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정말 후회할 추리 영화

조회수 2019. 12.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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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나이브스 아웃>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사이, 정통 추리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주류에서 멀리 사라졌다. 밀실을 무대(스튜디오를 사용한)로 한 인간 군상의 추리보다, 액션과 모험이 넘치는 블록버스터가 주류로 자리잡혔기 때문. 이에 대한 재현 시도가 있긴 했다.

예를 들어,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년)을 재현하고자 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년)이 있다. 3억 5천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통해 정통 추리물의 가능성을 선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날아온 <나이브스 아웃>은 이런 추리 영화 팬들에게 단비 같은 영화였다.
전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년)를 연출, 팬층을 두 동강 낸 인물이라는 평도 있겠지만, 라이언 존슨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임에는 분명하다. 그의 첫 작품인 <루퍼>(2012년)만 하더라도,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걷지 않았던 새로운 시간여행을 테마로 해 찬사를 받았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SF, 스릴러, 액션 장르에 결합한 것. 이 <나이브스 아웃>도 그런 냄새가 난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밀실 추리극 사이에 등장하는 유머, 사회 비판적 시선이 가득 드러났기 때문. 이는 조던 필 감독이 <겟 아웃>(2017년), <어스>(2019년)라는 공포물을 통해 사회를 비판한 것과 일치한다.

영화의 초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스터리 소설 거장, '할란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가 85번째 생일 파티를 마치고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은 자살로 수사를 일단락하려 했으나, 수상한 편지를 받고 온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 도착하면서 수사가 재개된다.

그는 용의 선상에 생일 파티에 참석한 모든 가족과 주변인을 올려놓고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 과정 중 '브누아 블랑'은 '할란'의 간병인인 '마르타 카브레라'(아나 디 아르마스)를 의심하고, 함께 수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한다. 불법 이민자 어머니가 있는 '마르타'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은 '좋아 보이면서도', 그렇지 않다.
이 영화의 장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단순히 기존 추리극의 구조만을 답습하지 않고, 2019년에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라이언 존슨 감독의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 '마르타'의 출신 국적이 영화 속 언급하는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이 영화는 백인들이 다른 인종을 바라보는 시선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그들의 특권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넘어가자, '친절한 것처럼' 보인 '마르타'에게 향하는 위협적인 태도가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이 역전되는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런 뛰어난 각본과 연출에는 '올해의 앙상블상'을 줘도 모자람이 없는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배우들에겐 큰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연기 이미지'를 깨고자 한 것이 보인다는 것. 대표적인 배우가 '랜섬 드라이스데일'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정의롭고, 고운 말만 사용하는 인물인 줄 알았겠지만, 사실 크리스 에반스는 이런 코믹한 캐릭터를 잘 소화할 줄 아는 배우였다. 그가 꺼내는 '배설물 들어가는 욕'의 다량 투하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대목이기도 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어떠한가? 2020년에 또 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로 찾아오는 그 역시, 기존에 자신이 구사한 억양을 완전히 버려야 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언어 전문가를 만나 직접 자신의 억양을 뜯어고치는 노력을 펼치기까지 했다.

그런 교정 끝에 등장한 "아무런 편견 없이 사실들을 관찰한 후, 포물선의 경로를 밝혀내고, 종착점으로 유유히 가보면, 진실이 내 발 앞에 떨어진다"라는 '블랑'의 명대사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였다. 덕분에 다니엘 크레이그는 <나이브스 아웃>으로 생애 첫 골든 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가 있으니, 바로 아나 디 아르마스다.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년)에서 인공지능 홀로그램 '조이'를 맡아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아나 디 아르마스는 이번 작품으로,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자신이 본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단숨에 구토하는 상황,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영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대배우들의 틈 속에서도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덕분에 아나 디 아르마스 역시 생애 첫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배우들의 호연도 있겠지만, '종합예술'이라는 영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모난 것이 없다.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와 편집, 매력적인 골동품들이 가득하며 아기자기한 저택의 모습, 그리고 이를 담아내는 촬영, 적절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음악 등의 합이 뛰어나다.

최근 라이언 존슨 감독이 속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남겨뒀다고 인터뷰한 만큼, '브누아 블랑'의 또 다른 모험이 벌써 기다려진다.

2019/12/07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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