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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소녀를 통해 성장한 소년, 어디서 봤죠?

조회수 2020. 6. 15. 18: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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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너는 달밤에 빛나고> (You Shine In The Moonlight,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너는 달밤에 빛나고> ⓒ (주)이수C&E
* 영화 <너는 달밤에 빛나고>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기 있는 일본 '학원 로맨스'에는 일종의 공식이 존재한다. 주요 서사가 소년의 성장, 병에 걸린 소녀의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8년)처럼.

<너는 달밤에 빛나고>도 이 두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몇몇 공식을 그대로 차용, 새로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진부한 이야기를 구축한다. 익숙한 공식을 옮겼지만, 이런 장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매우 크다. 마치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슈퍼 히어로 작품들이 익숙한 서사를 답습하면서도, 꾸준히 관객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작품에 극중극처럼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수 세기를 넘어서도 회자되는 이유 역시, 이런 장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키기에 딱 맞는 작품이기 때문일 터. 이뤄질 수 없는 젊은 남녀의 치기 어린 사랑에서 나오는 감정은 수백 년이 지나도 여러 각색을 통해 레퍼런스되어 내려오고 있다.
츠키카와 쇼 감독은 실사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연출한 이후, 다시 한번 유사한 작품의 메가폰을 잡게 됐다. 심지어 원작이 있다는 것도 비슷한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스미노 요루의 소설(2015년)을 바탕으로 했다면, 후자는 사노 테츠야의 소설(2017년)을 원작으로 한다.

2년의 차이를 두고 나온 소설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고, 심지어 영화의 경우엔 감독과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키타무라 타쿠미까지 그대로 옮겨오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두 작품의 공통적인 주제는 '생(生)'과 '사(死)'다.

작품을 제작한 프로듀서, 키시다 카즈아키는 "하루의 가치가 모두에게 같고, 사람이 '산다'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것. 동시에 죽음에 직면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며, 그것에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가. 그리고 한정된 시간에서 살아왔던 '밀도'가 인생을 빛나게 한다고 호소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결말을 보여주는 돌직구 전개를 선택한다. '마미즈'(나가노 메이)의 장례식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 소녀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끌고 간다. '타쿠야'(키타무라 타쿠미)는 누나의 자살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새 학기가 되면서, '타쿠야'는 반 대표로 학교에도 안 나오는 동급생 '마미즈'의 쾌유 메시지가 담긴 롤링 페이퍼를 전해주러 병실에 간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해 제대로 등교를 한 적도 없는 '마미즈'는 생이 끝나갈수록 몸에서 빛이 난다는 희귀병, '발광병'을 앓고 있었다.

병문안 중인 '타쿠야'는 실수로 '마미즈'의 친아버지가 준 스노우볼을 깨트리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자 '타쿠야'는 '마미즈'의 '버킷리스트 대행' 부탁을 들어준다.

매일 죽을 날만 기다리던 '마미즈'는 '타쿠야'에게 놀이 공원 가기, 홈런 치기, 노래방 가기, 카페 아르바이트하기, 이혼 중인 친아버지를 만나기 등 소소한 소원을 들어주고, 장난기 섞인 부탁으로 '번지 점프하기'를 추가하기도 한다. 병실에 있던 '마미즈'에게 빨간 구두를 선물할 정도로, '타쿠야'는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그러나 '마미즈'의 어머니는 이런 '타쿠야'에게 거리를 두고, 더는 오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한다. 슈퍼문이 뜨던 날, '타쿠야'는 몰래 병실에만 있는 '마미즈'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 슈퍼문을 보여주고, 무리한 탓인지 '마미즈'는 몸에서 빛을 내며 쓰러진다.

자책하던 '타쿠야'는 더는 '마미즈'를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미즈'가 하고 싶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배역을 자신이 맡겠다고 자원한다. 그리고 '타쿠야'는 "보고 싶다"는 '마미즈'의 연락을 받고는 곧장 병원으로 향한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톤에서 나오는 두 사람의 절절한 모습이 인상적이나, 단조로운 버킷리스트가 반복되면서 서사의 탄력은 다소 떨어진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다>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예로 들면, 그래도 두 사람이 조금씩 케미를 쌓아가는 '병원 외부 데이트' 장면이 있지만, 이 작품은 그런 장면이 사실상 없기 때문.
마치 '코로나19' 시대의 흐름이기도 한 '비대면 데이트' 장면은 보이지만, 그 자체로 전작들만큼의 케미는 나올 수 없었다. 특히 예고편에서 나왔던 둘만의 데이트 장면은, 알고 보니 마지막 장면에나 나오는 '생각'이었고, 이는 관객에 따라 배신감과 아쉬움이 들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익숙한 주제나 서사보다는, 팬들의 말마따나 '청춘스타'들의 매력이 주요 관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키타무라 타쿠미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나'를 통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었고, 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 특유의 애틋함이 묻어나는 연기를 펼쳐낸다.

그리고 <내 이야기!!>(2015년), <한낮의 유성>(2017년) 등의 학원물 로맨스 영화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나가노 메이는 '마미즈'의 싱그러움과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특히 클라이맥스 '옥상 부탁 장면'은 연기를 지켜보던 츠키카와 쇼 감독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짠한 대목이었다.

2020/06/12 CGV 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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