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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진 손이 해부학실을 빠져나간다면?

조회수 2019. 12. 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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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내 몸이 사라졌다> (I Lost My Body,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 표지 및 이하 사진 ⓒ 넷플릭스
지난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다양한 넷플릭스 작품들이 선 공개됐었다. <더 킹: 헨리 5세>, <결혼 이야기>, <두 교황>이 극장에서 선 공개된 후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는 반면, 유일한 애니메이션 작품인 <내 몸이 사라졌다>는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이후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극장에서 볼 가치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 '기묘한 이야기'를 넷플릭스에서 놓친다면 살짝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작품은 현재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디즈니와 픽사, 일루미네이션, 드림웍스에선 볼 수 없는 기괴함이 엿보인다.

그렇다. 이 작품은 아이들이 보기엔 조금은 곤란한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작품이다.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어린 관객들은 상영 당시 '관크'(관람 방해) 없는 패기를 보여줬다. 오히려 어른 관객이 '관크'를 보여줬을 정도.
시작부터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 시작되는 <내 몸이 사라졌다>는, 이내 한 마리 '소라게'처럼 움직이는 손의 여정을 보여준다. 잘린 손이 해부학실을 빠져나와 손의 주인 '나우펠'(하킴 파리스 목소리)을 찾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물론, 과정은 세상의 위험에서 벗어나야 하는 '생존' 그 자체다. 알을 지키려는 어미 새에게 떠밀려 건물에서 추락하거나, 청소차에 깔려버릴 위기에 처하거나, 지하철 선로에서 쥐 떼의 습격까지 받는다. 하지만 손은 그런 위기에서 오직 주인을 찾겠다는 목적에만 집중하며, 그 사이엔 손의 주인 '나우펠'의 과거 회상도 오버랩된다.

'나우펠'의 어린 시절 꿈은 '피아노를 치는 우주비행사'였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후, 다른 곳으로 입양되어 '희망을 잃은' 성인이 된다. 오토바이로 피자를 배달하던 그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가브리엘'(빅투아르 뒤 부아 목소리)의 인터폰 너머 목소리만 듣고 연모의 감정이 싹트고, 직접 도서관에 가 '가브리엘'의 흔적을 따라간다.
'나우펠'의 손이 그저 운명처럼 '나우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는 것처럼, '나우펠' 역시 '운명'처럼 '가브리엘'에게 이끌리고 만 것. 그러면서 '나우펠'은 '가브리엘'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찾게 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스토킹'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지만.

<내 몸이 사라졌다>는 이처럼 봉합조차 불가능한 지경의 손이 움직인다는 초현실주의적인 판타지 상황과 더불어, 프랑스 애니메이션답게 철학적이고 시적인 리듬감으로 전개된다.

그래픽 아티스트와 독립 광고 감독으로 활동하던 제레미 클라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도 신선한 포인트다. 그동안 쌓아 올린 내공이 폭발하는 장면들이 여럿 있는데, 손이 우산을 타고 마치 우주비행사처럼 하늘을 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 영화는 오두리 토투 주연의 명작 판타지 <아멜리에>(2001년)의 각본을 쓴 바 있는 기욤 로랑 작가의 소설 <행복한 손>을 원작으로 한다.

그리고 지난 칸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비평가주간 그랑프리와 더불어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크리스탈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덕분에 <토이 스토리 4>, <겨울왕국 2>, <드래곤 길들이기 3> 등과 함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

2019/10/06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 24th BIFF 상영작
- 키노라이츠 지수 100% (12월 3일 현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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