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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괴물 앞에서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나?

조회수 2020. 6.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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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언더워터> (Underwater,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언더워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영화 <언더워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더워터>는 꽤 오랜만에 등장한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의 심해 괴생명체 소재 영화다. 충무로에선 <7광구>(2011년)의 흥행 실패로 인해, 해당 장르가 등장하자마자 소멸했지만, 할리우드에선 장르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레비아탄>(1988년), <딥 식스>(1989년), <어비스>(1989년), <스피어>(1998년) 등 대표적인 바다 탐사 중 일어난 심해 습격을 다룬 작품들이다.

이런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이유는 별것 없다. 아직도 우리는 지구의 70%에 해당하는 바다 밑 세계에 대해 완벽히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고, 알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충분히 공포의 소재로 이용될 수 있다.

이런 연구조차 없었던 시절엔 숭배와 동시에 두려움의 존재로 해양 괴생명체는 인간에게 다가왔다. 각종 문헌이나 그림에 등장하던 심해 괴생명체(<언더워터>에서도 해양 생물학 대학원생 '에밀리'(제시카 헨윅)가 신화에 나올 법한 그림을 보고 걱정하는 대목이 나오며, 이는 영화에서 그대로 재현된다)는 그런 호기심을 나름 형상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언더워터>는 왜 다시 이런 심해 괴생명체 영화를 꺼낸 것일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자연의 경고처럼 보이는 대목도 오프닝과 엔딩의 언론 보도를 통해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생각을 해봤다.

윌리엄 유뱅크 감독은 '희생'과 '용기'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독특한 인디 SF 영화 <러브>(2011년), <더 시그널>(2014년)을 통해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시대를 초월한 만남을 통해 인간은 '상호 관계'를 통해 인간임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러브>, 해킹과 외계 생명체의 독특한 조우와 더불어서 불친절한 전개로 인해 호불호를 낳았던 <더 시그널>을 통해 윌리엄 유뱅크 감독은 떠오르는 SF 장르 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특히 <더 시그널>이 선댄스영화제와 시체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자,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은 그의 이름을 주목하게 됐다.
<언더워터>는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한 후, '20세기 폭스'의 이름을 달고 나온 마지막 영화였다.(<콜 오브 와일드>부터 '20세기 스튜디오'라는 이름과 함께 그 유명한 팡파르가 나온다) 대규모 블록버스터 예산 만큼은 아니지만, 약 5천만 달러가 넘는 예산이 사용되다 보니, 윌리엄 유뱅크 감독의 선택지는 전작들보다는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에이리언> 시리즈나, 앞서 언급한 영화들이 받지 않은 'PG-13' 등급을 얻을 정도로, 영화는 잔인한 장면을 제한된 쇼트나 상황으로 보여줘, 몇몇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윌리엄 유뱅크 감독은 나름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마리아나 해구'의 어두운 해저로 내려가는 선택지를 택한다. 엄청난 고립감과 무력감을 주는 장소임을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을 터.

지상 11km 아래 해저 공간, '케플러 기지'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 깊이의 시추'라는 기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회사, '티안 산업'은 자신들이 뽑아내는 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라고 말한다. 이런 미래를 위해서 갈려지고 있는 이들이, 전기 엔지니어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한 기지의 대원들이다.
이들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데, 대부분 '희망이 없는', 빛이 꺼져버린 '절망'이었다. '노라'는 홀로 잠수에 나선 연인이 실종되는 사건을 겪고, 고통 속에 어둠의 바다로 일터를 옮겨 생활하게 된다. 기지의 선장 '루시엔'(뱅상 카셀) 역시, 자신의 딸이 죽은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딸이 세상을 떠났던 나이로만 딸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연들은 초반부가 아닌 중후반부에나 등장한다. 영화의 초반 5분이 인류의 욕망으로 깨어난 괴생명체가 사정없이 '케플러 기지'를 박살(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을 어느 정도 유추하는 선에서 끝낸다) 내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

영화는 '케플러 기지'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어두운 해저 밑바닥을 걸은 후, 옆 기지 '로벅'으로 가야 한다는 설정을 통해, 자신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탈출은 괴생명체 덕분에 순탄치 않고, 그 과정에서 영화는 '희생'과 '용기'를 강조하는 선택지를 여러 차례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행동이 반복되는 것. 예를 들어, '로드리고'(마무두 아티)는 헬멧에 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헬멧 대신 다른 헬멧을 '노라'에게 전달하고, 자신은 죽고 만다. '파울'(T.J. 밀러)도 '스미스'(존 갤러거 주니어)에게 탈출 순번을 양보해주고, 괴물에게 당한다.
'루시엔'도 '노라'를 지키기 위해 자폭을 선택한다. 결국, '노라'는 타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지를 꺼낸다. 가장 겁이 많았던 인물 '에밀리'와 '에밀리'의 연인 '스미스'(존 갤러거 주니어)의 생존을 위해서. '에밀리'는 대원들의 용기 있는 희생을 보며, 자신 역시 용기를 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힘을 낸다.

'노라'는 마지막 순간으로, 영화에서 가장 밝은 장면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적어도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했던 행동을 생존자 두 사람은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 희생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봤다는 의미에서, 그런 미소를 띠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용기와 희생은 여러 재난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다가온 것이기에, 딱히 새로운 선택지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희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은 욕망과 혐오 등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요즘 보기엔 나쁘지 않은 선택지일지도 모르겠다.

여담으로, 그래도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한 괴생명체를 큼지막하게 보여주던 장면만큼은 큰 스크린에서 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괜찮았다.

2020/05/29 CGV 영등포 스타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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