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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포스터가 스포일러를 다 하는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두번할까요> (LOVE, AGAI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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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두번할까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인생 단 한번의 미친짓!"이라는 포스터 문구가 담긴 <두번할까요>는, 이미 제목과 포스터의 내용에서 모든 하고 싶은 말들이 다 나온 영화였다. 여기서 말하는 '미친 짓'은 이혼식을 한 것을 의미한다.(물론, 이혼식 행사가 아예 없는 행사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치관에 혼란을 느낀 부부가 이혼식을 열어 헤어지는 경우가 이슈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두번할까요>는 이혼식까지 한 부부가 다시 결혼하려는 과정을 대놓고 암시한다. 호기롭게 '이혼식'이라는 이벤트로 시작했건만,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흔한 티격태격하는 과정 이후 사랑에 골인하는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로 변하고 만다.

출처영화 <두번할까요>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리틀빅픽처스

오죽하면 "(이런 상황은)영화에서나 그런 거죠?"라는 '선영'의 대사를 통해, 박용집 감독은 이 영화가 어쩌면 '현실 반영'이라기보다는, '코믹 판타지'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 헤어진 남녀가 그 실연의 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에 빠지는 같은 시기 개봉작, <가장 보통의 연애>와 비교를 해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왜 그들이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각종 회상 장면을 넣으면서, '현우'(권상우)와 '선영'(이정현)이 사랑에 빠지게 된 장면부터 결혼 초기의 알콩달콩한 모습들만 채워 넣는다.

헤어진 남녀의 감정을 잘 살린 영화로 호평받는 <연애의 온도>(2013년)가 아직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연히 현실적으로 왜 그들이 헤어졌는지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가 관객에게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신구의 명대사인 "4주 후에 뵙겠습니다"로 유명한 시추에이션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도, 여러 사건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혼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두번할까요>에선 그런 '이혼의 직접적인 단초가 되는 사건'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육체적 혹은 심리적 폭행과 폭언이 있었던 건지, 상대방의 바람 때문인지, 하다못해 부부간 성생활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그저 밥 먹을 때 나오는 대사들로 '성격 차이'라고는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두 사람은 굳이 더 만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이혼이 '사회적 흠'이 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혼 자체는 '장난'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혼식 반년 후, 영화는 '현우'를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 '선영'의 모습을 집중해서 보여주는데, 재결합을 원하는 티가 너무나 났다. 이미 '재결합'이라는 답이 정해져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감정선을 흔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이 영화는 일종의 '사랑 빌런'을 만들었다.

영화는 '현우'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상철'(이종혁)을 긴급히 투입한다. 하필이면 두 배우가 과거 <말죽거리 잔혹사>(2004년)에 출연했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뜬금없이 과거 두 인물의 모습을 '패러디'로 선보인다.

'웃음을 위한 웃음'이라는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은 이미 여러 리뷰에도 나왔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 '화장실 개그' 등 의도가 뻔히 보이는 개그 장면은 권상우와 이정현 등 작품을 연기한 배우들이 충실히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는가다. '상철'은 술에 취해 물에 빠진 '선영'을 구해주고, 자연스럽게 작품의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동물병원 원장이라는 직업적 설정과 속옷 회사에서 일하는 '현우'도 놀라는 '상철'의 크기 등 활용 가능한 설정이 무궁무진한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온전히 영화는 썩혀둔다.

심지어 모든 갈등이 해결되니, '상철'이라는 존재는 붕 떠버리고 만다. 이는 '현우'의 친구인 '명태'(정상훈)나 아내 '홍란'(김현숙)도 마찬가지다. 그저 '웃음의 포인트'로만 등장하지, 그 가족도 함께 겪고 있을 상황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덕분에 '선영'이 '결혼 방학'이라는 내용이 담긴 자신의 책이 서점에 걸린 것을 보고 좋아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애초에 이 영화 속 '선영'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진다. 결혼 생활이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해관계에서 오고 가는 것을 봤을 때, 이 두 사람의 결혼은 '해피 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선영'의 직업은 번역가다. 번역가라는 직업이 단순히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직독직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 안에서 그 언어를 해석해내가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랑의 언어'가 번역이 잘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한편, '선영'이 번역하는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작이기도 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빅 식>(2017년)이다. 파키스탄에서 이민을 온 남성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과 백인 여성 '에밀리'(조 카잔)의 만남을 다룬,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화다.

오해가 생겨 서로 다툰 사이에, '에밀리'가 '크게 아프면서(빅 식)' 벌어지는 이야기로, 파키스탄과 미국이라는 문화의 차이에서 '사랑은 어떻게 보편적으로 접근이 가능한가'를 다룬 좋은 영화였다. 앞서 언급한 "영화에서나 그런 거죠?"가 나오는 대목이 바로 이 영화를 번역하고 있을 때인데, 덕분에 <두번할까요>는 스스로 그 '차이'를 인정하는 셈이 됐다.

2019/10/19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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