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들에게 일침 날린 쌍권총 워리어(Feat. 해리 포터)

조회수 2020. 4. 24.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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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건즈 아킴보> (Guns Akimbo,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건즈 아킴보> 표지 및 이하 사진 ⓒ 와이드릴리즈(주)
글을 쓰다 보면, 당연히 여러 댓글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라는 종합 예술이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부터, 관람 후 감상평은 주관적이며,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런 사고 자체가 고정되어 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무서울까?

그래서 글 자체에 대한 비판은 설사 욕설이 가득할지라도 수용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오히려 권장하는 편이다. 그래야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은 도가 지나친 댓글을 보기도 한다. 글과 상관없는 화풀이나,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서양인 외모 우선주의자'의 반응이 대표 사례.

지금 소개할 <건즈 아킴보>의 주인공 '마일즈'(다니엘 래드클리프)도 그러한 악플러 중 한 명이다.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히어로'를 꿈꾸던 그는 평범한 삶을 살며, 작은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다. 현실에선 상사의 구박만 받아 가며 속을 긁히고 살던 그는 인터넷에서는 '키보드 워리어'로 변신한다.

현실에서 못 풀던 한을 '익명'으로나마 풀고 싶었던 것. 그러던 '마일즈'가 최근 관심 있어 하는 곳은 진짜 목숨을 건 게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킬링 라이브쇼, '스키즘'이다. '스키즘'은 사람이 직접 죽어 나가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검투사'의 대결처럼 연출되고, '키보드 워리어'들은 이에 열광한다.
'스키즘'을 만든 '릭터'(네드 데네히)의 모습은 마치 <트루먼쇼>(1998년)의 창조자 '크리스토프'(애드 해리스)를 연상케 한다. '크리스토프' 역시 '관음'이라는 테마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은 시청자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것을 원했으며, '릭터' 역시 "너희가 정말 원하는 건 누군가의 죽음이다"라는 '스키즘'의 테마로 시청자에게 쾌락을 제공했다.

'스키즘'은 무작위로 사이코패스, 괴짜, 전과자를 골라 목숨을 건 싸움을 붙였다. 그리고 '마일즈'도 시청 중 '스키즘'을 향한 욕설을 뱉다가 무작위의 대상이 되고 만다.

이들이 펼치는 대결은 앞서 나온 영화 <너브>(2016년)를 떠올리게 만든다. <너브> 역시 조회 수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인터넷 방송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너브'의 '플레이어'들은 속옷을 입고 건물을 뛰어다니거나, 눈을 감은 채로 시내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기도 하며, 심지어 사다리를 타고 고층 건물을 넘나든다.

'코로나19' 정국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지하철에서 자신이 감염자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방역복을 입고 감염자를 잡으러 다닌다는 퍼포먼스를 펼친 유튜버들의 모습이 덩달아 생각나는 대목.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스키즘'이나 '너브' 게임을 시청하거나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 인터넷 방송을 쏙 빼닮았다. 이야기로 돌아가, '스키즘' 플레이어가 된 '마일즈'는 쌍권총이 손에 박힌 채 연승을 이어가는 킬링 플레이어 '닉스'(사마라 위빙)과 맞서게 된다.

'닉스'는 (어디서 그렇게 빨리 구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은 잊어버리는 게 좋다)기관총, 바주카포부터, 칼이나 맨주먹 등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는데, 자유분방한 '닉스'의 모습은 '스키즘' 시청자를 열광케 한다. 하지만, '마일즈'는 말 그대로 '빤스런'을 펼치며, '인실X'을 선사한다. '키보드 워리어' 실력은 사라지고 없는 셈.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이 포함된 '스키즘' 시청자들은(역설적으로, 이런 '스키즘' 시청자들은 실제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인물들을 상징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마일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태권도 시합에서 겨루기 자세만 하고 뒤로 슬금슬금 빠지는 걸 계속 지켜보는 것처럼.
용기도 없던 '마일즈'에게, 어쩔 수 없이 '닉스'와 대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릭터'가 '마일즈'의 전 여자친구이자, 그나마 쌍권총 달린 '마일즈'를 이해하려 하는 '노바'(나타샤 류 보르디초)를 납치했기 때문. 할 수 없이 '마일즈'는 '닉스'와 대면한다.

머리가 터지거나,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등 잔인한 장면과 '화장실 개그'에나 볼 법한 더러운 장면도 등장하기 때문에, B급 정서로 충만했던 <건즈 아킴보>는 어느 정도 이 시국에 보고 나서 생각할 만한 거리를 제공하는 액션 오락 영화다.

또한,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계속해서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도 충분한 도전 과제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연성을 많이 내려놓고 본다면, 찌질했던 캐릭터가 점차 성장하며, 자신감 있게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에선 일종의 쾌락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쾌락은 악플러들을 향하는 일침 섞인 대사 때문에 가능했다. (스포일러 부분으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20/04/06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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