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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신작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조회수 2020. 12. 7. 1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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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이웃사촌>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이웃사촌> ⓒ 리틀빅픽처스, (주)트리니티픽쳐스
언론 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의 분위기는 보통 엄숙하다. "영화를 처음 본 기자들이 과연 어떤 질문을 할까?" 감독과 배우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히 보이기 때문. 가끔 배우들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리액션이나, 답변이 나오면 웃음이 나오는 정도가 전부.

<이웃사촌>의 경우는 그보다 더 무거웠다. 그 이유야,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다 알법한 사안이니, 여기서 차치해 두더라도, 그날 기자간담회에서 들은 한 질문은 무언가 이환경 감독의 정곡을 찌른 것처럼 보였다. "1985년 자택 격리된 실존 인물을 연상할 부분이 있어서, 관객이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잠시, <이웃사촌>의 시놉시스를 살펴보자. 대선 출마를 고려 중인 정치인 '의식'(오달수)은 1985년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오래전부터 자신을 견제해 온 '안정부'(안기부로 보인다)의 기획조정실 '김실장'(김희원)에 의해서 강제로 자택 격리를 당한다.

'김실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도청팀장 '대권'(정우)에게 '의식'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고 명령한다. '대권'은 '의식'의 이웃사촌으로 위장해 이사를 들어 오고, 팀원들과 비밀 작전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권'은 점점 '의식'의 성품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본받게 된다.
이 정도의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실제 이야기와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른 국가의 영화. 1985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12대 국회위원 선거를 앞두고 귀국한다. 당시로는 국회의원 선거만이 그나마 '민주화의 가능성'을 높일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

당연하게도 안기부는 이를 방해했고, 귀국하자마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교동 자택으로 압송했다. 1987년 6.29 선언이 이뤄지기 전까지, 가택 연금은 계속됐다. 영화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중을 못 나가게 막았던 실제 일화가 유사하게 그려진다.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이웃사촌>의 보도자료엔 초입부터 이런 말이 등장한다. "본 자료에서 언급된 영화상의 인물, 소재, 스토리 관련 부분은 모두 영화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유사한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당연히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본 취재진 입장에서는 관객이 어떻게 봐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묻지 않을 리 없을 터. 이환경 감독은 "당시 이야기들이 크게 와닿았고, 그분들(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1979년 가택 연금된 바 있다)의 이야기를 어떤 톤과 매너로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이환경 감독은 이미 '천만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을 통해 코미디와 신파를 버무릴 경우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줬었다. 이 감독은 "정치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영화를 따뜻하게 보여주고, 사람들 간의 관계와 소통을 어떻게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많이 가는 부분은 스스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단절시켰다. 연상이 되는 지점이 있는데도, 그 연상과는 또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정치적인 느낌으로 이 영화를 보시지 마세요'라고 하기 위해서 초반의 분위기를 코믹하게 잡으려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야기의 접근을 이렇게 했다면, 다른 국가의 영화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타인의 삶>(2006년)일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약 5년 전의 동독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배우 '크리스타'(마르티나 게덱)를 감시하는 슈타지(비밀경찰) '비즐러'(울리히 뮤흐)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즉시 체포를 해야 했지만, 냉혈에 가까운 '비즐러'는 오히려 두 사람의 삶을 통해 감동해, 이전의 삶과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다.
물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수상작인 <타인의 삶>은 <이웃사촌>과 연기의 행동, 작품의 소재는 비슷할지 몰라도, 표현 방식은 차이가 있다. 이환경 감독의 말마따나, <이웃사촌>은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코미디와 신파 요소, 그리고 실화의 소재를 집어넣은 것뿐이다.

(<7번방의 선물> 역시 1972년, '춘천 강간살인 조작사건' 등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7번방의 선물>의 흥행 코드가 7년이 흐른 지금까지 유지될 리도 없다는 것.

<7번방의 선물> 이후 7년이 흘렀다. 우리 관객의 눈높이는 상당 수준 올라와 있고, 그 눈높이에 미치지 않은 영화는 흥행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2018년 2월, 촬영을 마무리한 <이웃사촌>이, 정상적으로 그해 개봉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는 흥행이 될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2017년 개봉했던 <택시운전사>, <1987>이 실화에 영화적 상상력을 적절히 버무려,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완성한 것과 달리 <이웃사촌>은 그럴 마음이 없이 줄타기를 시도했기 때문.
'정치인'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정말로 '정치적 메시지'를 소거해버린다는 게 가능할까? 심지어 1980년대의 이야기라면. 예를 들어, <이웃사촌>은 6.10 항쟁부터 6.29 선언으로 이어지는 국민의 움직임(당연하겠지만, 폭행당한 운동권의 학생은 주인공의 각성을 위해 등장했다)을 과감하게 지워버렸다.

그 대신 <이웃사촌>은 대체 역사물처럼 이야기를 풀어간다. '의식'의 훗날 모습은 우리가 아는 그 대한민국의 역사가 전혀 아니었다. 마치 '마블 코믹스'로 치면 평행 우주에 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웃사촌>은 나미의 '빙글빙글' 가사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처럼, 영화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깔린)휴머니즘인지, (영화에 교묘하게 깔린)정치적 메시지인지 분명치 않았다.

의미심장하게 '의식', '대권'으로 캐릭터의 이름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여기서 분명한 점이 있다. 이런 호불호가 갈려버린다면, 입소문을 받아서 흥행할 가능성 역시 적어진다는 것이다.

2020/11/11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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