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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랑 벚꽃 보고파 그냥 한국에 온 프랑스 중년남

조회수 2021. 1. 21.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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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아이엠히어> (#Iamher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아이엠히어> ⓒ (주)NEW
프랑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스테판'(알랭 샤바)은 장성한 두 아들과 전처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무기력한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스테판'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수'(배두나)와 일상을 공유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그 일화 중 하나로, '스테판'은 '수'가 그렸다는 그림을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식당으로 보내 달라고 하면서, 동시에 기존에 있던 '칙칙하고 괴상한' 동물 박제나 그림을 팔아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벚꽃을 같이 보면 좋겠다는 '수'의 한마디에 '스테판'은 모든 걸 뒤로 한 채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나자던 약속은 '수'의 연락 두절로 이어지고, '스테판'은 거의 일주일 넘게 공항에서 노숙하는 신세가 된다. 영화 <#아이엠히어>의 주요 장면은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터미널>(2004년)을 연상케 한다.

<터미널>은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가 뉴욕 JFK 공항을 통해 미국 땅을 밟았으나, 고국 '크로코지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일시적 '유령국가'가 되어 고국에 돌아갈 수도, 미국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빅터'는 공항에 생활하면서, 친구도 새롭게 사귀고, 낯선 환경에 차차 적응해 나간다.
'스테판' 역시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사람들과 소주를 마시고, 혼자 공항 안에 있는 극장에서 한국영화(정우성, 김태희, 허준호 주연의 <중천>(2006년)이 상영됐다)도 즐기며, 푸드 코트에서 주방장과 함께 오리 요리를 만들기까지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터미널>과 달리 지금은 SNS 하나로 '유명 인사'가 된다는 것. '스테판'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무작정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날아와 공항에서 노숙하는 '프렌치 러버'라는 별칭으로 엄청난 팔로워를 만들어 냈는데, 문제는 '스테판'이 계속해서 '수'의 SNS 아이디를 남겼다는 것.

나이 차이도 있는 '인터넷 친구'가 갑자기 무턱대고 나타나, 자신을 찾으러 한국에 오면, 심지어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뉴스'까지 나오는 상황이 '수' 입장에선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스테판'은 우여곡절 끝에 '공항버스'에 오르고, '수'가 찍었던 회사 건물 사진(종로타워)을 토대로 '수'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회사에서 '수'를 발견한 '스테판'에게, '수'는 "눈치가 없다"라는 말을 한다. 그렇게 '스테판'과 '수'의 만남은 청계천부터 신당동 떡볶이 마을까지, 짧은 동행으로 마무리된다. '수'를 연기한 배두나는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진하게 줬다.
결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족과 같은 이야기도 있으나, 줄거리 소개는 여기서 끝내고 <#아이엠히어>가 주는 메시지를 살펴본다. 이 영화는 한국과 프랑스의 주된 문화 차이를 짚고 넘어간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눈치'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 속으로 생각하는 바가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태도를 의미한다.

이 '눈치'를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많지 않다. '센스(Sense)'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센스'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감각이나 판단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눈치'와 직접 대응이 되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속담 중에는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도 젓갈을 얻어먹는다"라는 게 있다. 눈치가 빠르면 어디를 가더라도, 군색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게 우리의 사회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타인의 눈치를 굳이 살피면서 살지 않고, '오지랖 넓게' 신경 쓰지도 않는 개인주의의 서구 문화와는 다르다. '스테판'을 예로 들면, 그는 동성 간에 키스를 목격하면서도 그 행동에 대한 '언급 자체'를 당사자나 타인에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신이 만나고 싶은 '수'를 향한 마음만큼은 그야말로 대쪽같다. 이것은 순수히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눈치'라는 표현의 유무와 상관 없이, '수'에게 부담감을 주는 행동만큼은 '눈치'의 영역이 아닌 '무례'의 영역으로 볼 수 있곘다.

그래서 이런 '스테판'의 여정 자체를 불쾌한 시선으로 볼 관객도 있을지도. 한편, 이 작품은 알랭 샤바와 샤를로뜨 갱스부르 주연의 로맨스 코미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2007년)으로 그해 프랑스 자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고,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빅 픽처>(2010년), 청각장애인 부모와 비장애인 딸의 이야기를 담은 <미라클 벨리에>(2014년) 등을 연출한 에릭 라티고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과 각본가 토마스 비더게인은 직접 인천국제공항에 일주일 동안 머무르며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는데, 전 세계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는 공항이 그 자체로 진정한 도시라고 생각했다는 에릭 라티고 감독은 강철과 유리로 이뤄져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인천국제공항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관객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덕분에 영화는 한국인도 잘 모르는 인천국제공항의 숨겨진 1인치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도 들기에(어떤 면에선 광고 같은 느낌도 받는다) 충분했다. 또한, 남산이나 광장시장, 석촌호수 등 다양한 서울의 관광 명소도 등장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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