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의 대체? 이 한국 애니가 도전장 냈다

조회수 2019. 8. 6.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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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레드슈즈> (Red Shoe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레드슈즈> 표지 및 사진 ⓒ (주)NEW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인, '텐트폴 대전' 만큼이나 흥미로운 영화계 싸움이 있다. 바로 여름방학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다. 미국, 일본, 한국, 그 외 다른 국가 순으로 흥행이 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특히 미국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5대 메이저 배급사(디즈니, 유니버설, 워너, 소니, 파라마운트)의 작품이 가장 큰 흥행 비중을 차지했다.

그중 디즈니(픽사, 폭스), 유니버설(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소니 등 스튜디오들의 작품이 선봉으로, 올해만 하더라도 디즈니·픽사의 <토이 스토리 3>가 흥행 서막을 열었고, 뒤로 일루미네이션의 <마이펫의 이중생활2>가 애니메이션 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싸움은 안정적인 할리우드 직배사 작품들이 가져가는 가운데, 2위 싸움은 대부분 한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 대결로 이어질 때가 많았다.

지난해는 <극장판 헬로카봇:백악기 시대>(87만)와 <신비아파트: 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이 67만 관객을 동원하며, 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국내 애니메이션이 여름방학 시장에서 쌍끌이로 흥행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과 일본의 정세가 악화함에 따라, 문화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이 '코난 극장판 시리즈 신작' 상영으로는 이례적으로 21만 관객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 역시 13만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으며, '네이버 영화'에서는 평점 테러도 이어졌다.

심지어 오는 8월 14일 개봉 예정이었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역시 무기한 개봉이 연기됐다. 이 상황이라면 10월 개봉 예정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도 제 때 개봉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등장한 국산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는 자연스럽게 여름방학 시장에서 할리우드 작품들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레드슈즈>에는 독특한 연관 검색어가 붙는다. '레드슈즈 디즈니'가 바로 그것. <레드슈즈> 메인 포스터에 '디즈니' 로고를 떡하니 부착하더라도, 전혀 이질감이 느끼지 않을 정도의 기술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레드슈즈>가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약 220억의 엄청난 제작비로 만들어졌으며, 동시에 <라푼젤>(2010년), <겨울왕국>(2013년), <모아나>(2016년)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김상진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것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보인 큰 이유였다.
김상진 애니메이터는 색약이라는 애니메이터로는 큰 단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20년간 디즈니에서 근무하며, 애니메이터로선 한국인 최초로 디즈니 수석 애니메이터가 됐으며,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이 되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겨울왕국 2> 제작 제안까지 뿌리쳐가며 만든 <레드슈즈>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추구하고 싶어 했던,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발전이 더딘 한국 애니메이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김상진 애니메이터의 위엄이 그대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잠시 국내 애니메이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어졌다. 어느 사이 <뽀로로>나, <헬로 카봇>과 같은 어린이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 득세하고, 청소년과 성인, 혹은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이질적이지 않은 작품의 제작은 잘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결정적으로 돈이 되지 않아서였다. 이 이야기를 갑자기 꺼낸 이유는 작품을 연출한 홍성호 감독 때문이다.
그가 2003년 특수효과를 맡아, 2D와 3D, 그리고 실사 모형까지 합성한 '멀티메이션' 기법을 시도했던 작품 <원더풀 데이즈>는,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최고 제작비인 약 100억을 사용하면서 분명 기술력으로는 큰 인정을 받았다.

게다가 2003년이 어떤 해였는가?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장화, 홍련>,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오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리던 그 해가 아니었는가.

결국, 앞서 언급한 모든 영화가 상을 받았던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으며 <원더풀 데이즈>는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던 작품이 됐었다. 물론, 낯선 SF 소재나, 스토리 라인의 완성도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흥행엔 실패했지만.

이렇게 대규모 자본의 예산을 들여 만든 애니메이션의 실패로, 국내 애니메이션의 초점은 대중과 애니메이션 마니아보다는 아이들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나온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 명작들(예컨데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나, <파닥파닥>(2012년))은 당연히 그보다 더 소규모 자본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나온 <레드슈즈>는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전 연령층이 보더라도 '유치하다' 혹은 '뭔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주제 의식까지 명쾌하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만이, 진정 타인을 사랑할 수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증오 없이 아름답게 만든다"라는 만고의 진리를 <슈렉>(2001년)의 동화 비꼬기 방식을 이용해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디즈니 같다"라는 표현이 마냥 작품의 전체 신선도 측면에서는 '칭찬'으로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220억의 제작비를 투여한 만큼의 극적인 재미는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220억의 제작비를 모두 국내에서 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레드슈즈>는 할리우드 배우인 클로이 모레츠, 샘 클라플린, 지나 거손, 패트릭 워버튼 등의 캐스팅을 통해 녹음을 진행했다.
'선 녹음 후 작업' 방식도 국내에선 드문 사례로, 덕분에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이나 표현을 선명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덕분에 <레드슈즈>는 유럽 필름 마켓을 통해 첫선을 보여, 전 세계 123개국에 선판매하는 위엄을 보여줬다.

게다가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증거를 단순히 <넛잡: 땅콩 도둑들>(2014년) 속 지원군 싸이의 등장처럼, 억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영화에서 '멀린'이 사용하는 부적 글귀에 '번개'를 사용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도였다.

한편,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프로덕션 베이비 소개를 볼 수 있었다. 작품의 제작 기간 태어난 아이들을 일컫는 크레딧 용어로, 이런 시도를 통해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를 꾀한 것도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지속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2019/07/31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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