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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을 대국적으로 쓰지 못한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미스터 주: 사라진 VIP> (Mr. Zoo: The Missing VI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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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왱왱
글 : 양미르 에디터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헌은 "흥행에 관해서는 같은 날, <미스터 주>라는 영화가 개봉해서, 그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에 이성민은 "영화가 다양해야죠"라며 멋쩍은 미소를 짓고 "다행히 장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둘 다 잘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같은 날인 1월 22일 개봉한 두 작품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남산의 부장들>이 손익분기점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관객의 하락세가 큰 변수다) 한편, <미스터 주>는 극장 상영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성민은 두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했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의 '박통' 역을 통해, 차가운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선 굵은 연기로 선사했으며, <미스터 주>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도 능통하다는 것을 여지 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역사 이야기'를 다룬 <남산의 부장들>과 달리, <미스터 주>는 설 대목을 노린 동시기 '장르 경쟁작'에 비해 강점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였다.

출처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 표지 및 이하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주)리틀빅픽처스

1월은 동물이 나오는 작품이 많았다. '동물과 말하는' 의사 이야기를 다룬 <닥터 두리틀>, 동물원에 동물은 없고 '탈 쓴 사람'만 있다는 <해치지않아>, 그리고 비둘기로 변한 '스파이'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 등이 대표 주자였다. 게다가 '국정원' 출신 킬러가 웹툰 작가로 변신한 <히트맨>도 있었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앞서 언급한 모든 작은따옴표의 사항이 섞인 영화로,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인 '주태주'(이성민)가 중국에서 특사로 온 'VIP' 판다(유인나 목소리)의 경호를 맡던 중, 사고가 일어나 판다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필이면 사고가 일어날 때 머리를 다친 '주태주'는 동물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고, 그는 현장에 있던 사연 많은 군견 '알리'(신하균 목소리)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사실 코미디 영화, 특히 가족 영화는 그 특성 때문에 과장된 움직임과 대사, 그리고 안전한(혹은 안일한) 극의 진행을 위해 개연성이나 핍진성을 쉽게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들은 즐기려 보면 끝인데, 뭘 세세하게 분석해서 보는가?"라는 지적도 있을 터.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즐기면서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어차피 현실에서 사람들은 동물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없으니, 이 영화는 '판타지' 작품이라 분류할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그 세계관에 대한 기본적인 설득을 관객에게 해야만 했다. 앞서 언급한 경쟁작들은 모두 최소한의 설득에 성공한다.

<히트맨>은 특유의 B급 정신을 발휘해 끝까지 몰아쳤고, <스파이 지니어스>는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상상력의 날개를 펼쳤으며, <닥터 두리틀>은 신비로운 탐험을 통해 '판타지 세계'라는 것을 증명하며 명확한 타겟층을 설정했다. <해치지 않아>도 최소한 동물 탈을 쓰게 된 배경 설정을 그럴싸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미스터 주>는 가면 갈수록 웃음보다는 의문점만 생겨났다.

물론, <닥터 두리틀>과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엄청난 자본력에서 나오는 동물 CG와 이 영화의 CG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하지만 팬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그런 비교를 하는 것은 선택의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처음 등장하는 판다의 CG를 보면서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하던 찰라, 문제가 발생한다.

VIP의 신분이자 국빈에 가까운 경호 중인 '판다'를 일반인들에게 보호 장치 없이 대놓고 선보인다는 미련한 선택(하다못해 몇 분 전에 등장한 이송 과정만 떠올리더라도 엄청난 인력이 투입되는 걸 볼 수 있다)은 누가 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세워진 것.

이어 등장하는 허당 캐릭터 '만식'(배정남)은 이 영화는 감상 분위기를 초장부터 깨버렸다. 일부러 '국가정보국'의 명령을 받아서 저런 멍청한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연기'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실제 국정원을 '조롱' 혹은 '풍자'하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물론 이 선택지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니면 그저 한 번이라도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아마 이 선택지 같다) 궁금했다.

이 영화에서 '만식'은 '갑툭튀'는 기본이며, 그 '갑툭튀'의 순간마다 무리수를 던지며, 재미보다 황당함만을 남긴다.

여기에 신하균을 중심으로 유인나, 김수미(앵무새), 이선균(흑염소), 이정은(고릴라), 이순재(햄스터), 김보성(퍼그), 박준형(독수리), 안윤상(말) 등이 맡은 동물 캐릭터들은 <닥터 두리틀>과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이는 말하는 동물의 입 모양과 사운드 싱크가 맞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심지어 배우가 연기 후에 따로 진행하는 '후시 녹음'마저, 일부 대목에서 사운드 싱크가 붕 뜨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고, 이는 동물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작품에서 극 몰입을 방해한 또 다른 요소로 작용했다.

단순히 카메오 출연한 배우들의 목소리만으로 웃음을 터뜨리려는 안일한 시도도 노출됐다. 예를 들면, 김수미가 맡은 앵무새는 대놓고 배우의 상징인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닥터 두리틀>에서 '치치'(라미 말렉 목소리)가 갑자기 '프레디 머큐리'로 빙의된 연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는 극을 단순히 상황극으로만 이끌겠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코미디를 유발하는 방법을 영화 내부의 상황이 아닌 영화 외부의 상황으로 만든 셈인데, 김서형이 대놓고 <SKY 캐슬> 속 명대사를 인용하거나, <타짜>에서나 볼 법한 상황을 흑염소가 한다거나, <공작>의 명대사를 읊는 '모기'(이성민 목소리)가 그랬다.

앞서 언급한 <히트맨>처럼 모든 캐릭터가 웃음을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면 참신한 B급 영화라는 이해를 한 번 정도 했을 텐데, 이 영화엔 우스꽝스러움은 하나도 찾아볼 수도 없는, 무게감만 있는 캐릭터도 나온다. 바로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연기한 메인 빌런으로, 이 캐릭터는 테러를 완수하기 위해서 '닥터백'(박혁권)을 터뜨려 버리기까지 한다.

'가족 영화'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작품 치고는 폭력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이후부터 꾸준히 등장하는데, 영화가 갖고 있던 톤과는 맞지 않는 옷의 액션이었다. 결국, 이 영화는 그나마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 이성민 만이 빛을 발하고 사라진, 전혀 '대국적'이지 못한 작품이 됐다.

2020/01/27 CGV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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