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끝까지 경쟁한 스페인 거장 감독의 명작

조회수 2020. 2. 1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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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페인 앤 글로리> (Pain and Glory,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페인 앤 글로리>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페인 앤 글로리>를 연출한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는 감독이다. 영화에 대해 "70년 동안 살아온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언급한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인간이 지닌 감정에서 나온 인간의 본성 탐구였다. 그것은 인간의 애증과 욕망일 수도, 슬픔과 부담감, 죄책감, 죽음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인간의 고통 끝에 오는 것이 예술이라는 주제 의식은, 탐미적인 영상들과 다층적인 서사 구조, 원색에 가까운 붉은 색채를 상징으로 하는 강렬한 화면구성을 통해 완성됐다. 그리고 이웃 나라 프랑스의 '칸 영화제'와 '로컬 영화제'의 대명사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사랑하는 '외국인 감독'이 됐다.

칸 영화제만 놓고 보자면,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년)으로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나쁜 교육>(2004년)으로 스페인 영화 최초 개막작에 선정됐으며, <귀향>(2006년)으로는 각본상을 받았고, <페인 앤 글로리>로는 감독의 페르소나인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한, <브로큰 임브레이스>(2009년), <내가 사는 피부>(2011년), <줄리에타>(2016년) 등 그 밖에도 유수의 작품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상영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년)로 처음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후보에 지명됐으며,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첫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이후, <그녀에게>(2002년)로 각본상을 받았고,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 바 있으며, <귀향>(2006년)을 통해 역시 감독의 페르소나인 페넬로페 크루즈가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페인 앤 글로리>는 <기생충>과 더불어 '오스카 레이스'가 열리는 기간,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였다. 칸 황금종려상부터,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외국어영화상 부문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펼쳤다.

그때마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비롯한 다른 후보 감독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오스카 레이스'의 여정을 그와 함께한다는 것이 큰 영광"이라는 계속된 인터뷰는 덤이었다.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기생충>에게 작품상을 주고, <페인 앤 글로리>에게 외국어영화상을 줬을 때,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이 기립 박수를 한 일화도 있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페인 앤 글로리>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화상'이자, 동시에 그만이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시네마 천국>(1988년)이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이 작품은 유명 영화감독이 고향 마을에서 내려가면서 벌어지는 향수를 그리며,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남아 있다.

<페인 앤 글로리>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캐릭터인 감독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인생 여정을 담았으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전개되며, 영화다운 마무리로 끝난다는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살바도르'가 물속에서 잠수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살바도르'가 대규모의 수술을 받은 것처럼,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도 허리 수술을 받았었고, 다시는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수술 이후, 물속에서 두려움 대신 평화로움을 발견한 그는 이 장면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음 장면은 어머니 '자신타'(페넬로페 크루즈)가 '살바도르'를 업고 빨래를 하는 장면으로 그려지는 과거 회상으로 구성됐으며, 이어 유년 시절 수도사들이 있는 학교에 다닌 실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기억을 따라간다. 세계적인 감독이 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 등으로 표현한 것도 흥미로웠다.
그렇게 영화는 현재의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한다. '살바도르'는 자신이 32년 전 찍었지만, 딱히 마음에 두지 않는 영화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니 자리를 빛내 달라는 소식을 듣고, 당시 작품에 출연한 '알베르토 크레스포'(에시어 엑센디아)를 만난다.

그는 '살바도르'와 티격태격하는 사이이면서도, 동시에 '살바도르'에게 창작의 아이템을 일깨워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알베르토'는 '살바도르'에게 마약을 가르쳐 주게 되는데, 덕분에 '살바도르'는 마약 중독자가 되고 만다. 이 대목에서 '살바도르'가 사는 집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실제 사는 아파트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꾸밈 없이 영화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9번째로 함께 작업을 진행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자신의 의상을 입고, 외모부터 감정까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라는 디렉션을 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절정의 열연을 펼쳤고,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은 물론이며,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하게도, 감독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숨김 없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정작 국내에선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성기 노출 장면이 삭제된 채로 개봉됐으며, 부가 판권을 통해 해당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신타'를 맡은 페넬로페 크루즈는 '동굴 집'이라는 어둡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들 '살바도르'에게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난한 사람이 공부하기 위해선 신학교라도 가야 한다고 말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단순하게 감독 자신의 어머니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전 세대에서 억척같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어머니들을 위한 헌사처럼 극을 할애한다. 자신만의 기억만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 대한 존경의 헌사까지, 거장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2020/01/22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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