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의 첫 영화, 소화제가 필요해 보인다

조회수 2021. 2. 24.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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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더블패티> (Double Patty,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더블패티> ⓒ kth, 판씨네마(주)
분명, 포스터만 보면 현시대를 사는 청춘에게 위로를 주는 영화 같았다. 하지만 <더블패티>는 햄버거를 급하게 먹어서 속이 더부룩해진 느낌을 체험하기에 딱 좋은 영화였고, '소화제'가 필요해 보였다. <더블패티>는 극장용 영화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설픈 점이 많았다.

국내 OTT인 '시즌'의 오리지널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더블패티>는 '영화'라고 부를 수 있기 위해 러닝타임만 채워 넣은, 10부작 '웹드라마' 형식에 가까웠다. 전체적인 틀을 놓고 봤을 때, 영화의 톤이나 방향점이 8~10분마다 오락가락한 걸 보면, '웹드라마' 콘텐츠로 런칭을 하는 게 더 나아 보였다.

<더블패티>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강우람'(신승호)은 고등학교 씨름왕 출신이자, 영암군 소속의 씨름 유망주였으나, 잦은 부상에 이어 믿고 따르던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고 팀을 이탈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간다.

할 일이 없던 서울에서 그야말로 '조직 세계'에 발을 들이던 '우람'은 우연히 수제버거 레스토랑 아르바이트생 '현지'(배주현)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이현지'는 낮에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밤에는 가게 마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론고시를 준비 중인 예비 졸업생이다.
쉽지 않은 언론고시에서도 묵묵히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던 '현지'는 매일 마감 직전 찾아와 '더블패티 1+1'을 먹는 '우람'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두 사람은 그렇게 바쁜 나날에 만나, 서로의 현실을 위로하고 응원해준다.

지금까지의 시놉시스를 놓고 보자면 영화는 청춘 로맨스를 연상케 하지만, 이 작품에서 두 배우의 케미는 그렇게 '꿀이 묻어나는 로맨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목표가 그런 장르가 아니었을지도. 백승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허기진 많은 친구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건네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선 식사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한다. 짜장면, 참치마요덮밥, 삼겹살, 햄버거, 홍어회, 곱창전골, 아귀찜 등 다양한 식사가 나온다.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삶을 통해 청춘에게 따뜻한 감정을 줬던 <리틀 포레스트> 영화가 담았던 그릇과 달리, 이 작품에선 그 밥을 먹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덜하다.

그렇다고 '눈물 젖은 빵' 같은 상투적인 표현을 원한 것도 아니다. 지금 먹는 음식에 담긴 진한 사연조차, 이 영화에선 '드라마'에서 볼법한 노골적인 PPL 멘트에 묻혀 찾아볼 수 없었다. PPL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주류 업체 '비교광고'가 들어간 대사를 관객이 들을 필요는 없다.
심지어 홍어회를 먹은 장면에선 불쾌감까지 들었다. '우람'은 큰누나가 사준 홍어회를 먹고 돌아와 일에 나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우람'에게 "화장실 냄새가 난다"라고 놀림을 준다. '우람'이 서울에서 가끔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을 떠올려 볼 때, 이 대사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보유 중인 지역 차별을 비꼬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농담'이었을까? 감독의 진의가 궁금했다. 아무리 전자라고 하더라도 이 장면을 넣을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고, 후자였다면 '혐오 발언'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는 밥 한 그릇 건네고 싶은 마음이라는 기본 의도마저 해내지 못했다.

또한, <더블패티>는 사회적 이슈를 마치 수박 겉핥기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때마침 학교폭력으로 인한 '엘리트 체육'의 병폐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씨름계에서 일어난 선수의 죽음이 등장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 역시 지나가는 소재에 가깝다.

'코로나19' 이슈가 언급되고, 걸어가는 행인들이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 같은 프레임에 등장함에도, 작품 속 캐릭터는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럴거면 '코로나19' 관련 스크립트를 작품에 넣어선 안 됐다) 여기에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시위가 이뤄지는 소식을 영화에 다룬 것 역시 '수박 겉핥기' 같았다.
결정적으로 <더블패티>는 청춘에게 다시 한 번 벽을 느껴보라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현지'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직장 동료를 비교한다. '현지'의 아버지는 몇 년 전 언론 파업과 관련해 운동을 펼치다 좌천됐으나, 아버지의 직장 동료는 방송사 고위 간부가 된다.

'현지'가 마땅히 1차 '언론 고사'에 통과한 것은 실력이라고 쳐도, 방송사 고위 간부에게 "아저씨"라며 인사를 머뭇거리면서 하는 대목은 청춘들이 보기에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물론, '현지'는 다른 방송사에 합격하는데, 각 방송사는 성향이 다른 종합편성채널의 느낌이 났다)

한편, <더블패티>는 이른바 '스태프 갑질 논란'으로 떠뜰석했던 아이린(배주현)의 스크린 데뷔작이었다. 언론 고시 준비생을 연기하기 위해 따로 수업을 들었다고 밝혔는데, 이 영화의 다른 부분이 더 거슬려서 그런지, 오히려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이런 오락가락한 영화의 톤에서 제일 빛난 배우는 데뷔 전 11년간 축구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는 '강우람' 역의 신승호였다. 신승호는 운동선수 출신의 피지컬과 더불어,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라이징 스타'의 재능이 느껴졌다.

2021/02/20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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