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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모르면 완전 노잼될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닥터 슬립> (Doctor Slee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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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쾅쾅
글 : 양미르 에디터

영화 <샤이닝>(1980년)이 만약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숨겨진 고전 명작의 대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 가설은 1997년 미국 ABC에서 미니 TV 시리즈로 방영된 <샤이닝>을 통해 풀어볼 수 있다.

원작자 스티븐 킹이 영화를 워낙 싫어한 나머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출된 이 작품은, 영화보다 조잡한 연출로 큰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 그 후 스티븐 킹은 2013년 자신의 소설 <닥터 슬립>을 통해 두 번째 이야기를 작성했다. 아버지로부터 살아남은 아들 '대니 토렌스'(이완 맥그리거)의 성인 이야기를 다룬 것.

당연히 <샤이닝>을 배급했던 워너 브러더스는 <닥터 슬립>의 영화화 권리를 바로 사들였고, 2014년 초부터 영화 제작 계획을 수립한다. 동시에 <샤이닝>의 프리퀄 격인 <오버룩 호텔>(가제)이 계획됐으나 무산되고, 예산 등 여러 문제로 영화 제작에 힘을 못받고 있을 무렵, 2017년 낭보가 들려온다.

스티븐 킹 원작 영화인 <그것>이 7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입을 거둬들인 것. 덕분에 2018년 1월, 워너 브러더스는 <닥터 슬립>의 감독으로 마이크 플래너건을 임명한다.

출처영화 <닥터 슬립>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오큘러스>(2013년)나, <썸니아>(2016년)와 같은 공포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스티븐 킹의 원작인 넷플릭스 영화 <제럴드의 게임>(2017년)을 통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을 봐오며 자란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영화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를 남기면서도 동시에 소설 <샤이닝>과 그로 인해 나온 소설 <닥터 슬립>만의 세계관도 담아야 하는 고민을 해야 했다.

소설 <샤이닝>에서는 배경지 '오버룩 호텔'이 활활 타올랐어야 했지만, 영화는 추운 겨울 세상처럼 만들어졌었고, '샤이닝' 능력에 대한 언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영화는 끝나야 했었다.

덕분에 <닥터 슬립>은 소설과 영화의 묘한 줄타기로 가득했다. 먼저, 오프닝부터 평소 워너 브러더스의 로고가 아닌 <샤이닝> 상영 당시의 로고를 사용했다. 이어지는 공중 촬영 화면은 자연스럽게 <샤이닝>의 정신적인 속편임을 주장하는 샷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영화는 <샤이닝> 직후의 상황을 상당히 긴 호흡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잭 토렌스'(잭 니콜슨)가 '오버룩 호텔'에서 미쳐가는 사이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아들, '대니 토렌스'(로저 데일 플로이드)와 엄마 '웬디 토렌스'(알렉스 에소)의 모습이 등장하던 것. (최대한 비슷한 외모의 배우를 캐스팅했지만, 연기에선 당연하게도(?) 한 수 아래였다)

이후 등장하는 전체적인 <닥터 슬립>의 구조는 <샤이닝>에서 살아남은 '대니'가 성인이 되고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 그리고 '샤이닝' 기술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구분된 '선과 악'의 전투로 이뤄진다.

특히 '샤이닝'을 악하게 사용하는 '트루 낫' 집단의 모습은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죽음을 먹는 자'들을 연상시키며, 그들이 사냥하는 모습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집단을 보는 느낌까지 든다. 이런 기시감 있는 장면들 덕분에 영화는 <샤이닝>의 '고딕 공포'를 기다렸던 관객에게 아쉬움을 줄 순 있다. '고딕 공포' 보다는 '어드벤처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가 됐기 때문.

만약,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이 영화를 무덤에서 봤다면, 직접 무덤에서 깨어나 항의를 할 법도 하겠지만, 스티븐 킹은 <쇼생크 탈출>(1994년) 이후 가장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의 작품들이 특히 '대중적인' 문법으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영화 역시 마니아에게 더 사랑받는 <샤이닝> 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변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온 것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닥터 슬립>은 <샤이닝>을 안 봤다면, 재미가 반감될 만한 장면이 꽤 등장한다. '레드럼 글씨', 피가 쏟아지는 장면, '237호' 안의 여인 악령이 욕조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 쌍둥이 악령 장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였을까? 꽤 긴 상영 시간을 자랑한 <닥터 슬립>은 상영관에서 빨리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샤이닝>이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되지 않았던 작품인 것도 있겠다. 1980년대 대표 SF 작품인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그 당시 국내에서도 사랑받았기 때문이며, <스타워즈> 시리즈가 국내에서 찬밥 신세가 된 이유도, 1980년 <제국의 역습>이 '어른의 사정'으로 개봉되지 않았기 때문.

<샤이닝>은 영화사에서는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1999년에서 유료채널에서 '첫 방영'될 정도로 정식 공개가 늦었었다. 당연히 <닥터 슬립>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9/11/03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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