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이후, 이 '커플'에게 생긴 일

조회수 2020. 11. 3.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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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담쟁이> (Take Me Home,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담쟁이> ⓒ (주)트리플픽쳐스
지난 5월에 열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사상 초유의 온·오프 동시상영으로 진행됐다. 한국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담쟁이>는 '웨이브' 플랫폼 상영 당시 '영화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해 개봉한 <윤희에게>, 지난 1월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여성 성 소수자 소재 영화가 독립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얻었기 때문에, <담쟁이> 역시 이런 연유로 '시청자'들이 찾은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담쟁이>는 작품은 두 영화에서 나오지 않은 '현실의 벽'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갔다.

계약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은수'(우미화)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예원'(이연)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돌아가신 부모님의 제사에 맞춰 친언니의 집에 가게 된 '은수'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은수'의 친언니는 세상을 떠났고, '은수' 역시 일시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상황.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는 두 사람의 일상을 흔들게 되고,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은수'를 지키고 싶은 '예원'은 자신을 밀쳐내는 '은수'가 야속하다.
한편, 아버지 없이 어머니 밑에서 자란 '수민'(김보민)은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든 소녀로, 오랜만에 만난 이모 '은수'가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보육원에 가야 할 상황에서, 이모 '은수'는 '수민'을 입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려면 법적인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와 달리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은수'는 자신이 짐이 될 수 없다고 여기며, '예원'과의 이별을 준비하려 한다.

<담쟁이>로 첫 장편 영화를 연출한 한제이 감독은 도종환 시인의 동명 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라고 끝난다.

한제이 감독은 "'은수'와 '예원', '수민'이 담쟁이 잎들과 같이 서로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 또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도 서로 연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라며, 작품의 제목 의미를 전했다.
이어 한제이 감독은 "대학원 졸업 시나리오 마감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지금의 마지막 장면의 원형인 아이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라면서,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는데, 이 아이가 누굴 기다리고 있겠냐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상하게 어떤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나 시스템의 희생으로 버림받은 아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영화 <담쟁이>는 거기서부터 시작하게 됐다"라며, 작품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한 감독은 이 작품이 퀴어 영화가 아닌, '가족 영화'로 분류되기를 원했다.

"이 영화가 퀴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 혹은 무관심한 사람들이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한 번이라도 '은수', '예원', '수민'이 가족으로 인정받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언급한 한제이 감독.

그래서 이 영화에는 '예원'이 직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급실 면회를 할 수 없게 한 장면이나,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고, 피켓을 든 1인시위자, 뉴스 보도에서 혐오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대화 등을 포함하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한다. 대안 가족 형태의 인정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또한, '수민'을 통해선 아동 인권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준다. 사실 이와 유사한 장르의 영화가 있으니, <초콜렛 도넛>(2012년)이 그 주인공이다. 다훈증후군 소년 '마르코'를 키우는 남남 커플 '루디'(알란 커밍)와 '폴'(가렛 딜라헌트)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

1970년대 말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당시 트래비스 파인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는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의 문제도, 백인이냐 흑인이냐의 문제도, 부자이냐 가난한 자이냐의 문제도 아닌, 자녀를 빼앗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보편적인 고통의 문제다"라면서,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담쟁이>도 '수민'의 양육권을 놓고 고심하는 '은수'의 상황을 통해, "부부는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현행 법체계 제도가 각 개인의 행복을 차단하는 주체가 되어서 안 된다는 생각을 담아내고자 했다.

물론, 작품은 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그 생각을 넘기려 한다. 아역 배우 김보민의 활약은 그래서 인상적인데, '수민'의 감정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대사를 소화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담쟁이>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한다. '은수'는 선천적인 장애가 아닌, 교통사고를 통해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아니었던 일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힘들고, 화장실에 제대로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다.

'예원'은 무작정 '은수'를 돕고자 하지만, '은수'는 이 모든 것을 거절하려 한다. 그리고 '예원'에게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아무리 몸이 힘든 상황이지만, 이런 일에서 타인의 도움,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오히려 자신의 존엄을 해하는 일이라 여겼을 터.

이 장면을 통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을 그저 불쌍하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 바라보진 않았는가? 다시 말하면, 누군가를 돕는 일이 정당화되려면, 상대방의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도우려는 의도 자체는 '선의'가 있겠지만, 그 '선의'와는 관계없이 도움을 받는 이에게는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장애인의 인간 승리 서사로부터, 비장애인이 꿈과 희망을 찾는 딜레마도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당연하게도, 관객에게 이러한 포인트를 어필하기 위해선, 배우들의 케미가 중요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두 배우의 절절한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았다. 한제이 감독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관람하던 중 우미화 배우의 모습에 '은수'를 확신하게 됐다.

한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하자마자, 우미화 배우에게 건넸다고.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은 우미화는 "<담쟁이>는 아프지만 담담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라면서, "성 소수자든 누구든 일상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사랑과 가족에 관한,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라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담쟁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는 단연 '예원'을 맡은 이연이었다. 이연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리고 있으며, tvN 드라마스테이지 <파고>나, KBS 드라마스페셜 <굿바이 비원> 등 단편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한제이 감독은 "캐스팅 이후에 배우들이 촬영 전에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데이트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라면서, "<담쟁이>는 둘이 친해지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다룬 게 아니라, 이미 3~4년을 사귄 커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두 배우가 서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제일 중점에 두고 준비를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2020/10/30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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