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테넷'을 어렵다고 한 이유

조회수 2020. 8. 2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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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테넷> (Tenet,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테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은 늘 한결 같다. '관객과의 대화'(GV) 행사가 아닌 이상, 감독은 영화 자체를 통해 관객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경우는 자신의 편집술이나, 과학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을 통해 관객과 대화했다.

<테넷>의 전개나 편집 방식은 그가 이전에 나눴던 <메멘토>(2000년),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와 유사하다. 영화의 재생 시간에 따라 영화 속 이야기의 '시간순서'가 그대로 전개되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꿈과 우주에 관한 과학 이론을 자신만의 세계로 풀어낸 것처럼, 이번엔 열역학과 양자역학을 건드린 것.

<인셉션>에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에게 '인셉션'의 기본 법칙을 파리에서 설명하거나,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매튜 맥커너히)에게 블랙홀의 모양이나 상대성 이론을 주변 과학자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이 작품도 기본 규칙에 대해선 한 과학자(클레멘스 포시)가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

이 과학자의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대사는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말처럼 들렸는데, '관객과의 심리전'을 선언한 느낌이었다. 현실적으로 그려진 '오페라 극장 테러'로 관객의 마음을 한 번 요동친 후에 일으킨 심리전이었으니.
이 대사는 전투가 진행 중인 클라이막스에서 한 번 더 언급된다. '사토르'(케네스 브래너)가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에게 "이해가 되냐"는 내용의 말을 꺼내기 때문. 크리스토퍼 감독의 심리전에서 진 관객은 "어렵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똑같이 과학 규칙을 설명한 후 작전에 나섰던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와 달리, <테넷>을 본 관객들은 "어렵다"라는 반응을 더 많이 보여줬다. 그 확신이 든 것은 영화에 관심이 많은 관객들이 예매 전쟁을 펼쳤던 IMAX 관람을 마치고 난 후였다. 10명 이상의 관객들이 "어렵다"라고 말하고 지나간 것을 들었기(억지로 듣지 않으려 해도, 귀에 잘 들렸다) 때문.

그렇다면, 왜 <테넷>은 '어렵다'라는 인상을 지니게 했을까? 대규모 예산으로 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엔 일종의 법칙이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중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하면 된다는 것.

극에서 '닐'(로버트 패틴슨)이 언급한 '할아버지 역설'(타임 패러독스)을 소재로 한 <백 투 더 퓨쳐> 시리즈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물리학'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하다못해 '할아버지 역설'이 다 거짓말이라고 말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만 하더라도, 간단한 설명으로 완벽하게 정리된다. 다만, 이전 영화들을 봐야 잘 이해된다는 것이 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전작인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는 어느 정도 관객이 이해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다음 단계로 작품의 전개를 펼쳐나간다. 꿈의 단계라는 것과 '킥', '림보'와 같은 단어를 설명해준 이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고 판단되면, 그 내용을 현란하게 보여준다.

<인터스텔라>에선 생각이 있는 과학자라면, 일부러 갈 필요도 없어 보이는 바다 행성에 다녀온다. 그래야 '상대성 이론'을 효과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 그런데 <테넷>은 에스토니아의 고속도로 장면부터 폭주한다. 관객이 이해할 시간을 주지 않고, 현란한 영상과 편집술로 따라가기에 급급할 정도로 전개한다.

심지어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는 주로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시점으로 전개된 영화가 '닐'의 시점으로도(심지어 '인버전' 된 '닐'과 섞어 등장한다) 전개되기 때문에, 관객은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다. 집중하고 보면, '내가 뭘 놓친 게 있나?'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머리가 아파지는 셈. 하필 그때 나오는 것이 서두에 설명한 '사토르'의 대사다.
덕분에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어렵다"로 고착될 수밖에 없는 것. 놀란 감독의 전작인 <덩케르크>가 1주일, 1일, 1시간으로 구성된 '철수 작전'을 나눠서 보여줬지만, 기본적으로 생존에 대한 한 서사로 귀결되기 때문에, 이해가 어느 정도 빨리 된다는 것과 대조된다.

물론, 모든 영화가 모든 대중들에게 '폭넓게 이해될 필요'나, '친절해질 필요'는 절대 없다. 더욱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은 'N차 관람'을 해야 재밌다.

예를 들어, <메멘토>만 봐도, 처음엔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끼면서" 관람한 후, 그 시점을 따라가며 2회차로 보게 되면, 놀란 감독의 의도에 그야말로 놀랄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코로나19'의 위중한 상황으로, N차 관람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관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테넷>의 어려움은 작품의 흥행을 방해할지도 모르겠다.

2020/08/22 메가박스 목동
2020/08/26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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