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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재작업 마치고 돌아왔는데, 절 잊으셨나요?

조회수 2020. 2. 1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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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수퍼 소닉> (Sonic the Hedgehog,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수퍼 소닉>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레이스테이션이 등장하기 전, 에디터의 동년배(?)들은 크게 두 종류의 게임기 중 하나를 선물로 갖고 있었다. 하나는 <슈퍼 마리오 월드>를 중심으로 한 닌텐도 슈퍼 패미컴(한국은 현대 슈퍼 컴보이로 발매), 다른 하나는 <소닉 더 헤지혹>을 중심으로 한 세가 메가 드라이브(한국은 삼성 수퍼 겜보이/알라딘보이로 발매)였다.

팩에 먼지라도 껴있을까 입으로 바람까지 불어가는 작업(?)을 거친 후, 게임을 즐겼던 그때의 감성, 성인이 되어서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특히 MBC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바람돌이 소닉>(1994~1995년) 주제가를 아직도 기억하는 동년배가 많았으니, <수퍼 소닉>의 기대치는 커졌다.

<수퍼 소닉>을 배급한 파라마운트(한국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적어도, 그때 게임을 즐겼던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극장에 찾아오길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지난해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가 전 세계에서 게임 원작 영화로는 최고의 성적인 4억 3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기 때문에, '피카츄'를 만든 '닌텐도'와 더불어 1980년대 중후반~90년대 초중반 게임계 양대 산맥이었던 '세가' 입장에선 배가 아팠을지도.

그래서 이 영화에선 대놓고 추억 소환을 위해 오프닝 로고부터 파라마운트의 상징인 별 대신, '소닉'의 상징인 '골드 링'을 보여줬고, '세가'의 전성기를 달리던 게임들이 로고와 함께 소개됐다.
심지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 <데드풀>(2016년)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정키 XL이 준비한 '세가' 타이틀 음악은 일종의 헌정곡처럼 느껴질 정도. 하지만 이런 좋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영화의 흑역사부터 소개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소닉 더 헤지혹>(1991년) 게임의 실사화는 1993년부터 언급이 됐었다. 하지만 <슈퍼 마리오>(1993년), <스트리트 파이터>(1994년) 등 게임 원작 영화들이 모두 '전설의 실패'를 경험한 터라, 세가 CEO 선에서 영화화 계획은 잠시 중단됐다. MGM(1994년)에서 소니(2013년)로, 다시 소니에서 파라마운트(2017년)로 작품 배급권이 옮겨가는 일도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2월, 실사 영화화 발표가 이뤄졌고, 캐스팅 과정을 거친 후, 2018년 가을부터 촬영이 진행된 이 영화는 지난해 5월 논란의 예고편을 공개하면서 일이 한 번 더 꼬이고 만다. 게임 캐릭터처럼 생기지도 않은 '소닉'의 모습에 '불쾌한 골짜기' 여론이 일었고, 하필이면 당시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의 '포켓몬' 캐릭터와도 비교되기까지 했다.

이래저래 팬들의 비난 화살을 맞던 제작진은 '소닉'을 다시 디자인하겠다고 발표했고, 2019년 11월이었던 영화의 개봉 시기를 2020년 2월로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약 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추가로 들어갔다.
다행히 약 8,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의 미국 내 흥행은 '청신호'가 켜졌다. 약 5,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명탐정 피카츄>가 보유했던 역대 비디오 게임 원작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 기록(5,436만 달러)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심지어 '로보트닉'을 연기한 짐 캐리에게도 의미가 깊은데, 이 기록은 <브루스 올마이티>(2003년) 당시 첫 주말 박스오피스 기록(6,795만 달러)에 이은 그의 주연작 흥행 성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이름을 메이저 스튜디오 배급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제2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된 셈.

다시,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면(<수퍼 소닉>의 구성이 이렇다. 처음부터 '로보트닉'과 '소닉'의 대결이 나오더니 과거로 돌아간다), <수퍼 소닉>은 <소닉 더 헤지혹>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모두가 다 알만한 첫 번째 맵 '그린 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소닉'이 모으는 '골드 링'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정체를 밝혀준다.

하필이면 지구에 당도한 곳이 몬태나주 '그린 힐즈' 마을(실제 몬태나주엔 '그린 힐즈'가 없다고 한다)이며, 그곳에서 '소닉'(벤 슈와츠/엄상현 목소리)은 DC 캐릭터 중 가장 빠른 '플래시'의 만화책을 읽으며, 게임 로고를 본뜬 머리띠를 착용하며 쌍절곤 연습을 한다.
이처럼 추억 소재인 '소닉'을 데려오면서, 영화는 각종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대사나 장면을 통해 오마쥬한다. 추가로 예를 들면, '톰'(제임스 마스던/위훈 목소리)과 '메디'(티카 섬터/최덕희 목소리)가 보던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출세작인 <스피드>(1994년)다. '소닉'의 상징인 빠르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로보트닉'(짐 캐리/김환진 목소리)은 자신의 '새끼 거미' 같은 드론을 꺼낼 때, E.B. 화이트의 동화 <샬롯의 거미줄>을 언급한다. 이 드론은 '아마존'이 시행하는 '드론 배송'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개그 포인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맨 인 블랙> 시리즈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떠올리는 대사들도 나온다.

하지만 <수퍼 소닉>은 '로보트닉'을 맡은 짐 캐리가 <덤 앤 더머 투>(2014년) 이후, 간만에 우스꽝스러운 코믹 연기를 잘 소화했다는 것과 더불어, '소닉'의 CG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돌아온 것을 제외하고는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이는 '소닉'의 캐릭터 설정에서 나온 한계 때문에 이뤄진 결과였다.

<수퍼 소닉>은 외계인과 지구인의 조우, 갈등, 소통, 화합이라는 주제를 기본 틀로 여타 할리우드 가족 영화들과 비슷한 구성을 취한다. 멀게는 <E.T.>(1982년)가 있고, 가깝게는 <범블비>(2018년)가 있다. '소닉'은 의도치 않게 지구로 왔고, 낯선 인간들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외로움이 폭발한 '소닉'은 일을 저지르고 만다.
덧붙여서 '스피드'라는 상징 때문인지, 말이 많아진 '소닉'의 모습은 이번 영화 제작에 참여한 팀 밀러가 연출했던 <데드풀>과 유사하다. 수위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소닉'은 장난스러운 면이 분명 있는 캐릭터.

하지만 "착한 친구들을 지켜주면서, 정의 위해 싸운다"라는 애니메이션 주제가처럼, '악동'이지만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위해 행동하던 '소닉'의 캐릭터 설정은, 지구를 벗어나고자 무조건 '샌프란시스코'로 가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 속 '소닉'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빌런인 '로보트닉'에게 일말의 동정심까지 느낄 정도로.

여기에 '소닉 게임'도 30년의 역사가 흐른 것처럼, 영화 역시 그 30년 동안 '스피드'를 통제하는 방법을 아는 연출이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어, '소닉'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슬로우모션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엑스맨> 시리즈에서 '퀵실버'가 이미 보여준 것들이었고, 캐릭터만 '소닉'으로 바뀐 수준이었다. '링'의 정체 역시 <닥터 스트레인지>(2016년)와 같은 판타지 작품에서 이미 본 것들이었다.

차라리 소닉의 시그니처 기술인 '스핀 어택'을 좀 더 많이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혹여나 북미 흥행으로 인해 속편이 등장한다면(이를 암시하는 쿠키 영상도 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는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

2019/02/17 CGV 영등포 4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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