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비상금 들고 튄 막내 잡으려는 모녀에게 벌어진 일

조회수 2020. 6. 5. 14: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초미의 관심사> (Jazzy Misfit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초미의 관심사> ⓒ 트리플픽쳐스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던 '순덕'(김은영)에게, 오랜 기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엄마'(조민수)가 온다. 막내 '유리'(최지수)가 갑자기 '엄마'의 가겟세를 들고 어디론가 튀었다는 것. 혹시 몰라 언니 '순덕'도 비상금 통을 열어보니, 돈은 마찬가지로 사라진 후였다.

'내키지 않은 상황'에서 '순덕'은 '엄마'와 함께 하루만 참자는 다짐과 함께 '유리'를 찾아 나서지만, 이내 '순덕'과 '엄마'는 사사건건 다툰다. 왕년에 가수를 꿈꿨으며, '이태원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을 지녔던 '엄마'는 '유리'를 찾고자 동네를 누비면서, 수십 년 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눈치 없이 인사를 나누며, 오지랖을 과시한다.

가뜩이나 '순덕'은 동료 요청에 따라 낮 공연을 진행하기로 하는데, 하필이면 '건물주 아들'(박종환)이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는 무대였던 것. '건물주 아들'의 추태를 보다 못한 '엄마'는 프러포즈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조금씩 참아왔던 '순덕'은 폭발하기에 이른다. 과연, 이들은 서로 화해를 하고, 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이처럼 <초미의 관심사>는 흔한 버디 영화의 형식을 따르지만,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잘 이용한 작품이었다. 최근 이태원은 유난히 뜨거운 장소였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청춘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무대였고, '코로나19'의 집단 감염이 진행되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등장한 <초미의 관심사>는 들꽃영화상 다큐멘터리 작품상 수상작인 <이태원>(2016년)의 모습을 더 떠올리게 한다. 용산 미8군 기지촌으로 성장한 '이태원'을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세 여성의 일상을 통해 바라본 것.

작품의 대사를 통해 자연스레 '엄마'는 일명 '양공주'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기지촌에서 태어난 '엄마'는 나름 딸을 잘 양육하려 했겠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긴 힘들었을 것이며, 그 역사는 대물림됐다.

'엄마' 역시 어린 나이에 두 딸을 낳았으며, '순덕'은 이런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했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런데도 '순덕'의 주 활동 무대는 '이태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 남은 '유리'마저 그렇게 나가버렸으니, '엄마' 입장에선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갔을까?

이 작품에서 '엄마'와 '순덕'의 관계는 '개연성' 없이 뭉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개연성'은 없어지지만, 어쩌면 그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지만, 처음부터 순탄대로 연결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개연성 파괴'인 셈이니.
작품은 모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시작해, 다양한 캐릭터로 '이태원'의 민낯을 드러낸다. 타지인이 보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처럼 보이겠지만, 영어는 할 줄 모르는, '이태원의 지리를 정복했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이정복'(테리스 브라운) 캐릭터.

드랙퀸 분장을 하고 바에서 춤을 추던 '마이클'(이수광), 게이 커플인 '타투샵 사장'(김지훈)과 그의 애인(김남호), 타투샵에서 '싱글맘'으로 일하는 직원(안리나), 실제 트랜스젠더로 <죽여주는 여자>(2016년)에서도 '티나'로 활약했던 배우, 안아주의 '사랑' 캐릭터가 대표 사례다. 상업 드라마인 <이태원 클라스>에서는 잘 다룰 수 없는 민낯을 모조리 꺼내든 셈.

또다시 기어 올라오는 각종 '헤이트 스피치' 등을 생각해본다면, 이 상황에 이 작품이 개봉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오죽하면 상영 전 무대 인사에 참석한 '치타'(자신을 '신인배우 김은영'이라 먼저 소개했다)도 "시원하게 웃고, 감정을 잘 소비하고 가시길 바라고, 어떤 달라진 생각 하나 정도 가지고 나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겠는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로 작용하는 대목은 김은영이 주목했던 포인트였다. 음주 운전을 하려던 두 남자의 '혐오 발언'에 기겁한 주·조연들이 돌격하는 장면(마치 '이태원의 어벤져스'가 어셈블하는 느낌이었다)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묘한 씁쓸함을 줬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 단연 짚고 가야 할 것은 '신인배우 김은영'의 힘이었다. 첫 장편 영화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캐릭터 분석을 보여줬다. 여기에 치타의 남자친구로 더 유명해진 남연우 감독은 '순덕'의 캐릭터를 더욱 아름답게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약 90여 분의 작품 상영 시간을 놓고 볼 때, '순덕'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심지어 대부분이 본인의 주 음악 세계였던 랩이 아닌 발라드 톤의 곡이었다)이 약 10분 정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지막 노래를 통해 왜 이 작품이 <초유의 관심사>가 아닌 <초미의 관심사>인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2020/05/30 CGV 용산아이파크몰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