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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평점 테러가 날 영화인가?

조회수 2019. 10. 26. 16: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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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2년생 김지영> (KIM JI-YOUNG, BORN 1982,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82년생 김지영>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언론 시사회로 <82년생 김지영>을 먼저 본 후, 개봉일인 10월 23일 '오전 9시'가 되길 기다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대형 포털 사이트의 <82년생 김지영> '관람 전 평점' 등록이 그 시간 이후부터 가능했기 때문이다.

'시사회' 관람이 아니고서야, 실제 이 영화를 '온전하게 관람한' 관객이 평점을 개재하려면 최소(조조를 7시에 상영하는 곳이 아니라면) 10시는 되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9시 정각이 되어서 1점과 함께 "'42년생 김순자'가 더 슬프고 시대공감에 맞을 듯"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고(실관람객 표시는 뜨지 않았다), 단숨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이 됐다.

'실관람객'의 평점은 예상대로 '10시 16분'이 되어서야 등장했다. 그 관람객은 "원래라는 것은 없다. 관습, 편견, 혐오가 만들어져서 여기까지 온 것일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댓글과 함께 10점을 줬다. 이런 평점의 양극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며, 평점을 남기는 무대가 '싸움판'이 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 사례만 하더라도 최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여성 캐릭터가 단독 주인공이었던 <캡틴 마블>(2019년)이 있었고, '여성판 투캅스'를 꿈꿨던 <걸캅스>(2019년)가 있었다. 더욱이 <82년생 김지영>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 글에서 담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영화의 원작이 어떤 소설이냐는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다. 우리는 같은 '원작'의 작품을 만나더라도, 어떤 각색과 연출 과정을 거쳐, 그것이 훌륭한 작품으로 남거나,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심지어 원작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등장할 수도 있다.

가장 큰 예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년)이다. 원작자 스티븐 킹은 아직도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부정적'으로 밝힌다. 물론,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소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된 이 소설은 발간된 후, "현재 여성들의 삶이 어떤지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고자,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인 분석의 글쓰기를 했다"라는 공통적인 평론가들의 의견이 있었으며, 평론가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한 여성의 삶을 전체 여성의 삶으로 일반화했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일반화' 과정이 조금은 줄어든 '순한 맛'의 느낌이 났다. 그저 1982년생 '김지영'이 살아가는 삶, 그리고 그 삶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었다.
더욱이 이 영화는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된 여성의 삶을 작품의 중심 갈등 소재로 삼았다. 육아로 인한 우울감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빙의'된 증상이 생겨난다. 빙의된 인물은 자신의 엄마일 수도 있고, 남편의 첫사랑일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남편 '대현'(공유)은 그래도 그 병의 원인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치료를 권하기까지 한다. 영화의 등장 장면에서는 어떠한 신체적 폭력도 가하지 않으며, 그저 침묵으로 '지영'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퇴근 후에도 가사노동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던 '대현'은 '육아휴직'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제대로 시행하는 회사가 얼마나 있겠는가? 영화 속 대사처럼, '육아휴직'으로 인해 승진 평가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뉴스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물론, <82년생 김지영>을 배급하고 있는 모기업 '롯데'처럼, '육아휴직'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독려하는 CF를 선보이는 대기업은 있을지언정, 중소기업에서 기업의 단기적 이윤 발생에서 손해로 보이는 '육아휴직'을 권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다반사. 이렇게 영화는 단순히 특정 성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다양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등장한다. 일부 젊은 남성으로 구성된 단톡방에서 회사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 속 사진을 공유하는 범죄 행위가 가장 크게 보이며, 회의 시간에도 회의와는 상관 없는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다(물론, 당사자는 이에 맞대응을 펼친다).

또한, 영화에도 등장하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은, 현재 의무 사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과태료'를 면하고자 겉치레 수준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한편, '지영'은 그저 자신이 한 사람의 아내이자, 딸이며, 엄마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보여준다.

그리고 커피와 관련된 장면을 대조적으로 사용한다. 초반부만 하더라도, 공원에서 육아를 하면서 커피를 마실 때 들려오는 비하적 발언에 파르르 떨려하던 '지영'은, 어느 사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비하적 발언을 한 사람들에게 투쟁을 펼친다. 그리고 이 투쟁이 '지영'만이 해야 할 것이 아님을 영화는 강조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현'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보고 자라면서, '자신은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을 인물이다. 험담하는 동료에게 커피까지 뿌려가면서, 현재의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변화하는 '지영'의 모습에 '자신도 아버지와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눈물도 흘린다. 분명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인지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영'을 도와야 할지 서투른 것이 너무나 눈에 보인다. 덕분에 이 영화는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는 모습이,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극한으로 치닫는 성별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해서, 나아가 좋은 사회로 만들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그 상황을 인지하고 들어달라는 것에서 출발하는 점이다. 첫 실관람객의 후기처럼, 이 세상에 "원래 그렇다"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지영'과 '대현'의 의미 있는 횡단도 중요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지영'의 어머니 '미숙'(김미경)이었다. 영화 속 '미숙'의 삶을 들여다보면, 왜 이 사회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판단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2019/10/14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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