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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명의 목숨 구하고 전사한 영웅, 명예는 누가 구할까?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라스트 풀 메저> (The Last Full Measur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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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에이브라함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 그는 연설을 통해 "전사자들이 '마지막 헌신'을 바쳐 지키고자 한 대의를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들지 않도록 다짐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에서 나오는 '마지막 헌신'인 '라스트 풀 메저(Last Full Measure)'가 지금 소개할 영화의 제목이다. 영화는 베트남 전쟁 당시, 300회에 가까운 구조 활동으로 60명 이상의 전우를 구했던 공군 항공구조대원 '윌리엄 피첸바거'가 사후에 '명예훈장'을 받게 된 실화를 극화했다. 죽기 직전까지 전우를 구조하기 위해, '마지막 헌신'을 다했다는 것이 작품의 내용.

영화는 1966년, 가족과 전우들에게는 '피츠'라는 애칭으로 불린 '윌리엄 피첸바거'(제레미 어바인)의 마지막 순간이 된 '애블린 작전'과 1998년, 국방성 소속 변호사 '스콧'(세바스찬 스탠)의 추적기를 교차로 편집해 전개한다.

'피츠'는 '명예훈장'보다 한 단계 낮은 '공군십자훈장'을 1966년 사후에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전우들은 국가로부터 '피츠'의 희생이 충분치 않은 대우를 받았다며, '명예훈장'을 거듭 상신했지만, 심사는 번번이 누락되고 말았다.

출처영화 <라스트 풀 메저> 사진 ⓒ (주)삼백상회

이어 영화는 친절하게 '스콧'의 주변 인물이 말해주는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명예훈장'의 의미를 짚어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서 활약한 '조지 스미스 패튼' 4성 장군이 '지휘권'을, 연합군 총사령관 이후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직'을 명예훈장과 맞바꾸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는 것.

명예훈장은 적과의 전투 중 자신의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용맹을 보여준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이기에, 어찌 본다면 군인이 받는 훈장 가운데 '가장 영예로운 훈장'이라고 영화는 전한다.

당연히 '피츠'도 이런 자격이 충분했지만, 이상하게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피츠'의 명예 회복에 앞장선 퇴역 공군 중사 '툴리'(윌리엄 허트)는 끊임없이 국방부에 방문해 '피츠'의 '명예훈장' 추서를 간곡히 호소했었다. 결국, '스콧'은 상부의 지시 때문에, '툴리'를 만나게 되고, '피츠'의 명예 회복 임무에 나서게 된다.

'스콧'은 먼저, '피츠'의 아버지인 '프랭크'(크리스토퍼 플러머)와 어머니 '앨리스'(다이안 래드)를 만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프랭크'는 아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30여 년을 고군분투해왔던 상황.

이후 '스콧'은 '프랭크'의 조언에 따라 '피츠'의 최후와 관련 있는 전우들을 차례차례 만나게 된다. '타코다'(사무엘 L. 잭슨/서더라이스 블레인)는 '스콧'을 만나자마자, 녹취를 위해 꺼낸 녹음기를 던져 물속에 빠뜨려버린다. '타코다'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피츠'를 비롯해 함께 '애블린 작전'에 참여했던 전우들이 죽거나 다친 사실에 평생토록 죄책감을 지닌 인물.

이어 '스콧'이 만난 '지미'(피터 폰다)는 '피츠'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이후 트라우마에 빠져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삶을 살게 된다. 여전히 적군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낮과 밤을 바꿔 살면서, 밤에는 총을 들고 보초를 서던 것.

그나마 버스를 몰던 '모트'(에드 해리스)는 양반이었을지 모르겠다. 다른 생존자와 마찬가지로 '피츠'에게 목숨을 빚졌던 그는 '피츠'의 마지막 편지를 보관 중이었다. 이는 '피츠'가 당시 사랑했던 여인에게 남겼던 것. 하지만 '모트'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남겨진 사람에게 다가설 수조차 없었기 때문.

이렇게 저마다 상처가 있는 상황에서, '스콧'은 명예훈장 추서 과정에서 '정부'가 무언가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실체를 밝히고자 노력한다. 이런 과정은 마치 저널리즘 탐사 보도를 소재로 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스포트라이트>(2015년)를 연상케 한다.

<라스트 풀 메저>는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토드 로빈슨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영화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실화 바탕 영화 <화이트 스콜>(1996년)의 각본을 작업한 이후, 그는 1999년 공군 항공구조대 영화 프로젝트를 작업하게 된다.

작업을 위해 여러 공군 기지에서 항공 구조대원 인터뷰를 하던 중 그는 '윌리엄 피첸바거'의 무용담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0년 암으로 위독한 아버지 '프랭크'가 '윌리엄 피첸바거'의 명예훈장을 대리 수상하는 장면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물론,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 영화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맹활약한 세바스찬 스탠과 사무엘 L. 잭슨의 이름이 가장 잘 보였을 뿐. 예를 들어, '프랭크'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에서 '폰 트랩' 대령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가 됐었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도 받은 바 있다.

칸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들어 올렸던 윌리엄 허트('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도 출연하긴 했다), <트루먼 쇼>(1998년)에서 프로듀서를 맡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에드 해리스의 이름도 작품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작품이 개봉하기 전 세상을 떠난, '지미'를 맡은 피터 폰다의 이야기를 빼먹어서는 안 될 터. 그는 베트남 전쟁 시기, '자유의 아이콘'으로 활약했었다. 직접 각본에도 참여,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이지 라이더>(1969년)가 그 대표 사례다.

시류에 대한 반항과 자유를 갈망하던 젊은이 '웨트'를 연기했던 그는, 꾸준히 자유와 반항의 상징이 사회라는 이름의 관습적 편견을 통해 희생당하는 인물들을 연기했었다.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생애 유일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작이었던 <율리스 골드>(1997년)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베트남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할리우드의 영화와는 사뭇 달랐었다. 건국 이후, 미국이 '패전'한 사실상 유일한 전쟁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었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당시의 '반전 여론'도 큰 이유이기도 했었다.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대표작인 <디어 헌터>(1978년), <지옥의 묵시록>(1979년), <플래툰>(1986년), <7월 4일생>(1989년)은 대부분이 전쟁터의 참혹한 모습, 전쟁 후 피폐해진 인간 군상 등을 다뤘었다. 파병으로 인해 국가적 이익을 얻은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얀 전쟁>(1992년), <알 포인트>(2004년)는 당시 군인들의 무력감이나, 후유증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런 영화들과 연결 고리를 지닌 <라스트 풀 메저>는,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맡은 한 군인의 숭고한 마지막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더불어 그들을 사지로 보낸 국가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결국, <라스트 풀 메저>는 제목의 의미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전했던 이름 모를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더욱 되새기게 하는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을 앞두고, 생각해 볼 여지를 명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느껴볼 수 있는 무난한 감동 영화였다.

2020/05/23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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