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마녀 영화에게서 '아바타'의 향기가 났을까?

조회수 2019. 10. 20. 11: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말레피센트 2> (Maleficent: Mistress of Evi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말레피센트 2>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3D 기술의 성취'라는 면에서, 영화 <아바타>(2009년)는 앞으로 영화사에서 계속해서 이름을 기록해둘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서부 개척 과정에서 나온 아메리칸 원주민 학살,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한 미국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제나, 자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주제 의식이 '3D 볼거리'와 잘 녹여져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이 개봉하기 전까지 역대 최고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작품이 됐었다.

갑자기 <말레피센트 2>의 글을 쓰면서, 다시 <아바타>를 불러 들어와야 했냐면, 이 작품에서 보여준 기본적인 구조의 틀이 묘하게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말레피센트>(2014년)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디즈니의 오래된 고전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년)를 변형한 작품이었다.

'오로라 공주'의 세례식 날에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된다"는 저주를 내린 '말레피센트'의 이야기에서 온 애니메이션 줄거리를 변형한 영화는, "어떤 이유로 '말레피센트'가 사악한 마녀가 되었는가?"를 중심으로,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와 '오로라'(엘르 패닝)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해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7억 5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나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속편 제작에 대한 욕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디즈니는, 2016년 본격적인 속편 제작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그러기 위해 선임한 감독은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2017년)를 연출한 요아킴 뢰닝이었다. 감독 자체의 욕심보다는 제작진의 야심을 더 일깨워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너무나 눈에 보였는데, 영화 자체는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즐거웠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결국, 이 영화는 입소문을 내는 것에 실패하면서, 역대 최악의 시리즈 '2주차 북미 박스오피스 드랍률(65%)'을 기록하고 말했다. '리부트'를 하겠다는 이야기도 약 반년 가까이 추가 소식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말레피센트 2>는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는가? 영화는 올해 <알라딘>과 <라이온 킹> 등 다른 '디즈니 라이브 액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었다. 먼저, 기술력의 발전을 보여주기 위한 숏들은 여전히 신비로웠다.

영화는 한 사건이 지나간 후, 롱테이크를 통해 '무어스 왕국'의 전경을 빠르게 훑어준다. 이 장면은 IMAX로 관람하면 상하로 약 26%의 화면이 추가로 상영되기 때문에, 마치 빨려 들어가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기술력의 자랑은 마치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속 자연을 보는 것처럼 신비했다.
이런 비주얼 속에서 영화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진행한다. '말레피센트'가 속한 요정 세계와 '오로라'가 결혼을 약속한 '필립 왕자'(해리스 딕킨슨)가 있는 인간 왕국이 대립 중이라는 점.

그리고 그 대립선에서 '필립 왕자'의 어머니인 '잉그리스 왕비'(미셸 파이퍼)가 등장하고, '잉그리스'는 '다크페이'라는 요정 종족을 뿌리 뽑기 위한 전쟁을 비밀리에 준비한다는 것이 새로운 설정이었다. 덕분에 이번 작품은 전반부 '오로라'와 '필립 왕자'가 양가 상견례(?)에 나서기까지의 과정, 중반부 '다크페이'라는 존재의 비밀, 후반부 인간 왕국에서 펼쳐지는 전쟁이라는 3단 구조로 이뤄졌다.

하지만 새로운 설정은 이상하게 새로워 보이진 않았다. 디즈니의 오묘한 '스토리 텔링' 능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오로라'와 '말레피센트'의 관계보다, '좋은 군주'란 무엇인가였다. 이걸 현대적으로 말하면 '좋은 외교 정책'은 무엇인가로 포장할 수 있겠다.

'잉그리스 왕비'는 전쟁을 통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생각하며, '존 왕'(로버트 린세이)은 그 반대의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이제는 디즈니의 콘텐츠가 된 <아바타>에서도 '인간'과 '나비족'의 전쟁으로 표현된 바 있다. 심지어 같은 디즈니의 프랜차이즈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선악 대결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연출됐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장점은 오로지 '스펙터클한 화면'을 보는 맛밖에는 찾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 작품에서는 왜 요정 세계와 인간 왕국이 화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왕은 허구헌날 "세상은 평화로워야 한다"만 주창하며, 덩굴이 올라가고 인위적으로 보였던 인간 왕국이 자연과 융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저 양국의 선남선녀 왕자와 공주가 키스하고 결혼하는 게 화합의 전부처럼 보인다.

가해 세력(인간 왕국)의 제대로 된 처벌(물론, '염소 변신'이 처벌이라면, 처벌이겠지만)? 그저 빌런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만 보여주는 게 전부이며, 적당히 '인종 쿼터'('다크페이' 종족을 유심히 살펴보면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를 넣으면 모든 게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디즈니' 작품에서 바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그리고 미셸 파이퍼까지 세 여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했지만, 그 연기를 뒷받침시켜줄 이야기의 부재는 안타까웠다.

2019/10/17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