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아역 주연' 한국영화

조회수 2019. 8. 2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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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우리집>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2016년 장편 데뷔작인 <우리들>로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케이플러스' 섹션에 초청된 것을 비롯하며,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유수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윤가은 감독의 2번째 장편 작품이 찾아왔다. 이름도 비슷한 <우리집>이다.

<우리들>을 통해 아이들의 섬세한 감정을 비롯해 밀도 있는 친구 관계를 그려낸 따뜻하고 감성적인 연출을 보여준 윤가은 감독은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미 <손님>(2011년), <콩나물>(2013년)과 같은 단편영화에서, 아역 배우들을 상대로 좋은 디렉팅을 선보였던 윤가은 감독의 모습이, 마치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것과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무도 모른다>(2004년)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년) 같은 작품들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윤가은 감독은 신작에 대한 엄청난 걱정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2016년, <우리들>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윤가은 감독을 만날 당시가 떠올라졌다. 차기작에 대해서 윤 감독은 "내가 이 순간 사회를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명확히 살피려 한다"라며, "어쩌면 아이가 또 나올 것 같다. '우리들'보단 나이가 많은 중학생일 수 있다"라고 에디터에게 말한 바 있다. 그렇게 3년이 흘러 도착한 <우리집>은 연령대는 이전 작품과는 비슷하지만, 윤가은 감독이 말하고 싶은 바를 좀 더 확장한 작품이 됐다.

심지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그것처럼, 묘하게 <우리집>과 <우리들>은 연결성이 있는 작품으로 등장한다. <우리들>의 주역인 최수인, 설혜연, 이서연이 그 배역 그대로 카메오 출연했고, 좀 더 성장한 모습과 동시에 어떻게 잘 '생활'하고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리집>과 <우리들>이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임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영어 제목도 유사성이 있는데, <우리들>이 '우리들의 세계'(The World Of Us)로 설정한 이유는 따돌림당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세계'를 투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집>은 '우리들의 집'(The House of Us)이라는 영어 제목을 사용한다.
이는 친구 관계에서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작품은 크게 두 집의 아이들이 주축을 이룬다. 12살 '하나'(김나연)의 부모가 계속된 다툼으로 싸우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가정의 평화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는 "우리 밥 먹자"라는 말을 하거나,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꾸준히 한다. '하나'의 15살 오빠 '찬'(안지호)은 이런 부모가 싸우는 게 지겹고, 차라리 "헤어질 거면 빨리 결정을 하라"고 외치기까지 한다. 밥, 여행을 외치는 '하나'의 모습에 한심스럽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을 내비친다.

한편, 10살 '유미'(김시아)는 매번 (이유는 어른의 사정으로 잘 모르지만)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는 것이 너무나 싫다. '유미'는 그저 7살 동생 '유진'(주예림)과 함께 옥상에서 토마토도 키우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할 뿐이었다. '하나'가 우연히 '유미'를 만나고, 아이들은 이러한 '집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에 나선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임에도, '투쟁'의 의미가 담긴 영화이기도 하다. 가족의 동의어로 사용되는 '식구'가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도 있고, '여행'을 통해서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아동 심리학에서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로부터 일어난 '가정 파탄'을 자신에게서 찾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가정의 위기를 막기 위한 '하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쓰러웠다. 어찌 보면 중학생 오빠 '찬'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생각을 이미 다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필이면, '유미'를 맡은 김시아가 <미쓰백>(2018년)에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아동학대 피해자 '지은'을 연기하며 호평받은 것이 떠올라져서였을까? 자연스럽게 이 영화는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역할도 제공한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들>처럼 이 작품은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카메라의 시선은 아이들의 눈높이와 최대한 일치하도록 배치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일부 몰상식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처럼 '대상화' 되지 않았고, 자기 생각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설정됐다.

이는 윤가은 감독이 이번 영화의 촬영을 앞두고 만들어 놓은 촬영 수칙에도 잘 반영됐다. A4 용지 2쪽에 가까운 분량으로 써진 윤 감독의 촬영 수칙은 간단하다. 어린이 배우들을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이자 삶의 주체로, 함께 영화를 만드는 동료로 존중해달라는 것이었다.

2019/08/22 롯데시네마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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