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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구하러 집 갔는데, 식인 악어가 나타났다면?

조회수 2019. 12. 4. 15: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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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크롤> (Craw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크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걸 좋아하는 감독임이 틀림없다. 그의 작품 세계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영화라면 <피라냐>(2010년)가 있겠다. 인간만 생선을 발라 먹을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밥맛이 뚝 떨어질(어쩌면 그 반대의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지도 모르겠다.

이후 나온 <혼스>(2014년) 같은 판타지 영화에선 '해리 포터'를 연기했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마치 '성인식'에 참석한 것처럼, 고어 장면들을 소화해냈다. 이런 특징이 있는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최신 영화 역시 고어(그래도 수위가 다른 앞서 언급한 두 영화보다 약하다) 장면이 있는 <크롤>이다.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수영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한 '헤일리'(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아빠 '데이브'(배리 페퍼)와 서먹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데이브'는 아내와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는데, 강력한 허리케인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가족이 살던 옛집을 수리하러 갔으나, 지하실에서 악어에게 습격을 당한다.
아빠가 전화를 받지 않자, '헤일리'는 직접 아빠를 찾아 옛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아빠를 발견하지만 갑작스러운 악어의 습격을 받고 만다. 설상가상 허리케인으로 인해 지하실로 물이 차오르면서, 집 안팎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영화는 전형적인 재난(괴수물) 영화, 그리고 스릴러 영화의 틀을 안전하게 따라간다. 예를 들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바탕으로 한 것은, <크롤>의 제작자인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던 <맨 인 더 다크>(2016년)의 노인과 10대 빈집털이범들의 대결 구도를 빼닮았다.

이 대결 구도가 <크롤>에선 자연의 상위 포식자와 인간의 '생존' 사투로 변환된 것. 또한, 관객이 공포에 몰입할 수 있는 짧은 상영시간을 사용한 것도 유사하다. <크롤>은 <맨 인 더 다크>와 비교하면 2분이 줄어든 86분의 상영시간으로 구성됐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엔 완전히 '선을 넘어버리는 무리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례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는 물이 차오르는 주유소를 털다가 악어에게 최후를 맞이하는 3인조를 투입한다. 그런데 이 3인조의 이름은 꽤 독특하다. '마브'(조지 솜너), '스탠'(앤슨 분), 그리고 '리'(아미 멧칼프)다. 이는 앞서 언급한 <크롤>의 제작자인 샘 레이미 감독의 제안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과거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맨> 3부작을 연출했던 그였기에, 세상을 떠난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를 기리기 위한 일종의 헌사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헤일리'와 '데이브'의 성은 '켈러'(Keller)로, 이는 독일어로 '지하실'을 의미한다. <크롤>의 캐릭터들은 모두 깨알 같은 작명으로 셈.

또한, <크롤>은 묘한 배우 개그가 성립되는 작품이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헤일리'를 맡은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트리샤'로, '데이브'를 맡은 배리 페퍼는 '빈스'로 등장했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으나, 모두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와는 큰 관련이 있는 캐릭터였고, <크롤>에선 부녀 관계로 등장한다.
이런 'TMI'와 별개로 <크롤>은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주인공들은 상대적으로 얌전하게 공격하고, 당연히 '동물 보호'가 중요한 할리우드 영화이다 보니 주인공이 기르는 개한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악어의 모습.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은 철저히 악어들의 노리개로 당하는 것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안전이 담보된 공포물을 보는 느낌이 강한 것.

심지어 현존 생물 중 가장 강한 치악력(약 1~2톤에 가까운 힘을 자랑한다)을 보유한 악어의 위력은 주인공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다. 시나리오 진행을 위한 영화적 허점만 살짝 모른척하고 본다면, 그래도 <크롤>은 팝콘 영화론 제격이다.

2019/11/15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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