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긴 친아버지 찾으러 떠난 임산부에게 생긴 일

조회수 2020. 11. 1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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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애비규환> (More than Family,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애비규환> ⓒ 리틀빅픽처스
지난 10월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은 침착하면서도, 뜨거웠다. 체온 측정과 QR 체크인, 팔찌 착용은 기본인 가운데, 이중 삼중에 걸친 영화관 출입 절차는 정말 이번 영화제가 온전히 '영화만을 위한 무대'임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그 덕에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이, 온전하게 영화를 보기엔 좋은 환경'을 자랑했다.

좌석 간 거리를 뒀으니, 영화를 관람하기엔 쾌적한,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그런데도 좌석 점유율은 평년 점유율을 웃도는 92%를 기록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는 것만이 다소 불편했을 뿐. 그런 영화제에서, 에디터가 가장 먼저 예매 전쟁에 나섰던 작품은 <애비규환>이었다.

11월에 개봉하는 작품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예매 오픈 25초' 만에 이 작품의 예매를 완료한 이유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아이돌 에프엑스의 크리스탈로 데뷔한 후, 드라마도 출연했지만, 영화는 처음인 정수정의 도전도 흥미로웠지만, 시놉시스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확 느껴졌기 때문.

영화의 제작사인 아토 ATO가 가족의 이야기, 특히 청소년의 이야기를 제법 잘 다루고 있는 것 역시 기대 포인트였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2015년)을 시작으로, <용순>(2016년), <살아남은 아이>(2017년), <홈>(2017년), <우리집>(2018년) 등은 모두 그런 맥락의 이야기를 담아냈었다.
믿고 보는 한국 독립영화 제작사로 성장한 아토 ATO의 신작, <애비규환>은 스물둘의 대학생 '김토일'(정수정)이 (나이는 스물인) 고등학생 과외생 '호훈'(신재휘)과 연애 중 임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5개월 후, '토일'은 일방적으로 자신이 세운 '출산 후 5개년 계획'을 내세우면서, '호훈'과의 결혼을 부모에게 선언한다.

당연히 어머니 '배선명'(장혜진)과 현재 아버지 '김태효'(최덕문)는 난색을 보인다. 부모에게 실망한 '토일'은 갑자기 15년 전부터 연락이 끊겨버린 친아버지(이해영)를 찾겠다며, 서울에서 불쑥 대구로 내려간다.

그사이 '호훈'은 어머니(강말금)와 아버지(남문철)로부터 "열심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라는 압박을 받게 되고, 불쑥 사라진다. '토일'은 '최씨 성을 가진 기술가정 선생님'이라는 단서로 대구 지역의 학교를 뒤지지만, 학교가 아닌 의외의 장소에서 친아버지 '최환규'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토일'은 '환규'를 보자마자 다시 상경하고, 서울에서 '호훈'마저 사라졌다는 소식에 모든 계획은 엉망진창이 된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참상'이라는 의미가 담긴 사자성어, '아비규환'에서, '아버지'를 홀하게 이르는 비표준어 '애비'를 결합한 <애비규환>은 이처럼 한 가족의 소동극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발견하고자 했다.
어린 시절 겪은 부모의 이혼 덕분에 '토일'은 이른바 '정상 가족'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됐다. 물론, 혼전에 임신을 하긴 했지만, 적어도 '호훈'이라는 체격도 좋고, '착한 멘탈(?)'의 남자라면, 자신의 아이에게는 '이혼'이라는 결과물을 안 보여주겠다는 확신이 섰을지도.

그렇게 '호훈'에게 '토일'은 "넌 정상적인 집에서만 살아서 몰라"라고 말한 후, '환규'를 찾아 나선다. 친아버지를 만나면 뭐라도 달라지리라 생각한 걸까? 하지만 '토일'은 오히려 대구에서의 여정에서 어머니가 왜 이혼과 재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됐는지를 이해한다.(이 과정은 플래시백과 다른 이들의 만남을 통해 전개된다)

작품을 연출한 최하나 감독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영화로, 감독은 "보통 사람들은 이혼이 무슨 '볼드모트'(<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빌런 '볼드모트'는 마법 세계에선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한다)라도 되는 것처럼 불행한 것으로 여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영화 속 '선명'의 말처럼, 이혼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행해서 이혼하는 것이다. 자기 삶의 오류를 인정하고 고치기로 한 사람도, 그로 인해 피를 섞지 않고 가족이 된 사람도 그 자체로 불행할 이유는 없다.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More than Family'인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터.
이 영화에서는 저마다의 이유로 어떤 선택을 내리는 이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최근에서야 '많이 줄어든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혼'은 숨겨야 하는 일이며, 그래도 '애들을 위해서' 참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남아 있다.

심지어 이혼 이후 남겨진 아이들마저도, '토일'처럼 손가락질당하는 분위기를 참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애비규환>은 각 캐릭터의 다음 상황을 지켜보는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다음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리고 그 희망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한다.

한편, <애비규환>은 주제뿐 아니라 흥미로운 설정을 여럿 두며, 소동극의 재미를 더해줬다. 먼저, 작품 속 '토일'의 어머니, 현아버지, 친아버지가 모두 교사 출신이라는 점이 있다. '선명'은 이성적이고 단호한 성격으로 '윤리' 교사로, 현아버지는 사자성어를 마치 <마법 천자문> 배틀하듯이 사용하는 '한문' 교사로, 가정을 끝까지 지킬 수 없었던 친아버지는 아이러니하게 '기술가정' 교사로 등장한다.
이런 설정과 더불어 '호훈'의 부모는 독특하면서도 개방적인 마인드를 지니며, 대조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세상 사람의 성격이 다양하듯이, 이 작품 속의 캐릭터 성격이 가지각색인 것 역시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여기에 기성 영화에 대한 90년대생 신인 감독의 오마주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극의 후반부에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과 '토일'의 가족이 대치하는 롱테이크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년) 속 장도리 롱테이크처럼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이며, 작품의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년)을 참고한 지점도 있는데, '토일' 가족의 결혼 예행연습 장면에서 나오는 줌 아웃 장면은, 이 영화가 최대한 '관찰자'의 서사로 이야기에 접근하고 싶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2020/10/25 영화의전당 중극장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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