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빗발치는 내전 속, 카메라 놓지 않은 어머니

조회수 2020. 1. 2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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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사마에게> (For Sama,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사마에게>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엣나인필름
* 영화 <사마에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0년대, 이른바 '아랍의 봄'이라는 아랍권 민주화 운동이 튀니지를 시작으로 거세게 일어났다. 타임지가 2011년 선정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들'(여기엔 아랍권 민주화 운동뿐 아니라 러시아 총선 부정선거 시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포함됐다)을 선택했을 정도였다.

빈곤 철폐와 독재 타도 등 다양한 이유로 시작된 이 민주화 운동은 시리아에서도 일어났다. 2011년 3월, 학교 담벼락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낙서를 하던 학생이 체포 후 고문당한 사건이 일어나고,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 퇴진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그해 여름, 반군 단체가 설립되면서, 시리아 민주화 운동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한 수니파와 아사드 정권이 중심인 알라위파 간의 종파 갈등으로 확산되며, 내전의 형태로 변화한다. 종파 간 전쟁은 주변 아랍 국가로 확대됐는데, 시아파 맹주국,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통해 아사드 정권을 도와줬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했다.
하필이면, 세력이 커진 수니파 무장단체 'ISIL'이 시리아 북부까지 점령하며, 나라 전체는 무정부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 시리아 내전은 미국과 러시아까지 개입하면서,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사이 무정부 상태의 시리아 국민들은 자유를 위해 난민이 되어 생존을 위한 투쟁을 펼쳐왔다. 난민 문제는 주변 국가, 그리고 지중해 건너 유럽을 넘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언론은 연일 보트가 뒤집혀 세상을 떠난 난민의 소식을 연민의 정으로 다루거나, 혹은 난민이 저지른 흉악 범죄 소식을 통해 공포심을 조장하는 소식을 다뤘다.

'테러'나 '분쟁'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가득한 워딩의 뉴스는, 안 그래도 아랍 문화권과 접점이 크게 없는 한국에선 '불편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참 많은 생각의 여지를 제공한 영화다.
지난해 칸 영화제 특별상영으로 공개됐고, 최우수 다큐멘터리 작품에 주는 황금눈상을 받은 <사마에게>는 와드 알-카팁 감독의 20대 인생이 녹여진 다큐멘터리다. 대학생 시절, 2012년 알레포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시위부터 시작된 감독의 영상 기록은, 2016년 알레포에서 정부군에게 최후통첩 끝에 빠져나가는 그 순간까지 펼쳐진다.

그사이 와드 알-카팁 감독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자유를 열망했던 동료였던 의사 '함자 알-카팁'과 결혼하고, '사마'라는 딸을 낳는다. 덕분에 이 영화는 '사마'라는 딸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자유를 호소하는 메시지처럼 보였다.

우리도 민주화의 자유를 열망하고, 독재 정권으로 억압받던 시기가 있지 않았는가?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2017년)를 떠올리게 한다. '구재식'(류준열)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던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총성으로 인해 모든 인물이 기겁을 하던 장면은, <사마에게>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사마'와 편안하게 있는 순간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은 이것이 차라리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정도다. '비밀 병원'에서 연이은 민간인 사망자, 부상자가 쏟아져 나오는 아비규환의 장면은 고개를 돌리고 싶은 대목이었다.
하다못해 도망을 치려는 민간인(어린이들을 포함한)에게 무차별 살상을 했다는 발언 역시 그러했다. 그 와중에서도 영화는 '희망'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위독한 상태의 만삭 임산부가 아이를 낳았지만, 그 아이는 숨을 쉬지 않는다. 하지만 '함자'를 비롯한 동료 의사들의 노력 끝에 아이와 임산부는 살아남는다.

그 아이의 모습은 극 영화에서 억지로 만들고 싶어도 연출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다행히 '알-카팁' 가족은 무사히 알레포에서 빠져나왔고, 현재는 영국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와드 알-카팁 감독이 찍은 수많은 자료들은 에드워드 와츠 감독과 함께 한 공동작업을 통해 장편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제22회 영국독립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이 작품은 전 세계 영화제에서 61관왕이 넘는 수상 기록을 달성했고, 오는 2월 2일 열릴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4개 부문(영국작품상, 신인감독상, 외국어영화상, 다큐멘터리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하게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영화는 어떠한 소속의 기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사건을 전달할 수 있는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대단한 용기로 담아낸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2020/01/27 CGV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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