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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유력 후보작, 로튼 토마토 '썩토' 받은 이유

조회수 2020. 11. 1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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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힐빌리의 노래> ⓒ 넷플릭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건, 위스콘신, 일리노이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 지역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방점을 찍게 해줬던 이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경제의 중심지 중 하나로, 호황을 누리던 곳이었다.

미국 철강 산업의 도시로 불리는 피츠버그,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디트로이트 등이 그 대표 도시. 그러나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자유 무역'이 증가하자 이곳의 경제는 '시쳇말로' 망해버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로보캅>(1987년)이었다. 반인간, 반로봇 상태가 된 형사의 활약을 담은 SF 액션 장르이지만, 당시의 디트로이트 풍경은 그야말로 몰락 중인 도시 그 자체였다.

예언이었을까? 디트로이트는 2012년 경제 전문지 '포보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비참한 도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러스트 벨트를 밀착 공략한 대통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특히 시골과 교외 지역 중심의 가난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 그리고 그 러스트 벨트의 표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그해 여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J.D. 밴스가 쓴 <힐빌리의 노래>는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후, 현재는 실리콘 밸리의 거부가 된 그의 인생 회고록이자, 동시에 미국 사회에 대한 성찰을 기록한 책이다. 여기서 '힐빌리'는 애팔래치아 산맥(러스트 벨트와 겹치거나, 그 지역보다 살짝 동부에 있는 습곡 산맥으로, 소설과 영화의 주 배경 장소인 켄터키 '잭슨', 오하이오 '미들타운'이 위치한다) 지역의 '저소득층 백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유사 비하 발언으로는 '화이트 트래쉬(백인 쓰레기)', '레드넥(햇볕에 그을려 목이 빨갛게 된, 교육 수준이 낮고, 정치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하는 백인을 모욕하는 표현)'이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J.D. 밴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 실제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나쁜 상황에서 최악의 방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회적 부패에 대항하기는커녕 그것을 더욱더 조장하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라고.

저자는 미국이라는 '숲'과 그 숲에 있는 '나무'의 이야기를 모두 대변하고자 했다. J.D. 밴스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선 군침이 도는 아이템이었다. 대선 이후인 2017년, 론 하워드 감독이 대표로 있는 이매진 엔터테인먼트는 작품의 판권을 사들인다.
론 하워드는 홈 드라마의 내러티브에 기반해, 당시 '최신 기술'을 활용했으며, 유명한 소설이나 논픽션 작품 원작 사용, 그리고 '영웅에 가까운 실화 인물' 소개에 일가견이 있는 할리우드의 대표 상업 영화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으론 <분노의 역류>(1991년), <아폴로 13>(1995년), 첫 아카데미 감독상 및 작품상 수상작 <뷰티풀 마인드>(2001년), <다 빈치 코드> 시리즈가 있다.

그중 최근 작품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년)가 안정적인 연출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기본을 이어가려 한 것처럼, <힐빌리의 노래> 역시 '정치적 의도'가 들어갈 만한 틈을 거의 배제한 무난한 각색을 진행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날 선 비판도 동시에 보여준 원작과 달리, 한 가족의 이야기인 '나무'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울창한 숲을 부감으로 잡은 영화의 티저 포스터와는 사뭇 다른 선택지였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가 전하는 시놉시스처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던 예일대 법대생이 가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조우하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는 감동 실화"로만 남게 됐다. 이것이 바로, <힐빌리의 노래>가 '로튼 토마토 비평가 지수' 26%(11월 12일 기준)라는 저조한 모습을 보인 이유이기도 했다.
한 평론가는 "인간적이고 섬세한 작품을 만들어 온 론 하워드 감독이 이번에는 감정 이입만 가득 채우고, 더 넓은 시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라는 싸늘한 평을 남기기도 했다. 로튼 토마토 지수가 공개되기 전만 하더라도, <힐빌리의 노래>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후보에 이름을 올릴 거라 예상됐었다.

하지만 26% 지수를 기록했으니, 이 영화로 넷플릭스가 그토록 염원하는 아카데미 작품상 혹은 다른 부문의 후보를 배출해내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힐빌리의 노래>가 아닐지라도,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당수의 넷플릭스 작품들은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물론, 이런 관계가 딱히 없는 우리 관객에게는 가족의 의미와 관계의 회복, 사랑, 가난 속에서 '개천의 용'은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큰 신파 요소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 것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26% 지수'와 별개로, 'J.D. 밴스'(가브리엘 바쏘)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가 펼치는 열연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에 이름을 올려도 충분한 것이었다. 약물 중독 상태를 온몸으로 표현한 에이미 아담스, 기존 작품의 우아한 이미지 대신 지혜가 있는 할머니로 변신한 글렌 클로즈의 모습은 작품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2020/11/11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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