것이 옳다"라는 명제에 대해, 영화는 어느 순간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피해자를 '법 테두리'에서 보호할 수 없는 사회라면, 그런 증오심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외친다.

이 때문이었을까? <프라미싱 영 우먼>은 오는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영화가 됐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오스카 레이스'에 참전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고, 그해 4월 개봉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12월로 개봉이 연기되면서 '오스카 레이스' 시즌에 공개된 것이 일종의 '전화위복'이 된 셈.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연출은 배우로 더 잘 알려진(영화에선 뷰티 유튜버로 카메오 출연했다) 에메랄드 판넬이 맡았다.
이 작품은 에메랄드 판넬의 첫 장편 연출 작품(각본도 함께 썼다)으로, 약 6곳의 영화평론가 협회상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4대 비평가 협회상 중 하나인 LA 비평가 협회를 포함해 약 15곳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특히 '캐시'를 연기한 캐리 멀리건의 경우엔 12월 영화의 공개 이후 유력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1순위'로 떠오르고 있는데, 전미비평가위원회상을 포함해 약 14곳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역 배우로 필모그래피를 시작했고, 첫 아카데미 후보 지명작 <언 에듀케이션>(2009년), <셰임>(2011년), <위대한 개츠비>(2013년), <서프러제트>(2015년) 등을 거치면서 연기의 완숙미를 더한 캐리 멀리건은 이 작품에서 자신이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이중적인 캐릭터의 연기를 확실히 수행했다.

이 작품은 캐리 멀리건의 필모그래피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아울러 캐리 멀리건의 연기는 마치 먼저 아카데미를 받은 두 배우를 연상케 했다. 한 명은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미져리>(1990년)로 광기를 보여준 캐시 베이츠였다.

2021/02/21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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