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소녀는 그렇게 사랑을 배웠고, 욕망을 채운다

조회수 2020. 8. 21.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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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워터 릴리스> (Water Lilies, 2007)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워터 릴리스> ⓒ (주)영화특별시SMC
2020년 1월, 칸영화제 각본상, 퀴어종려상 수상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국내에서도 개봉하면서, 셀린 시아마 감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약 15만 관객을 동원한 덕분에 기획전에 이어, 셀린 시아마 감독의 초기작들도 하나둘 '정식 개봉'을 진행했다.

지난 5월 자신의 성 정체성에 고민이 많던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톰보이>(2011년)에 이어 찾아온 작품은 <워터 릴리스>(2007년). 그리고 또 다른 장편인 <걸후드>(2014년)는 오는 11월 개봉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첫 장편 작품인 <워터 릴리스>는 지금 언급한 두 작품이 교묘히 포개진 것처럼 보였다. 미성년 시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사랑에 대한 여성의 욕망 모두를 담은 것. '마리'(폴린 아콰르)는 친구 '안나'(루이즈 블라쉬르) 때문에 억지로 간 수영장에서, 우연히 싱크로나이즈드 팀 주장인 '플로리안'(아델 에넬)에게 반한다.

'마리'가 어떻게 하면 '플로리안'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 '안나'는 대회가 끝나 옷을 갈아입던 중 우연히 수영부 남자애 '프랑수아'(워렌 자킨)를 만나게 되고, 그를 '첫 키스 상대'로 찜한다. 그러나 '프랑수아'는 '안나' 보다는 '플로리안'을 좋아하고 있었다.
한편, '마리'는 무작정 '플로리안'을 찾아가 수영장에 들여보내 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고, '플로리안'은 '마리'를 이용하는 동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리'는 '친구 비슷한 사이'가 됐다는 것 이상을 꿈꿨는데, '플로리안'의 집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사소한 것을 알고 싶어한다.

쓰레기통에서 '플로리안'이 먹다 버린 사과마저 아무렇지 않게 먹을 정도로. '마리'가 짝사랑으로 고생하는 사이, '플로리안'은 남자애들의 '여왕벌'로 사는 것보다 속마음을 말하고 싶은 사람을 찾고 싶었다. 그사이 '안나'는 '프랑수아'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훔친 선물과 고백 쪽지를 동원해 첫 키스와 첫 섹스를 시도한다.

2007년에 나온 <워터 릴리스>에선 특이점이 있다. '핸드폰'이 널리 보급되던 시기에 등장한 '10대 이야기'임에도, 주인공들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문자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핸드폰'이 없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그렇게 '애달픈 짝사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의도적 선택이었다. 세트나 의상 등 모든 영역에서 관객에게 '시대적 모호성'을 부여하기로 한 것. 그래서 1960년대에 갑자기 생겨날 것 같은 공간이자, 평범한 중산층이 살 것 같은 도시 외곽에 로케이션을 진행하면서 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여기에 셀린 시아마 감독은 '수영장'을 세 여성의 욕망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누군가에게는 좁고, 답답한 공간이어도, 반대로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다양한 의미로 풀이되는 곳인 셈. 셀린 시아마 감독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나서는 선수들이 마치 인형들로 만든 작은 군인처럼 느꼈다고 했다.

이는 매우 고난도의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어 보이지 않도록 계속해서 미소를 지어야 하며, 수면 아래에 가려져야만 하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작품은 평소 올림픽 중계에서 나오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은 기본이며, 싸워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연출을 펼쳐냈다.

다시 작품의 주제로 넘어가, 이 작품은 세 소녀의 연결되면서도, 엇갈리는 성장 이야기를 보여준 영화다. 낭만의 순간이나, 대상화한 소녀들의 '첫 연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일종의 내레이션 없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 상황에서 '플로리안'이라는 인물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대화를 통해서, 10대 소녀들에게 요구된 '여성성'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 여성성을 깨뜨린 인물이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성에 대한 호기심을 적극적으로 체험해 보고 싶어 한 '안나'의 모습이었다. 물론, <몽정기 2>(2005년)와 같은 영화는 있겠지만, 이 작품의 결은 매우 다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절제된 표현이 돋보이는 대목은 또 있다. 처음 '마리'가 '플로리안'에게 빠지는 장면을 예로 들어본다면, '플로리안'이 시합 중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베르디의 '레퀴엠' 중 '진노의 날'이었다. 강렬한 임팩트를 지닌 음악답게, '마리'는 '플로리안'에게 푹 빠지고 만다.

"진노의 날이 다가오면, '다윗'과 '시빌라'의 예언대로 세상의 만물이 재가 된다"는 내용이 담긴 '진노의 날' 초반 라틴어 가사는 이질감이 들면서도, 묘하게 작품에 녹아든다. 이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마지막 장면에 흘러나오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 만큼이나 관객이나 캐릭터의 마음을 졸여오게 해줬다.

2020/08/18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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