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 박살 낸 거 아니었어요?

조회수 2019. 12.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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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쥬만지: 넥스트 레벨> (Jumanji: The Next Leve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쥬만지: 넥스트 레벨> 표지 및 이하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쥬만지: 새로운 세계>(2017년)의 마지막 장면은 <쥬만지>(1995년)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쥬만지>에서는 '쥬만지' 게임을 땅에 묻거나, 물에 던져버리는 정도로 끝내버렸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게임을 습득해 플레이할 수 있게 했다. 이와 달리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볼링공으로 게임기를 박살 내 버리면서 막을 내렸다.

제작진은 약 1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전 세계에서 9억 6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거두면서, 속편이 제작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전작을 연출한 제이크 캐스단을 비롯한 각본가들은 속편 제작이 결정되자, 어떻게든 '쥬만지' 게임을 살려야 했다.

갑작스럽게 딱 2년의 기간을 두고 속편 개봉이 확정된 만큼, 참신한 각본을 써야 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덕분에 <쥬만지: 넥스트 레벨>은 전작을 쓴 각본가들이 뽑아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에 가장 간편한 선택지는 전작의 성공 포인트만을 모아, 그대로 다시 뽑아내는 방법이다.

일례로, 크리스마스의 대명사 <나 홀로 집에>(1990년)가 있는데, 1편이 대성공을 거두고 2년 후에 등장한 속편은 장소만 뉴욕으로 바뀌었을 뿐, 대부분의 줄거리나 상황이 1편을 복제한 것이었다. 덕분에 2편은 1편만큼의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도 팝콘 영화로는 만족스럽게 볼 작품으로 남았다.
이번 영화도 연말을 위한 가족 팝콘 영화로는 적당했다. 각본가들은 전작처럼 동명 애니메이션 시리즈(1996년~1999년)의 설정을 고스란히 따왔다. 아이들이 보드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지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회 게임 안 다양한 '레벨'의 스테이지로 빨려 들어간다는 설정을 따온 것.

전편의 정글뿐 아니라, 사막, 산악 지역 등 다양한 장소들을 세팅하며 세계관을 넓혀 볼거리를 확장했다. 새로운 '아바타'도 등장시켰으며, 마치 <란마 1/2>에서 물에 들어가면 성별이 바뀌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는 물에 들어가 플레이하는 '아바타'들이 서로 바뀌는 상황도 펼쳐진다.

새로운 '아바타'가 등장하니, 새로운 '현실 인물'도 들어가야 했는데, 영화는 1980~90년대 스타 배우들인 대니 드비토와 대니 글로버를 나란히 캐스팅했다. 노년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이 영화는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의 소통을 강조했고, 동시에 '늙음의 의미'와 '우정의 의미'라는 교훈을 녹여냈다.

마지막 대목에는 아이들의 고모 역할로 <쥬만지>에 출연했던 베베 뉴워스를, 배역명 '노라 셔퍼드' 그대로 출연시키며 향수를 주기까지 했다. 심지어 <쥬만지>를 연상케 하는 쿠키 영상까지 제공하며, 떡밥까지 깔아놓는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문제점이 있으니, 왜 다시 '쥬만지' 게임이 발동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 이 영화는 '스펜서'(알렉스 울프)가 오랜만에 고향 마을을 방문하면서, '쥬만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친구들과 만나면서 시작된다.

'스펜서'는 '마사'(모건 터너)와 연인 사이이지만, '장거리 연애'로 인한 오해로 서먹한 마음이 생겨 자신감을 잃는다. '용기'를 잃은 '스펜서'는 '쥬만지' 속 자신이 선택했던 '브레이브 스톤'(드웨인 존슨)을 한 번 더 체험하고 싶어한다.

자신에게 힘을 실어 준 캐릭터를 플레이하겠다고, '쥬만지'로 다시 들어가야겠다는 발상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게다가, 전편에서 '쥬만지'를 박살 낸 후, 분명히 '스펜서'가 친구들과 함께 쓰레기장을 즐겁게 빠져나갔음에도, 다시 '쥬만지'를 몰래 캐리어에 넣고 지하실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는 점은 더욱더 아쉬웠다.

덕분에 <쥬만지: 넥스트 레벨>의 전체적인 서사 구조는 완결을 본 게임의 '2회차 플레이'를 지켜보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았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쥬만지' 게임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라는 '제작 회의'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더 흥미로워 보인다.(속편이 나온다면, 이 아이디어를 응용할지도)

2019/12/03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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