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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옷장 공포물, 이 영화는 어떻게 극복하려 했나?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클로젯> (The Close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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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중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클로젯>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안식처다. 하지만 그 집 안에서 가장 안심되면서, 깊숙한 곳에 숨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그 내부가 보이지 않는 '옷장'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가 담긴 공간이다. 자신은 그 안에 자신의 옷을 넣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그 안에 옷이 아닌 귀신이나, 정체불명의 낯선 존재가 숨어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그런 공포는 밀레니엄 시대를 강타했던 '밈'으로, 송윤아가 출연했던 한 가구 CF로도 연결되어 만들어지곤 했었다. 키치하면서, 나름의 중독성을 갖고 있던 그 CF는 적어도 TV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영미권의 문학 작가들, 할리우드 창작자들 역시 이런 옷장을 소재로 한 호러, 판타지 작품들을 놓치지 않고 만들어 왔다. 특히 옷장 속에 괴물 '부기맨'이 나타나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구전은 다양한 소재의 장르물로 변화했다. 대표적인 공포 프랜차이즈 영화인 <할로윈>(1978년)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는 옷장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여성을 공격한다.

출처영화 <클로젯> 표지 및 이하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조앤 K. 롤링의 대표작,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 생물 '보가트'도 옷장에 숨어 살며, 사람이 다가오면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으로 변신한다. 전자가 공포감을 직접 옮긴 것이라면, 후자는 그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기 위해 구전을 빌렸다.

또한, '옷장'은 판타지 장르에서 모험의 출발지로 사용된다. C. S. 루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2005년)은 아이들이 옷장을 통해 다른 세계의 장소, '나니아'로 들어간다.

2010년대에 들어서, 이런 '옷장'의 사용은 뭔가 닳고 닳은 소재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것을 우직하게 밀고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감독이 있으니, 바로 제임스완 감독이다. <쏘우>(2004년), <인시디어스>(2010년)로 공포 스릴러의 기본기를 닦은 그는 <컨저링>(2013년)에 고전적인 옷장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박수 소리라는 청각적 요소를 더해 확고한 공포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익숙한 소재라도 그것을 '요리'하는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공포물은 그 편차가 심하게 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개봉한 <클로젯>을 요리한 김광빈 감독은 선배 윤종빈 감독의 대학교 졸업 작품이자, 역시 선배 하정우의 인지도를 높인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에서 동시녹음을 맡으며, 영화계에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새겼다.

이후 그의 단편영화 연출작인 <모던 패밀리>(2011년)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단편 <자물쇠 따는 방법>(2016년)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받았다.

이렇게 단편에서 인정을 받은 그는 윤종빈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은 후, 각색 작업을 통해 작품을 확장해 나갔다. 그사이 하정우도 캐스팅됐으며, 역시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초반 빌런인 '마수동' 병장을 맡았던 임현성도 '상원'(하정우)의 후배로 캐스팅됐다.

대학 선후배들이 함께 의기투합해 제작한 <클로젯>은, 스릴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가족 관계' 관련 소재 단편을 만들었던 김광빈 감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현대 한국의 가족상'을 '오컬트 장르'에 녹여 완성됐다. 영화는 교통사고로 아내가 죽은 후, '상원'이 딸 '이나'(허율)의 심신 안정을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좀처럼 '상원'과 '이나'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 가운데, '이나'는 방에 있는 옷장 안으로 사라지고, '상원'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퇴마사 '경훈'(김남길)이 '상원'의 집에 다가가고, 자신이 10년 동안 사라진 아이들을 찾고 있다는 말을 꺼낸다. '상원'은 '경훈'의 말을 무시하지만, 이내 '상원'이 퇴마 의식을 진행하는 것을 보며, 그라면 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게 된다.

당연하게도, 앞서 언급한 '벽장 소재' 영화들이나,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여러 '오컬트 장르' 영화를 모두 꿰차고 있는 관객이라면, 새로운 소재를 발견할 순 없을 것이다. '깜놀'을 구사하는 '점프 스퀘어' 기법도 여전하다.

<클로젯>은 '경훈'이 등장하기 전까지 심각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모든 박차를 가한다. 그러더니, 그 톤을 다소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단인지, '경훈'이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 작품이 <신과함께>의 스릴러 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해준다.

<신과함께>가 지옥을 거치는 모험 끝에 결국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되는 신파로 마무리한 것처럼, 약속이나 했듯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시작한 <클로젯>은 어느 순간 부성애로 꽉 찬 신파의 장벽으로 향한다. 당연히 이런 구도를 너무나 많이 본 관객이라면, 뻔하다는 인상을 받기 쉬울 터.

그래서 이 영화는 중간 부분부터, 작품의 의도인 '부모에게 방치된 아이들'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IMF'와 관련된 한 가족의 비참한 선택 때문인지, 이 작품은 '아동 학대'로 인한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꼭 '육체적 폭행'만이 '방치'가 아니라는 점을 이 영화는 강조한다.

영화에서 '상원'은 '이나'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이나'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않는다. 딸을 위해 돈을 벌고, '인형'과 '교육 캠프'로 상징되는 '물질적 지원'만이 전부라는 착각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부모와 자녀의 소통이 과거와 비교해 더욱 차단된 사회적 현상과 연결될지도 모르겠다.

'이나'는 어머니도 잃은 상실감에 말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버지와도 소통이 되지 않아 외로운 상황이 되고, 이는 '또래의 악령', 그러니까 역시 '부모에게 방치된 아이'인 '명진'(김시아)을 벽장에서 소환하게 된 계기를 만든다. 하지만 '명진'이 '이나'를 데려간 이계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박살난 운동장 시설과 날씨 분위기처럼 차갑고 우중충했다.

그 세계에서도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은 묘한 잔상이 되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억에 남는다. 결과적으로 <클로젯>은 장르적 쾌감을 즐기고픈 관객에겐 특별한 장점이 없는 아쉬움을 줄 순 있겠지만, 이러한 세계에서 나오는 의도가 좋다는 관객에겐 만족스러움을 줬을 것 같다.

한편, 김광빈 감독이 '동시녹음'으로 스태프를 시작하게 된 것이 꽤 도움이 된 걸까? 이 작품은 어디서 무서운 장면이 나올지 예측이 거의 가능한 순간에서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훌륭한 '사운드 믹싱'을 선보이며,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2020/01/29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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