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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마시고 2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여자

조회수 2020. 6. 11.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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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프랑스여자> (A French Woman,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프랑스여자> ⓒ 롯데엔터테인먼트
'미라'(김호정)는 20년 전 배우를 꿈꾸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통역가로 파리에 정착한다. 남편과 이혼 후 '미라'는 오랜만에 서울을 찾고, 공연예술아카데미를 함께 수강했던 오랜 친구들을 만난다.

그곳엔 현재는 영화감독으로 있는 '영은'(김지영), '미라'의 후배이자 현재는 연극 연출가로 있는 '성우'(김영민)가 있었다. 20년 전, 종종 술을 마시던 술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미라'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미라' 앞에는 프랑스로 떠나기 전의 과거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곳엔 세상을 떠난 '마리'의 친구, '해란'(류아벨)도 있었다.

현재와 과거, 꿈과 현실, 기억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미라'는 지나간 순간을 더듬어 본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제대로 없다. 영화 <프랑스여자>는 극 초반부터, 프랑스 유학을 가게 된 '미라'의 과거 송별회 현장을 보여주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판타지한 구성을 선보인다.

20대의 모습을 한 친구들과 마주하게 된 40대 '미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이고, 이는 '미라'가 살아가던 경계인의 삶을 그려낸다. '미라'를 맡은 김호정은 임권택, 신수원, 봉준호 감독 등 주로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에 사랑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도 밀도 높은 연기를 극에 풀어낸다.
'미라'의 삶은 폴란드, 프랑스 등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김희정 감독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난 것이었다. 김희정 감독은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만난 여성 예술가나, 외국에서 일상을 사는 한국 여성들이 작품에 많은 영감을 줬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 구성에 대해서는 "과거이기에 (컬러에서) 흑백이 된다거나, 카메라의 형식(화면 비율의 변경)을 갑자기 바꾼다거나, 이런 방식보다는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섞이길 바랐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엔 크게 두 작품이 레퍼런스된다. 먼저, 해롤드 핀터의 희곡 <배신>은, 주인공 '로버트'와 아내 '엠마', '로버트'의 친구 '제리'의 삼각관계를 통해, 서로에 대한 거짓말과 배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 작품 <쥴 앤 짐>(1961년)도 빼놓을 수 없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를 통해 삶과 사랑에 관한 성찰을 담아내며, '누벨바그 영화'의 대표작으로 뽑힌다. <쥴 앤 짐>에 등장한 르 물랑의 호숫가는, <프랑스여자>에서도 고스란히 로케이션 촬영으로 만날 수 있다. '미라'의 남편 이름이 '쥘'(알렉산드르 구안세)인 것도, <쥴 앤 짐>의 캐릭터에서 따온 이름(Jules)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 '미라'의 친구들의 감정선도 이 작품에선 중요한 관람 포인트였다. '영은'은 솔직하면서 긍정적인 성격이고,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임을 자청하려 하는 인물. 하지만 자신과 다르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미라'가 낯설게만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성우' 역시 솔직한 성격이면서, '미라'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20년 전 '미라'에게 고백했을 때는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이고, 현재엔 아내가 있다는 것이다. '성우'를 연기한 김영민이 최근 출연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속 바람둥이 유부남 '제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끝으로, '해란'은 20년 전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미라'와 함께 배우의 꿈을 키워나갔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된 '미라'와 달리, 연극무대에서 나름 배우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예민하고 불안정한 성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해란'은 2년 전 세상을 스스로 떠난다.

'해란'을 연기한 류아벨은 <연애담>(2016년)의 '지수'나, <샘>(2017년)의 '그녀'를 연기하면서, 독립영화계에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로, 이번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2020/06/05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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