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학자는 핵폭탄·원전 폭발의 시대가 올 걸 알았을까?

조회수 2020. 11. 2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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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마리 퀴리> (Radioactiv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마리 퀴리> ⓒ (주)디스테이션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을 통해, 우리는 한 번 쯤은 '마리 퀴리'의 성취를 들었을 터. 19세기 후반,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한 결과, 1898년 새로운 원소인 라듐과 플로늄을 발견하고, 1903년 여성 최초 노벨 물리학상(남편과 공동 수상)을 받았으며, 1911년엔 라듐을 분리한 공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성취 말이다.

영화 <마리 퀴리>는 통산 첫 노벨상 2회 수상자인 '마리 퀴리'(로자먼드 파이크)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마리 퀴리'의 성취가 훗날 어떤 결과물을 불러왔는지의 예시를 삽입하며 흥미로움을 준다.

영화는 1934년 '마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초기 방사능 연구가들이 그러하듯이, '마리' 역시 방사능에 피폭된 상황이었고, 신체는 병들어갔었다. 누워 있던 '마리'는 19세기 후반의 자신을 회상한다.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와의 첫 만남부터 시작되는 회상 장면은 당시 '마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학계에서 무시당해 연구실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때만 해도 참정권도 여성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상황이니, 남성 중심의 과학계는 '마리'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은 것. 하지만 '마리'는 자신의 집념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피에르'는 '마리'의 천재성과 열정을 알아보고 협업을 하자고 말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이내 '마리'는 '피에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결국,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면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새 원소들을 발견할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리'가 노벨상 후보에서 제외되자, 공동 수상을 받아야 한다며 '피에르'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 대목에서 부부는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피에르'가 세상을 떠나자, '마리'는 절망에 빠지고, 설상가상 사생활 문제가 황색 언론으로부터 이슈가 되면서, '마리'는 고통 속에 연구를 진행한다.

두 번째 노벨상을 받을 때, 스웨덴은 불참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마리'는 당당히 현장에서 수상 연설을 진행한다. 과학자의 사생활이 아닌, 과학자의 업적이 우선이라는 것.

결국, '마리'는 당시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회원들은 여성이 영원히 과학 아카데미 회원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까지 통과시켜버리고,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그 결의안은 폐지됐다. 첫 여성 회원은 '퀴리 부부'의 제자인 마르게리테 프레이가 됐다. 훗날, 마리 퀴리도 1995년 파리에 있는 팡테옹 국립묘지에 '유명 인사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은 첫 여성으로 안장된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마리 퀴리'가 '피에르 퀴리'의 '뮤즈'가 아님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작품을 연출한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은 "세상에서 그리는 여성 대부분은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딸, 자매처럼 항상 누군가의 무엇으로 표현된다. 두 사람은 각각 빛나는 영혼이었고, 당시 시대상에 비춰보면 그들은 상당히 현대적인 부부였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성별로 자신의 역할을 국한하지 않는 영화의 연출은, 영화의 홍보 영상 문구 중 하나로 등장한 '공대 여신'으로 '마리'를 포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 분야는 '공대'가 아닌 '자연대'였다. 또한, 해당 영상은 삭제 후 수정되어 재업로드됐다)

한편, <마리 퀴리>는 단순히 '마리 퀴리'의 일생을 따라가지 않고, 영화가 진행되는 사이, 부부의 업적이 만들어낸 미래를 담아낸다. 예를 들어, '피에르 퀴리'가 노벨상 수락 연설을 할 때, 1945년 원자 폭탄이 일본에 투하됐던 장면이 재연 드라마처럼 등장하는 것.
그 밖에도 의학 발전에 도움을 준 사례, 냉전 시기 미국의 네바다 핵실험,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영화 중간마다 들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마리 퀴리'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이 장면들이 모두 오버랩되어 펼쳐진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의 주제가 '마리'의 인생이 발견한 결과물로 바뀐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

사실, 이 작품의 원제는 '마리 퀴리'가 아닌, 방사능을 의미하는 'Radioactive'로('이매진 드래곤스'의 동명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관객도 있겠다), 로렌 레드니스의 동명 그래픽 노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폴 웹스터 프로듀서는 "라듐과 폴로늄의 발견은 세계의 역사를 바꿨다"라면서, "천재 과학자의 연구 과정과 이를 통해 발견된 강력한 두 물질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각본 작업을 통해 20세기의 역사 속을 누빌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2020/11/19 메가박스 동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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