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일본군으로 바꾸면 이런 영화가 나온다

조회수 2020. 1. 1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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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미드웨이> (Midway,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미드웨이>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누리픽쳐스
"이 사람 영화잖아. 그냥 부수고 이런 거 잘하는 감독 아니야?" 옆에서 표를 뽑고 있을 때, 한 관객이 다른 관객에게 물었다. 어느 정도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이름을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터. 그의 전공은 단연 지구가 초토화될 위기에 처하는 순간을 '서사의 개연성'은 신경 쓰지 않고 펼쳐낸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백악관을 박살 내는 장면을 꽤 공들여서 찍었다. UFO에서 나온 광선으로 박살 나거나(<인디펜던스 데이>(1996년)), 거대한 파도로 인해 항공모함에 덮쳐지거나(<2012>(2009년)), 심지어 테러가 나기도 했다(<화이트 하우스 다운>(2013년)).

<인디펜던스 데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을 정도로, CG와 미니어처의 정교한 조화로 당시엔 볼 수 없었던 영화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고, 2000년대까지는 충분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었다.

하지만 롤랜드 에머리히의 성공 신화는 2010년대 들어서 조금씩 금이 갔다. 그 정점은 1억 6,500만 달러로 만들어 낸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 <리써전스>(2016년)였다.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전투를 만들어 보겠다는 암시를 마지막 순간에 보여줬으나, 흥행 실패와 더불어 디즈니가 폭스를 합병한 결과, 현재 3편이 나올 확률은 희박해졌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새롭게 들고 온 작품은 1941년 일제의 진주만 공습 이후부터 1942년 미드웨이 해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미드웨이>였다. 사실 그는 시대극에도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었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제외한 유일한 '로튼 토마토' 프래쉬 마크를 받은 작품이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2000년)였기 때문. 미국의 독립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멜 깁슨과 히스 레저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는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음에도, 아카데미 시상식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었다.

어쩌면, <미드웨이>는 <패트리어트>보다 더 빨리 나올 수 있었던 영화였는지도 모르겠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고질라>(1998년)를 작업할 무렵, '미드웨이 전투' 다큐멘터리에 흠뻑 빠져 있었기 때문.

여러 사료들을 보며 이야기할 것이 많은 전투라 생각했던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마이클 베이 감독이 비슷한 시기 <진주만>(2001년)을 만들면서 그 아이디어는 잠시 넣어둬야 했다. 시간이 흘러, 그는 할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의 대부분이 해군인 각본가 웨스 투크와의 대화 끝에, 영화 제작을 결정하게 됐다.
덕분에, 이 작품은 영화의 극 구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고증에 맞는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해군 기록원, 국가 기록원 자료부터 연구 자료까지 각종 자료를 모두 정리한 감독은 미 국방성으로부터 실제 장소인 포드 아일랜드와 진주만 촬영 허가까지 얻어내며 사실감을 더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제작진은 시기별로 바뀌는 군대 복장에도 신경 썼을 뿐 아니라, 좀 더 실제와 같은 항공기, 항공모함 등을 만들기 위해 스미스소니언 등 여러 박물관을 다녔다. 덕분에 영화에 사용된 항공기는 'USS 미드웨이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와 함께 전범국이었던 '나치'가 자리 잡았던, 독일 출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덕분에 현지에서도 이를 흥미롭게 본 기자들의 질문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나치당원이 아닌' 아버지로부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치'는 우리 가족을 싫어했다"라면서, "역사를 볼 때, 어떤 특정한 것을 '그대로 믿으려' 하는 것을 조심하려 했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에서 국내에서 나름 호불호가 갈린 것이 있다면, 바로 일본군의 모습이 다소 미화된 것이 아니냐는 거였다.
쉽게 말하면, <인디펜던스 데이> 때만 하더라도 외계인들은 인정이라곤 그야말로 하나도 없었다. 지구를 집어삼키겠다는 야욕만 있었던 것.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자살 공격을 감행하던 '가미카제' 특공대의 모습을 '옥쇄'라며 아름답게 표현하려던 일제의 야욕을, 나름 정당화하려는 장면도 내포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은 <진주만> 때보다 더 많은 일본 배우들의 출연('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호건'으로 등장했던 아사노 타다노부, <곡성>(2016년)으로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인 쿠니무라 준 등이 등장한다)으로, 구성된 일본군의 움직임을 꽤 많이 담아낸 점이 한몫을 했을 터.

하지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사료들을 보면서, '니미츠'(우디 해럴슨) 제독과 '야마모토'(토요카와 에츠시) 제독의 바다 위 체스 게임이 흥미로운 이야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들의 체스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런 분량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더욱이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수많은 전쟁을 치른 영웅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의 세계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전쟁을 잊고 살지만, 영화는 그 영웅들에겐 생생한 기념물이 될 것"이라는 기획 의도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이런 감독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미드웨이>는 아쉬운 점이 많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 군상극이다 보니, 분량 조절에서 실패한 느낌도 받는다. 주연들이 너무나 많다 보니, 관객의 집중도는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시점 자체도 '미드웨이 해전'이 일어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다 보니, 드라마 하이라이트를 보는 인상도 받았다. 넷플릭스 1시즌 정도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내용이라는 아쉬움까지 들었다.

또한, 긴 전투 장면에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된 장면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다행히 전쟁이 주는 참혹함보다,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게임을 할 때의 쾌감을 느끼고 싶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팝콘 무비는 될 수 있겠다.
여기에 <스타워즈> 속 '데스 스타'의 파괴 공식처럼, 갑판에 그려진 일장기 부분만 잘 공략하면(이는 실제 비행사들이 빨간 원이 타깃으로 잘 보였다는 증언에서 착안한 것이다) 한 번에 항공모함이 박살 난다는 것은 꽤 효과적인 영화적 장치였다. 이는 마치 <군함도>(2017년)에서 탈출을 하기 위해 전범기를 찢어버리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한편, 이 작품에는 중국 그룹의 투자 자본이 들어간 덕분인지, '둘리틀 특공대'의 활약이 들어간다. <진주만>에서는 극의 클라이막스를 책임지기 위해 등장했던 장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극의 중심 전개에선 벗어나는 대목이었다.

일본 본토 공습 이후, 특공대 생존자들은 간신히 중국인들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생존하게 된다. 영화는 이로 인해 일본군들로부터 중국인들이 특공대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학살당했다는 것과 동시에 '둘리틀 특공대' 생존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2019/12/31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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