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연출? 반전 이야기? 다 없지만 확 와닿는 영화

조회수 2019. 11. 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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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니나 내나> (Family Affair,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니나 내나>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리틀빅픽처스
* 영화 <니나 내나>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 남매 중 장녀, '미정'(장혜진)은 결혼식장에서 도우미 일을 하며, 중학생 외동딸 '규림'(김진영)을 홀로 보살핀다. 예식장 직원들은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곧 예식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대화를 한다.

그사이 둘째 '경환'(태인호)은 사진사이지만, 역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장인에게 물려받은 사진관의 문을 닫게 된다. 또한, '경환'은 아내 '상희'(이상희)의 출산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아빠가 된다는 부담과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한편, 막내 '재윤'(이가섭)은 SF 작가로, 역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고민이 많은 것은 물론이며, 누나나 형에게 '당당히' 말 못 할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미정'과 '경환'은 경남 진주에, '재윤'은 부산에 사는 터라 서로 잘 만날 일은 없는 상황에서 한 사건이 발생한다.
17년 전, 가족을 떠난 엄마, '경숙'(김미경)에게서 편지가 하나 왔기 때문. 여러 고민거리가 있는 이들이지만, 세 사람은 엄마를 편지의 발신지인 '경기도 파주'로 여행길에 오른다.

'가족 행사'(Family Affair)라는 영어 제목을 담은 <니나 내나>는, 경상도 지역 사투리로 '너나 나나'를 뜻한다. 동시에 달리 사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모두 비슷하다는 의미를 담을 만한 단어였다. 영화 속 가족들이 사는 방법은 다 달라 보이겠지만, 그 다른 모습이 원론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된 것.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 차이와 같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갈등'을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며, 그 상황에서 나오는 반전에 가까운 소재(관객에 따라 반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가족의 평범하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관객에게 확 와닿기 충분했다.
작품을 연출한 이동은 감독은 <당신의 부탁>(2017년), <환절기>(2018년), 그리고 <니나 내나>까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포커스로 했다.

이동은 감독은 "가족이라는 끈 안에는 서로 다른 세대와 경험을 가진 이들이 얽혀있다"라며, "같은 출발지를 삼은 관계지만, 동시에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하는 구성원들이다. 닮은 걸음걸이를 지녔더라도, 가야 할 길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걷는, 만들어 내는 길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이동은 감독이 2014년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기 때문이었을까?
문득 작품에서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의미의 장면이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등장하며, 가족 중 한 명은 스키장에서 '불의의 재난'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여행 초중반에 등장하는 스키장의 반대편에는 '올림픽 오륜 문양'이 보인다)


또한, 파주에서 가족은 실향민의 아픔이 있는 임진각을 지나가며, 돌아오는 길에는 경부고속도로의 '금강휴게소'를 거친다. 금강휴게소엔 건설 당시 순직한 77명의 넋을 기리는 '순직자 위령탑'이 있는데, 가족의 중요한 물품은 이곳에서 발견된다.

곳곳에 숨겨진 기억해야 할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영화 속 가족의 여정에 배치된 셈. 이동은 감독은 "기억은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삼킨 단어이자, 새로운 기억을 맞이하라는 명령어"라며, "전작들이 지난 상처를 바라보고 보듬는 사람들을 응시했다면, 이 작품에선 흉터 위에 사살과도 같은 오늘을 사는 그들을 담고자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영화는 지난 10월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선에서 최초로 상영됐다. 당시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배우는 '부산 출신'답게 꽤 유창한 사투리 실력으로 인사말을 남겼다.

영화에서도 주요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는 인상적이었는데, 오죽하면 부산 현지 관객으로부터 "이질감이 없었다"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었다.

또한, 한 관객은 영화가 주는 정서에 이입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기까지 했었는데, 이에 장혜진 배우가 직접 객석으로 내려가 꼭 안아주는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니나 내나>가 가족의 의미나, 개인의 의미를 '제시하되 강요하지 않는' 연출을 설정했기 때문에, 크게 공감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셈이었다.

2019/10/05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 24th 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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