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99% 중독됐다는 독성물질 밝혀낸 '헐크'?

조회수 2020. 4. 3. 2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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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다크 워터스> (Dark Water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다크 워터스>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이수C&E
* 영화 <다크 워터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활약한 '헐크'를 연기한 마크 러팔로. 실제 그는 '어벤져스' 만큼이나, 지구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인 소문난 할리우드 환경 지킴이이자, 인권 운동가다.

석유 시추 반대, 기후 변화 대응, 차별 정책 반대, 그가 출연했던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년)의 실화 소재이기도 했던 아동 성추행 신부 명단 공개 시위 등에 직접 참여한 것은 물론이며, 미식축구 선수의 국민 의례 거부를 지지하는 트윗 작성 등 SNS를 통해 자신의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크 워터스>는 그런 그의 열정이 가득 채워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6년 '뉴욕 타임스'에 보도된 탐사 취재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크 러팔로는 대기업 '듀폰'과 맞선 롭 빌럿 변호사의 이야기를 보며, 영화 제작과 동시에 자신과 신념이 비슷한 인물, '롭 빌럿' 역할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생명의 근원이며, 순수함의 상징인 '물'이 더럽혀졌다"는 의미를 담은 영화 <다크 워터스>는, 1998년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는 롭 빌럿의 투쟁사를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연출로 보여준다. 이는 <캐롤>(2016년), <원더스트럭>(2018년) 등 섬세하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토드 헤인즈 감독의 장기였다.

작품의 간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대형 로펌 '테프트'에서 일하던 변호사 '롭'에게 농부 '윌버 테넌트'(빌 캠프)가 찾아온다. '롭'의 고향인 웨스트 버지니아주에서 온 그는 자신이 키우는 소를 비롯한 동물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떼죽음했다고 말한다.

유출 물질만 파악해 '사용 허가 여부'만 파악하려 했던 '롭'은 오랜만에 고향으로 가 현장의 참상을 목격한다. 그곳은 '롭'이 운전 중 흘러나온 존 덴버의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s' 속 첫 소절처럼, "천국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가 아니었다. 마을에 사는 아이의 치아는 검게 변색했고, 소가 신경질적으로 자신을 향해 돌진했던 것.
마을에 '듀폰' 공장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롭'은 '듀폰'과 이상한 현상들이 연관 있다는 것을 발견, (비협조적 태도로 받은) 과거 자료를 꼼꼼히 분석하던 중 'PFOA'(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의 존재를 알게 된다. 화학자들도 모두 '듀폰'에게 재갈이 물린 상황이었지만, 'PFOA'가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 '롭 빌럿'은 당황한다.

'듀폰'이 제작하는 '테플론'엔 'PFOA'가 다량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 본래 '테플론'은 탱크와 같은 군수 물자에서 코팅 재료로 사용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 후, '듀폰'은 프라이팬, 음식 포장지, 유아용 매트, 종이컵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품에 '테플론'을 사용했다.

심지어 임상 시험 결과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듀폰'은 이를 묵인하고, 은폐했다. '롭 빌럿'은 PFOA를 무단으로 방류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 환경보호국에 '듀폰'의 악행을 폭로한다. CNN, ABC 같은 미국 언론뿐 아니라, 영화 속 자료화면에 깜짝 등장하는 MBC <뉴스데스크>(2006년 방송을 사용했다)처럼 전 세계 외신들은 'PFOA'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를 했다.

결국, 2004년이 되어서야 듀폰은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정보 은폐 혐의'로 벌금 192억 7천만 원을 추징당했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국이 만들어지고 난 후 사상 최고액의 벌금이었지만, 듀폰의 1년 수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금액.
심지어 듀폰은 이 벌금만 내고, 모든 자신의 잘못을 언론계와 정치계의 힘으로 덮으려 했다. 이대로 사건에 손을 뗄 수 없었던 '롭 빌럿'은 '윌버'가 사는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 검사를 요청한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검사인 만큼 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사이 '롭'은 신체적, 정신적 압박을 받는다.

'듀폰'의 사회 공헌 덕분에 어느 정도 돌아가던 마을이 을씨년스럽게 변한 것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불만도 그중 한 예. 이러한 압박이 이어지는 대목은 어느덧 아카데미 3회 후보자가 된 마크 러팔로의 연기 진가를 엿볼 수 있는 순간. 카메라는 그의 불안한 심리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 2015년에서야 '롭 빌럿'은 'PFOA'가 신장암, 고환암, 갑상선 질환, 자간전증, 고콜레스테롤, 궤양성 대장염 등 중증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받는다. 결국, 첫 문제 제기 후 약 20년이 흐른 2017년, 3,535건의 대규모 집단 소송 결과로 총 8천억 원의 보상금 배상 판결이 차례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영화는 마냥 '해피 엔딩'처럼 끝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아직도 'PFOA'가 존재하고, 인류의 99%가 이미 중독됐다"라는 자막이 이어지는 것. 롭 빌럿 변호사도 '듀폰' 뿐 아니라, '3M', '케무어스'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여전히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자신을 희생해가며 강인한 의지를 보인 '헐크'처럼.
한편, <다크 워터스>를 보며 국내의 세 가지 사건이 떠올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두 번째는 <또 하나의 약속>(2014년)으로도 만들어진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건'('PFOA'는 반도체 세척 작업에도 사용된다), 세 번째는 2018년 있었던 '수돗물 발암 물질 검출 논란'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서민이나 노동자를 대하던 태도, 정치·경제·언론의 유착 관계는 <다크 워터스>에서 격양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보고서에서 기형아를 낳은 노동자를 '수용체'라고 표현하는 '듀폰'의 모습 자체는 분노를 낳게 한다.

이런 분노를 과잉해서 이용한다면, 작품은 신파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토드 헤인즈 감독은 냉철한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간다. 그래야 이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개인이 앞으로 하나의 '환경 파괴 감시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0/03/15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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