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커피·시리 찾는 '좀비' 나오는 기묘한 영화

조회수 2019. 8. 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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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데드 돈 다이> 표지 및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 <데드 돈 다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구 천 명도 되지 않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 '센터빌'의 경찰서장, '클리프'(빌 머레이)와 달리, 그의 파트너 '로니 피터슨'(아담 드라이버)은 입버릇처럼 "언젠가는 모든 것이 안 좋게 끝날 것"이라는 말을 하는 시니컬한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평화롭던 어느 날, 무자비하게 공격당한 시체가 발견되면서, '로니'는 태연하게 '좀비'가 범인이라고 지목한다. '클리프'는 이성을 잃지 않으며 그것이 '좀비'든 '들짐승'이든 간에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길 소망한다. 한편, '센터빌'에 새로 온 스코틀랜드 출신의 장의사 '젤다 윈스턴'(틸다 스윈튼)은 영안실에서 좀비가 깨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갈고닦은 실력의 검술로 좀비들의 머리를 잘라버린다.

상당히 드문 경우로, 좀비 영화가 올해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 상영작이자,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물론, <데드 돈 다이>는 피와 살점이 튀면서,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좀비 영화의 틀을 가지면서도 묘하게 예술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데드 돈 다이>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인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으로, 그는 꾸준히 칸 영화제에서 작품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특유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칸 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리고 특유의 시적인 표현 기법은 최근 국내 개봉작인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년)와 <패터슨>(2016년)을 통해서도 잘 녹여져 있다.

특히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뱀파이어 장르물의 전형적인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했기 때문에, 이 영화 역시 짐 자무쉬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짐 자무쉬 감독의 작품치고는 비평가들의 호불호 섞인 의견을 받아야 했다.

'로튼 토마토 지수 54%'로 2010년대 들어 만든 그의 영화 중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한 것.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작품은 짐 자무쉬 감독이 의도한 대로 만든 작품에 까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특유한 연출법인 '불친절함'을 통해 관객과의 심리 게임을 펼친 셈.
짐 자무쉬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이 "코미디 영화"이면서, "트럼프 정권을 저격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는 말했지만, '기묘하게' 트럼프 정부를 디스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이 영화에서 좀비가 출현하게 된 원인은 수압파쇄법인 '프래킹' 때문이었다.

'프래킹'은 물이나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 지하 3km 지층에서 셰일층의 석유와 가스를 분리하는 공법이다. 셰일가스 채굴을 위해 북극에서 '프래킹'을 진행하자 지구 자전축이 극으로부터 밀어났고, 이로 인해 죽은자들이 깨어나게 된 것이다.

오바마 정권 당시 시행됐었던 '프래킹 금지' 규제가 트럼프 정부에서 완화된 것을 비꼬는 것으로 보였지만, 짐 자무쉬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빠른 속도로 자연이 쇠퇴해 가는 것이 무섭고 걱정스럽다"라며,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실패가 우려된다.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걱정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 나오는 좀비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는데, 생전에 집착했던 것을 놓지 못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계속해서 테니스 라켓을 잡고 휘두르고 있거나, 커피를 마신다거나, 자신이 마시던 와인 이름을 말하거나, 무덤에서 깨어나 스마트폰의 '와이파이'가 잡히기 위해서 돌아다니거나, '시리'를 찾는 좀비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가게 앞에서 초코바를 찾기도 한다.

이 장면들을 통해 짐 자무쉬 감독은 크게 세 가지를 경고하고자 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현대인의 물질주의이자, 소비주의이며, 두 번째는 눈앞의 현실을 보느라 더 큰 비극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 세 번째는 소셜 미디어의 중독성이다.

틸다 스윈튼이 "지금의 사회에는 사람들이 깨어 있지 않게 만드는 수많은 요소가 있다"라고 언급했으며, 셀레나 고메즈가 "소셜미디어는 자존감을 낮출 뿐 아니라 화면 밖의 세계에 대한 인지를 떨어뜨린다"라고 칸 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 말한 것은 어찌 보면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러한 지점들을 알아차리는 관객도 있겠지만, 뜬구름을 잡듯이 펼쳐지는 이야기에 당황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대관절 도시에서 온 청년들의 운명은 왜 그렇게 끝났고, 각본의 끝을 알고 있다고 자조 섞인 말을 터뜨리는 주인공은 무슨 상황이며, 그 이후에 나오는 UFO는 어떤 의미이고, 관찰자 입장에서 시적인 표현을 지껄이는 인물은 누구이며, 소년원에 있던 아이들은 과연 생존했겠느냐는 물음표가 섞였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과거 작품과는 다르게, '희망도 없는' 비관적인 짐 자무쉬 감독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었다.

스터질 심슨의 동명 주제가의 가사 중에는 "죽은 자들은 이 오래된 세상을 홀로 떠돌 것이고, 삶이 끝난 후에도 죽음 이후의 세계는 계속된다"라는 소절이 계속된다. 이를 토대로 작품을 조금이나마 해석해본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환경 파괴를 통해 인간은 결국 '끝이 안 좋을 것'이다. 작품을 관람하면서, 2020년 '방사능'이라는 비난을 전 세계적으로 받고 있지만 어떻게라도 올림픽을 열고자 하는 한 나라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은 죽어서라도 '욕망(와이파이, 커피, 초코바)'을 가졌을 것이며,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나 나올법한 관찰자는 그런 '욕망'이 없는 인물이니 끝까지 그런 시적인 구절을 읊었을지도 모른다. 차를 타고 온 청년들은 '환경 파괴의 상징'인 '도시'(클리블랜드)에서 온 인물들이니 그런 운명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젤다 윈스턴'의 마지막 장면은 UFO를 타고서라도 이 세상을 떠나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년원 아이들의 운명은 어찌 됐을까?
짐 자무쉬 감독은 "10대들은 대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들을 구금시설에 보호해두고 싶었다"라며, "나에게 그들은 미래의 희망을 의미한다"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좌절 같은 영화에서도 그는 한 줄기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은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라도, 이 절망 같은 순간에서, 올바른 마음으로 살기를 짐 자무쉬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편, 이 영화에는 짐 자무쉬 감독이 좀비 영화나, 대중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먼저, 조지 로메오 감독의 좀비물 걸작인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의 오마주들이(폰티악 르망 자동차, 밤처럼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당시 영화처럼 낮에 촬영됐다 등) 있다.

여기에 짐 자무쉬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관람한 후 욕설을 뱉어내면서까지 칭찬한 <부산행>(2016년)에서, '할머니'가 문을 열고 좀비가 되는 장면을 극 후반부에 '민디 모리슨'(클로에 세비니)을 통해 오마주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카일로 렌'으로 활동 중인 아담 드라이버의 배우 개그도 웃음 포인트 중 하나.

2019/07/31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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