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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이나 우려먹었는데, 아직도 할 말이 많은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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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매사추세츠를 배경으로 한 '마치 가' 네 자매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로 요약 가능한 <작은 아씨들>은 일상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유년기의 추억을 되살리며, 이를 통해 인생에 대한 지혜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커트는 자전적 경험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 갔고, 1868년 당시 초판 2,000부가 빠르게 팔려나가며 열성 팬을 창조했다. 이후 1869년 2부가 나왔으며, <작은 소년들>(1871년)과 <조의 소년들>(1886년)이 발매됐다. 역사학자들은 <작은 아씨들>에 대해 '낭만주의 아동 소설'과 '감상 소설'을 적절히 결합한 새 형식의 문학 작품이라 평했다.

잠깐 추억을 되살려보자. 아마 국내 팬들에게 <작은 아씨들>은 소설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보다는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로 더 알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일본이 자국 뿐 아니라 외국 수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서양의 작품들을 애니메이션화 한 것으로, <플랜더스의 개>(1975년), <빨강머리 앤>(1979년), <소공녀 세라>(1985년) 등은 국내 지상파에서도 방영된 안방극장 대표작이었다.

<작은 아씨들>(1987년)은 MBC에서 1988년 방영됐었고, 이후 출간된 <작은 소년들>과 <조의 소년들>을 엮은 <왈가닥 작은 아씨들>(1993년)은 1994년 KBS에서 방영됐었다.

출처<작은 아씨들> 표지 및 이하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작은 아씨들>은 할리우드가 사랑한 '사골 영화' 소재였다. 1917년, 1918년 등장한 두 편의 무성영화로 시작해, 첫 컬러영화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으며 캐서린 헵번이 '조'를 연기한 1933년 작품을 거쳐,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막내 '에이미'를 맡았으며 아카데미 미술상을 받은 1949년 영화가 대표적인 할리우드 전성기 작품들이다.

당시 작품들은 눈 쌓인 배경 그림이 있는 스튜디오와 세트 안에서 촬영이 이뤄졌었으며, 덕분에 실내에서 이뤄지는 인물의 대사 중심으로 구성됐었다. 이후 영국 BBC(1950년, 1958년, 1970년, 2017년), CBS(1958년), NBC(1978년) 등 TV 시리즈들이 제작되면서 영화 제작은 잠시 중단됐었다.

이후, 1994년에는 처음으로 남성 감독이 아닌 여성 감독인 질리안 암스트롱이 메가폰을 잡으며, 리메이크됐다. 약 25년 전에 나온 작품인 만큼 이 영화에는 지금도 활동 중인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데,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위노나 라이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꾸준히 얼굴을 보여주는 '연기의 신' 크리스찬 베일, <스파이더맨> 3부작을 거쳐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커스틴 던스트, 그리고 당시 <델마와 루이스>(1991년)에서 '루이스'를 맡았던 수잔 서랜든이 어머니를 맡아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눠주는 역할로 출연했었다.

그 외에도 2018년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현재로 시간대를 옮긴 <작은 아씨들> 영화가 있으며, 1998년 휴스턴에서 초연된 오페라,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원작 소설은 타 문화 예술 장르로 옮겨져 갔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니, 7번째 영화가 나올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있었지만, <레이디 버드>(2017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이라면, 새롭겠다고 생각했고, 역시나 작품은 훌륭했다. 원작에 대한 충실한 오마주는 물론이며, 빼어난 각색을 통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깔끔함 그 자체를 보여줬다.

지금까지의 영화들이 1부와 2부로 나온 소설의 흐름에 따라 영화를 전개했다면, 이 작품은 2부의 시점으로 출발한다. 심지어 클라이맥스 직전으로, 성인이 된 '조 마치'(시얼샤 로넌)가 '작은 아씨들' 책을 내는 과정에서 나온 설전이나, 대고모(메릴 스트립)의 도움으로 프랑스에서 화가가 된 '에이미'(플로렌스 퓨)와 '에이미'를 찾아온 건너편 집에 살던 '로리'(티모시 샬라메)의 모습이 초장부터 나온다.

1부의 시점인 매사추세츠의 기억들은 '조 마치'의 회상으로 전개된다. 예를 들면, '조 마치'가 '에이미'에 대해서 지적을 하면, 바로 두 사람이 다투던 과거의 시점으로 화면이 전환되는 방식이다.

복잡할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시점 변화는 상호 연결된다. 예를 들어, 1994년 작품은 원작 1~2부의 시간 순서대로 서사를 보여주다 보니, 몇 부작의 드라마를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보는 느낌이 강했다. 2부의 시작 지점으로, '로리'(크리스찬 베일)가 3년이 흐른 후, 갑자기 '조 마치'(위노나 라이더)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사건과 사건 사이엔 빈틈이 노출됐는데, 그레타 거윅 감독은 영리한 1~2부의 교차 편집을 통해, 영화의 리듬감을 살리고, 동시에 개연성을 높였다. 게다가 1부의 시점을 웜톤으로, 2부의 시점을 쿨톤으로 설정한 색채 보정을 통해 어느 정도 시점 구별이 가능하게 도와준다.

이런 교차 편집을 통해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자신의 성인 시절은 어린 시절의 자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컷과 컷, 씬과 씬의 예술인 영화에서 담을 수 있는 찬란한 선택이며, 원작 소설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오마주를 담아냈다.

이미 <레이디 버드>를 통해서 가톨릭 사립학교를 떠나, 뉴욕이라는 낯선 장소로 향한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이켜 봤던, 그레타 거윅 감독이 이 작품을 차기작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뜨거웠던 키워드는, 그레타 거윅의 배우와 감독 필모그래피 안에 딱 어울렸다.

한편, 영화는 '마치 가' 소녀들이 모두 자신의 욕망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첫째 '메그'(엠마 왓슨)는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며, 둘째 '조'는 글재주가 뛰어나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작가가 되는 것을 소망했다.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는 피아노를 잘쳐 음악가의 꿈을 꿨으며, 막내 '에이미'는 '대고모'로부터 그림을 그리는 소질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으며 그 길을 걷기로 한다. 19세기 후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현재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담고자 했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전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훌륭한 각색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역대 <작은 아씨들> 중 가장 많은 6개 부문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의상상, 음악상)에 지명됐고, 의상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조조 래빗>의 막판 선전으로 인해 아카데미 각색상은 받지 못했지만, <작은 아씨들>은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을 비롯한 유수의 영화 비평가 협회상에서 그레타 거윅 감독이 각색상을 받으며, 나름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새롭고, 깔끔한 이야기가 계속 등장한다면, 분명 그레타 거윅에게 '여성감독 통산 2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노련한 선배 배우들의 열연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20대 배우 시얼샤 로넌과 플로렌스 퓨 역시 마찬가지.

어쩌면, 세 사람의 성장 서사는 <작은 아씨들>의 결말처럼, 이제부터 시작인 것은 아닐까?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7번째 <작은 아씨들>은 분명 더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영화였다.

2020/01/31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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