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참신하지 않은 좀비물? 묻고 더블로 가!

조회수 2019. 11. 2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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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좀비랜드: 더블 탭> (Zombieland: Double Tap,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 표지 및 이하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국내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했던 영화 <좀비랜드>(2009년)는 미국(이나 개봉 국가)에서 보지 않는 이상, 정식 IPTV, 다운로드 서비스가 제공되기 전까지, '불법 콘텐츠'로 즐길 수밖에 없던 작품이었다.

지금이야 정식 개봉되지 않은 영화나, 방영되지 않는 드라마도 'OTT'를 통해 서비스하는 시대이지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좀비랜드>가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물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년)와 같은 작품도 있지만), 할리우드에 이런 좀비물은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지금이야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좀비랜드>는 그야말로, '좀비 놀이공원'에 초대받은 기분이 물씬 풍기는 영화다. '말맛'과 호러, 그리고 약간의 액션이 겹쳐진 코미디 장르로 구축되어,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는 자신만의 생존 규칙을 만들고(그 규칙이 상황에 맞게 자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생존자들은 각자의 실제 이름이 아닌 '지역명'으로 돌아다닌다. 그런 과정에서 '콜럼버스'는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위치타'(엠마 스톤), '리틀록'(아비게일 브레스린)을 만나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이 된다. 물론, 그 사이엔 작품의 깨알같은 '신 스틸러', 빌 머레이도 등장한다.
<좀비랜드>의 강점은 앞서 언급한 '장르 비틀기'와 더불어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 라인이 한몫을 한다. 애초에 '좀비물'의 개연성은 '주인공의 생존 과정'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예를 들면, 주인공은 참 힘들게 공격하면서, 그 외 주변 인물들은 쉽게 죽어 나가는 장면이 있다)을 타고났다.

작품을 연출한 루벤 플레셔 감독은 그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애초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을 많이 드러내면서, 동시에 시트콤에서 볼법한 유머 코드를 잔뜩 집어넣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는 대배우 빌 머레이를 그렇게 보내버린 것도 <좀비랜드>의 가장 큰 킬링 유머 포인트였다.

약 2,3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한 <좀비랜드>의 속편이 제작되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9년 개봉 이후, 속편을 '3D'로 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우디 해럴슨과 제시 아이젠버그가 속편 출연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도 있었으나 조용해졌다.

그사이 배우들에게 큰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큰 변화는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2016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 여기에 제시 아이젠버그도 <소셜 네트워크>(2010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 10대에서 성인이 된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덤.
배우들의 출연료가 올라가고, 루벤 플레셔 감독이 2017년 <베놈>(2018년)의 지휘봉까지 맡게 되면서, <좀비랜드>의 속편은 멀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그해 <좀비랜드 2>의 각본(1편을 쓴 렛 리스와 폴 워닉이 그대로 참여했다)이 완성됐고, 루벤 플레셔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2018년 여름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들은 이구동성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엠마 스톤이 "친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웃고 떠드는 느낌"이라며, "다시 함께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특별했고, 너무나 신났다. 앞으로도 10년마다 좀비랜드를 만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10년 만에 등장한 <좀비랜드: 더블 탭>은 여전히 기존 좀비 장르물의 클리셰를 비틀었던 1편의 좋은 점을 영리하게 가져오려 했다. '원조 패밀리'들의 귀환 자체도 반가운 일이었다.

덕분에 10년이라는 세월에 커진 '리틀록'과 다른 패밀리와의 갈등, '탤러해시'와 '위치타'의 관계도 작품의 중심 소재로 부각된다. 하지만 10년 사이 좀비 영화들은 진화하고, 다양해졌다. <월드워Z>(2013년)와 같은 블록버스터도 생겼고, 장르물의 불모지처럼 여겨졌던 한국도 <부산행>(2016년)이라는 '천만 좀비영화'가 태어났으니.
이런 상황에서 <좀비랜드: 더블 탭>이 보여준 가장 큰 변화는 10년 사이에 좀비도 진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좀비들에겐 특별한 이름이 있다.

<심슨 가족>의 가장, '호머 심슨'에서 착안한 멍청한 좀비 '호머', 어느 정도의 판단력과 지능이 있는 '호킹'(스티븐 호킹에서 따옴),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를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자랑하는 '닌자', 그리고 총을 여러 발 맞아도 죽지 않는 좀비에게는 <터미네이터>(1984년)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했던 캐릭터 'T-800'이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

다만, 국내에서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관객은 많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문화, 유머에 능통한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의 웃음 포인트가 현저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나 '호머'는 빨리 이해할 수 있더라도, 백악관에서 나오는 유머들, '네바다'(로사리오 도슨)가 사는 '하운드독 모텔'과 '엘비스 프레슬리' 이야기, 고대 왕국 바빌로니아의 도시 '바빌론'에서 이름을 딴 '히피'들에 대한 사연, 쿠키 영상에서 나오는 빌 머레이와 '가필드'의 사연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물론, 그러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좀비와의 사투는 이 영화의 충분한 볼거리이며, 이 정도면 훌륭한 귀환이라 말할 수 있겠다.

2019/11/07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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