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도전, 이 영화에 달렸다

조회수 2019. 11. 13.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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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아이리시맨> 표지 및 이하 사진 ⓒ 넷플릭스
'Scorsese'라는 이탈리아계 성은 미국인들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생소한 발음이다. 스코서지부터 스코체제, 스콜쎄시, 스코시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중에서도 '스콜세지'라는 발음을 주로 사용했었다.

이는 2005년 개정된 외래어 표기법상 '마틴 스코세이지'로 불러야 하는 현재에도 계속됐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 코리아'에서는 지난여름 음악 다큐멘터리 <롤링 선더 레뷰: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마틴 스코세이지'라는 표기를 사용하며 변화가 감지됐다.

결국, 국내에서 가장 큰 포털인 네이버에서도 그의 넷플릭스 신작 영화 <아이리시맨>의 개봉과 공개를 앞두고, '마틴 스코세이지'라는 표기를 '자동검색'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외래어 표기법' 보다는 '네이버 검색 노출'이 더 중요한 언론계에서도, 이제는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아이리시맨> 이야기는 하지 않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이름 변화부터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냐면, <아이리시맨>이라는 영화를 앞으로 최소 3개월 동안은 꾸준히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결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현재만 하더라도 골드더비와 같은 아카데미 시상식 전문가 예측 사이트나, 인디와이어, EW 등 유수의 할리우드 외신 매체에서 <아이리시맨>은 가장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뽑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봉준호 감독,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을 제치고 생애 두 번째 감독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는 상황. 그 밖에도 로버트 드 니로가 남우주연상, 알 파치노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것이며,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등 다양한 부문의 후보로 예상된다.

이런 <아이리시맨>을 연출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이슈로 많이 알려졌다. 하나는 국내에서도 520만이 넘는 관객이 본 <조커>(2019년)의 토드 필립스 감독이 영감을 받아 오마주한 작품들인 <택시 드라이버>(1976년), <코미디의 왕>(1983년)을 연출한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라는 점.

또 다른 하나는 "마블 영화는 '시네마'라고 부를 수 없다"라는 발언으로 일어난 논란이 있겠다. 이 발언은 점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자신을 비롯한 유망 감독들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흥미 위주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는 데 혈안인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그의 속내가 담겨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책'을 통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원하는 것은 그대로 들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인 1억 5,900만 달러의 예산이 사용됐다.

그 예산 중 상당 비용은 ILM의 시각 효과 기술로 사용됐다. 배우들을 20~30년 정도 어려 보이게 하는 '안티에이징' 기술을 사용한 것. 일반적인 '안티에이징' 촬영은 얼굴에 모션 캡처를 할 수 있는 헬멧을 씌우거나, 혹은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캡틴 마블>(2019년)의 젊은 사무엘 L. 잭슨의 모습은 이 경우를 활용했다.

하지만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는 배우들의 배우다. 그들의 젊은 모습을 위해 얼굴 전체에 마킹을 하고, 모션 캡쳐를 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 덕분에 ILM의 파블로 헬만 시각효과 감독은 새로운 기술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카메라 시스템과 보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른 배우들과 세트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 변화를 감지해 3D 컴퓨터 기술을 활용,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구현해냈다. CG는 큰 화면으로 볼수록 더 티가 날 수밖에 없는데, 코엑스 MX와 같은 큰 극장에서 보더라도, 티가 나지 않은 것이 놀라웠다.
덕분에 <아이리시맨>은 CG 기술력이 총동원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하이라이트, <어벤져스: 엔드게임>보다 더 유력한 시각효과상 후보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리시맨>은 한 마디로 마틴 스코세이지의 시그니처와 같은 모든 연출 특징이 쏟아져 나온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뿌리인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조연(조 페시가 맡은 '러셀 버팔리노')으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이탈리아계 미국인처럼 '백인 사회'에서도 무언가 소외됐던 '아일랜드계 미국인'(로버트 드 니로가 맡은 '프랭크 시런')을 주연으로 세웠다.

이 캐릭터들은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벽에서 고뇌한다. 그리고 '가톨릭 신자'인 스코세이지 감독답게 종교적인 색채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또한, 마피아와 같은 범죄 집단의 이야기를 여러 시대에 걸쳐 보여준다.

심지어 1970~80년대 페르소나였던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하며, 그가 맡은 '프랭크 시런'은 종종 '제4의 벽'을 통해 내레이션까지 관객에게 설파한다. 이런 연출 특징이 쏟아져나오면서, 기존 그의 작품들의 동어 반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아이리시맨>이 자신만의 개성을 충분히 갖춘 작품임은 분명하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프랭크 시런'이 청부살인업자로 변화하면서, 범죄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약 50년의 세월을 통해 담아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년)이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을 소재로 한 픽션인 것처럼, 이 작품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찰스 브랜튼이 쓴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을 바탕으로 한다.

'지미 호파'(알 파치노)는 1940~50년대 국제 트럭 운전자 조합의 수장으로, 주류 정치계와의 유착 등 권력욕으로 인해 범죄에 손을 끼친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1975년 실종됐는데, 4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범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영화는 전쟁 직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사회라는 전쟁터로 향했던 '프랭크 시런'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러던 중 겉으로는 '커튼 사업가'이지만 안으로는 중대한 범죄를 기획하던 인물, '러셀 버팔리노'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변화한다.
영화는 이런 그의 인생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내 조직적 범죄와 공공 기관의 부패 역사 등을 모두 드러낸다. 당연히 그 속에서 나오는 욕망과 배신은 작품의 주요 감상 포인트이며, 마틴 스코세이지가 평생을 놓고 만들었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결정체 그 자체였다.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은 미국의 치부, 감추고 싶은 역사를 선명하게 그려낸 작품들이 수상한 경우가 많았다. 인종 차별 소재 영화(<노예 12년>(2013년), <그린 북>(2018년)), 종교계 아동 성추행을 보도한 언론을 소재로 한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년) 등이 그 예다.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이라는 지역의 '로컬 영화제'이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일 순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 <아이리시맨>이 기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재미와 긴장감, 불꽃 튀는 연기의 향연 등을 충실히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단, 3시간 29분의 상영 시간을 자랑하니, 관람 전 화장실 방문은 필수다.

2019/11/11 메가박스 코엑스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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