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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잠도 자는데 '사귀자'란 말 필요해?

조회수 2020. 4. 1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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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사랑이 뭘까> (What Is Lov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사랑이 뭘까>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엣나인필름
'야마다 테루코'(키시이 유키노)와 '타나카 마모루'(나리타 료)는 친구의 결혼식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그것이 서로 통했던 셈. 첫인상에서, '테루코'는 '마모루'의 손에 반하고, 이후 '마모루'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연락이 올 때만을 기다리며 핸드폰만 보다가, 직장 상사로부터 혼이 날 정도로. '테루코'는 새벽에도 '마모루'의 전화가 오면 집에서 달려 나와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까지 술을 마시고 놀기도 하고, '마모루'의 집에서 함께 잠도 잔다. 혹여나 차라도 끊기면, '마모루'의 집에서 자고 일어나 출근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몰두하던 '테루코'는 독백으로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20대 후반의 연애란, '좋아해, 사귀자'라는 말로 시작되지 않고, 어찌어찌 하다 맺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기어코 '테루코'는 직장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둔다. 하지만, 이와 달리 '타나카 마모루'의 마음은 알 수 없다.

가끔은 자상하지만, '테루코'가 보기엔 이기적인 상황이 많은 것. 그 와중에 '테루코' 앞에 '스미레'(에구치 노리코)가 나타난다. 쿨한 성격, 그리고 그 성격답게 자유분방한 사랑을 지향하는 '스미레'. '테루코'는 '마모루'와 '스미레'의 사이를 보며, 묘한 '질투'와 더불어, 무언가 동경심까지 느끼고 만다.
<사랑이 뭘까>는 <종이달>(2012년)로 유명한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의 2003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 정식으로 발매된 이 책의 소개 문구엔 "'테루코'가 보여주는 기이한 짝사랑을 굵은 줄기로, 다른 인물들이 사랑하는 방식을 곁가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기만 하는, 혹은 받기만 하는 일방통행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멘트가 담겼다. '테루코'를 연기한 키시이 유키노도 "처음엔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마모루'에게 달려가는 '테루코'의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졌다"라고 언급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테루코'의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회사 동료는 오히려 '테루코'의 선택을 부러워한다. 처음엔 사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사랑하거나, 아무 관심 없거나. 이 두 갈래 중 한쪽으로 기울어버려요. 좋아하는 사람 외에는 모든 사람이 관심 밖이죠"라는 '테루코'의 답변에 마음이 이내 변했던 것.

자신은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말과 함께. 이런 '테루코'의 짝사랑이 잘못됐다고 영화는 타박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연애의 스타일이나 관계를 맺는다는 일 자체가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 사회 청춘들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사귄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잠자리도 하며, 서로의 일상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지금 젊은 세대는 이 영화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들을 귀찮아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다시 말해 이런 연애를 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10년도 넘은 소설을 보완하고자, 조금씩 각색하거나 추가하는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예가 원작에 들어 있지 않은 '코끼리 사육사' 에피소드를 추가하면서 넣은 독백이다. 영화의 중반부, '테루코'는 "내가 좋아하는 '마모루'가 되고 싶다"라는 독백을 넣는다.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도입부 '테루코'의 눈 클로즈업과 마지막 장면 어느 부분인지도 모를 정도로 코끼리 피부를 가까이 찍은 이유는 '테루코'의 좁은 세계를 상징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테루코'는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인 '마모루'에게만은 부감의 시선도 갖고 있다. 불균형한 부분도 매력적이었지만, 완전히 두 마음을 다 가지면 '테루코'는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테루코'가 마지막에 선택한 결단을 관객이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다"라고 전했다.
물론, 이 영화의 '테루코'의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마음이 깊게 들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영화의 후반부는 다소 답답하고, 길게 느껴졌다. 사랑도 결국은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파워 게임'인데,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제삼자가 본다면, 수평적이지 않고, 수직적으로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만 해도 그렇다. 집 청소에 요리를 다 해주고도, '마모루'는 모질게 '테루코'를 밤늦은 시간 집에서 나가 달라고 말한다. 심지어 그 이후에도, 자기가 원할 때만 전화를 하거나 부른다. 그런데도 '테루코'는 친구의 집에 간 후, 타박당하는 '마모루'를 변호하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겠지만, 정작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이런 '테루코'를 맡은 키시이 유키노는 캐릭터에 딱 알맞은 연기를 펼치며,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키시이 유키노는 심은경이 <신문기자>(2019년)를 통해 사상 첫 한국인 여우주연상 수상을 하며 화제가 됐던,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물론, 이번이 첫 영화는 아닌데, 세대 차 갈등 등 양극화로 점철된 일본 사회를 가족의 해체와 재결합을 통해 보여줬던 막장 코미디 영화 <도쿄 연애사건>(2015년)에서는 친구의 아빠를 사랑하는 대학생 '타에코'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2020/04/11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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