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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름을 의심하고 본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제미니 맨> (Gemini Ma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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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글 : 양미르 에디터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몇 안 되는 아시아 출신 거장이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로크백 마운틴>(2005년), <라이프 오브 파이>(2012년)로 감독상을 받았고, <센스 앤 센서빌리티>(1995년)로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색, 계>(2007년)로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넣기로 유명한데, 대표적으로 '마블' 원작 영화 <헐크>(2003년)가 있다. 그는 '헐크'(에릭 바나)를 '액션 볼거리'의 대상으로 투영하기보다는, '브루스 배너'가 지닌 인물의 감정과 깊이에 충실한 연출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 지수(62%)와 팝콘 지수(29%)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최근 들어 이안 감독은 새로운 시도에 눈을 돌렸다. <아바타>(2009년)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보여준 영상 혁명을 다시 한번 이끌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 꿈은 그의 첫 3D 영화였던 <라이프 오브 파이>부터 시작됐었다.

개봉 당시 <아바타> 이후, 최고의 3D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으니, 그의 도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국내 정식 개봉은 되지 않은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2016년)에서는 '3D 120프레임'이라는 '최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영화에 도입했다.

출처영화 <제미니 맨>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초반 전투 장면을 제외하고는 딱히 이 기술을 도입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평과 동시에 '부실한 이야기'가 지적되면서 영화는 실패하고 만다. 오죽하면 미국의 한 평론가는 "'초당 120프레임'의 상영 기술은 자연 다큐멘터리, 스포츠 중계, 심지어 포르노의 미래가 될 수 있겠지만, 각본이 있는 오락물의 미래는 될 것 같지 않다"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기본적인 영화의 '24프레임'에서 나오는 '거친 맛'이 사라졌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지금이야 '슈팅 게임'을 비롯한 주요 비디오 게임이나, 스포츠 중계가 60 프레임으로 촬영되어, 그나마 매끄러운 화면에 적응하는 관객도 많겠지만.

아무튼 한 번의 고배를 마신 이안 감독은 이번에도 '3D 120프레임' 영화 <제미니 맨>을 들고 왔다. 물론, 국내에서는 제대로 상영하는 관(국내에선 영사기의 한계로 '초당 60프레임' 상영이 이뤄졌고, 그마저도 상영관이 적었다)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고화질의 영화를 보기보다는 '24프레임'의 조금은 '어두운 질감'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HFR 3D 플러스 기술' 지원 상영관에서 본 <제미니 맨>은 혁신적인 화면을 보여주고자 애쓴 것이 역력해 보였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필터'를 완전히 제거한 영상은 '이질감'이 들었지만, 공들여 준비한 액션 시퀀스(오토바이 추격 등)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의 로튼 토마토 평론가 지수 44%보다 더 낮은 25%를 기록하고 말았다. 기술력은 지난 영화보다 훨씬 진보해졌고, 특히 윌 스미스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탁월한 시각효과는 더욱 찬사받았다. 문제는 역시 '이야기'였다.

먼저, 정부 기관에서 명사수 킬러로 명성을 안았지만, 은퇴하자마자 그 정부 기관에 배신당해 추격당하는 내용. 이는 강직한 변호사가 국가 안보국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윌 스미스, 진 핵크만 주연의 액션 스릴러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년)에서도 유사하게 나온 시나리오이며, 심지어 20여 년 전 작품이 더 큰 볼거리를 제공했었다.

그리고 요원 '헨리'(윌 스미스)를 잡으러 온 '주니어'(윌 스미스)가 알고 보니 자신의 DNA를 복제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은 낯선 소재가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대목에서 이안 감독이 앞서 만들었던 작품에서 볼 수 있던 '철학'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헨리'와 '주니어'의 고뇌나 갈등 관계는 너무나도 쉽게 봉합된다.

하다못해 인간 복제와 관련된 윤리적 성찰도 나올 것 깊게 나올 것 같았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중간에 나오는 대사의 질은 유치했으며, 기능적으로 등장해 기능적으로 퇴장하는 '배런'(베네딕 웡)의 모습은 중국 자본의 투입 때문에 넣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제미니 맨>은 우리가 알던 그 이안 감독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미래 영화계를 위한 일종의 '포트폴리오'처럼 느껴졌다. '120 프레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액션 장면만 딱 떼놓고 보면, 'UHD 8K TV' 광고 화면처럼 생각될 정도였기 때문.

2010년대의 영상 혁명을 알렸던 <아바타>가 성공했던 이유는 '3D' 기술도 있었겠지만,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라이프 오브 파이>도 환상적인 시각효과 뒤에는 절묘한 스토리텔링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과연 근미래엔 이런 화면들이 '영화의 표준'이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영화의 기본인 '이야기'가 먼저다.

2019/10/02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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