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정한 돌직구 신파다

조회수 2019. 12. 1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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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감쪽같은 그녀> (A Little Princes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감쪽같은 그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천년이라는 희망 섞인 메시지가 가득한 2000년의 어느 날. 평온하게 부산에서 정성스럽게 수놓은 손수건을 팔며, 동네 사람들과 화투를 치는 것이 일상인 72살 '변말순'(나문희)에게 느닷없이 12살 '나공주'(김수안)가 나타난다.

얼굴도 본 적 없는 '말순'을 찾아 경북 청송에서 부산까지 당도한 것으로도 모자라, '공주'는 갑자기 자신이 '친손녀'라며 가족임을 밝힌다. 심지어 갓 태어난 동생 '진주'까지 업은 상태로. 결국, '말순'은 서툴러도 두 사람을 가족으로 대하며 오순도순 살아간다. 하지만 '진주'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과 더불어, '말순' 역시 치매에 걸리게 되면서, 세 사람에겐 위기가 찾아온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감쪽같은 그녀>의 목적은 정확하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이 시기, 다시 한번 우리의 일상을 통해 그 의미를 살려보려는 시도. 당연히 이런 가족 드라마에는 일종의 공식이 존재한다.
<형>(2016년), <그것만이 내 세상>(2018년)처럼, 이 영화도 가족의 연을 끊고 살았던 이들이 다시 결합하면서 펼쳐지는 내용을 담았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여러모로 차이 나는 이들은 갈등을 펼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갈등은 코믹한 요소로 풀이된다. 그러나 점차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조금씩 관객의 눈물샘을 쥐어짜는 신파로 급선회한다.

앞서 언급한 '가족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시도를 관객이 자극적이지 않은 방법으로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면 좋은 선택지이겠지만, <감쪽같은 그녀>는 '감쪽같이 못한 양'의 묵직한 신파로 관객을 울리려 한다. 어느 한 장면에서 관객이 울지 못한다면, 그다음 장면에선 어떻게든 울리게 하려는 의지의 장면들이 폭발하기에 이른다.

'치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는 장면은 당연히 슬픈 상황인데, 너무나 과했다. 신파 돌직구를 몸쪽 꽉 찬 방향으로 여러 차례 던지다 보니, 이 영화의 이성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극장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터지는 훌쩍임은 전염이 되는데, 이걸 노린 걸까?
다행인 점은 '동년배' 중 가장 연기 잘하는 나문희와 김수안이라는 배우의 절절한 모습은 아쉬운 서사 구조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것. 천연덕스럽게 기저귀, 분유 샘플을 챙겨가는 대목이나, 마트 점원에게 걸린 후에도 당당하게 빠져나가는 모습, '감쪽같지' 게임을 통해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장면 등 두 배우의 호흡은 극과 따로 떼 놓아 봐도 상당한 캐미를 자랑한다.

또한, 김수안의 높은 성장세에 감탄하고 볼 수밖에 없는데, 상대 배역이 아동이건 성인이건 간에, 완만한 호흡 조절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쥐어 잡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한편, 이 영화엔 의문점이 있다. 당연히 2000년을 배경으로 했으니, 마지막 장면은 누가 봐도 현재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그대로 나온다.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야 '공주'(수영)와 '진주'(권소현)가 재회한다는 것.

'공주'가 그렇게 사진작가로 세계를 누비고 다녔으니, '진주'가 치료를 위해 떠난 미국 한 번 방문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고, 아무리 '진주'가 입양됐다고 하더라도 입양 부모로부터 접근이 차단된 상황(영화 속 입양 부모의 성격 묘사로는 막을 리가 없다)도 아닐 건데. 그렇게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먹인 친동생을 오랜 기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마지막까지 눈물샘을 짜내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었다.

2019/12/07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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